한국일보

손수산나씨의 텃밭 구경 & 요리 맛보기

2005-09-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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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산나씨의 텃밭 구경 & 요리 맛보기

집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요즘 한창인 근대를 손질하고 있는 손수산나씨.

“자투리 텃밭에 야채·과일나무,
자식 키우듯 사랑 듬뿍주니
쑥쑥 잘도 자라”

한약재 찌거기와
닭똥등 천연비료 섞어
옥토 만들면 주렁주렁

솔직히 ‘이런 곳에 텃밭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리 밥상에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근대, 들깨, 갓, 부추, 상추, 쑥갓, 깻잎, 참비듬, 열무, 돗나물, 미나리, 고추, 오이, 호박 등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갖가지 야채와 나물은 말할 것도 없고, 포도, 사과, 오렌지, 석류, 라임 등 앞마당에서 키우기 쉽지 않은 과일나무들까지. 초록 이파리와 예쁜 열매가 지천으로 널린 손수산나씨(77)의 아담한 마당이자 텃밭은 한마디로 ‘경이로움’ 그 자체다.
손바닥 정원에서 얻는 의외의 수확을 보는 뿌듯함이랄까. 처음에 가졌던 경솔한 실망감이 무색할 정도로 좁은 텃밭에서 올리는 수확치곤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한데다, 내버려두기 쉬운 손바닥만한 자투리땅 한 자락도 허투루 두는 법 없이 알뜰살뜰 활용한 솜씨가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요즘 한창 텃밭주인 손씨를 즐겁게 해주는 녀석은 대추나무. 제법 알이 굵은 대추가 빽빽이 달려 이웃과 푸짐히 나눠먹고도 남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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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런 총각김치. 역시 텃밭에서 기른 총각무로 담갔다.


손수산나씨의 요리 맛보기

100% 유기농 재료+손맛 ‘와~’

참나물·근대·참비듬등은 깨끗이 씻어 소금물에 삶아 말려
갓·부추·총각무로 김치 담그고 야채로는 샐러드를…
포도는 알알이 씻어 껍질째 갈아 헝겊에 거르면 천연 주스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 마당에 나무가 뭐예요, 제대로 된 풀 한 포기 없었어요. 흙이 서로 딱딱하게 뭉쳐 자갈밭이나 다름없었죠. 말라빠진 흙에 흠뻑 물주고, 파내고, 또 물주고, 또 파내고… 이렇게 수십 번 반복하고 나선 한약재 찌꺼기와 닭똥 같은 천연 비료를 섞어 주었더니 이제는 뭐든 심으면 쑥쑥 크는 옥토가 되었어요”
요즘은 마켓마다 유기농으로 키운 야채 코너를 따로 마련할 정도로 인기인데, 손씨 텃밭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야채와 과일들은 말 그대로 100% 오개닉 농산물이다. 하지만 그저 천연비료만 뿌려주면 되겠거니 생각한다면 큰 오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천연 비료로 가꾸다보니 굼벵이를 비롯해 달팽이, 메뚜기, 개구리, 작은 도마뱀, 거북이 등 다양한 생물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약 한번 쓱 뿌리면 간단하겠지만 손씨는 일일이 손으로 잡아 다른 곳으로 보낸다. 이놈들이 애써 기른 나물들의 이파리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두 똑같아요. 사랑을 듬뿍 줘야 잘 자라지. 매일 물줄 때마다 아이한테 하듯 말도 걸고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그래야 쑥쑥 잘 자란다니까”
처음에는 묘목 수준이었던 과실나무가 점점 자라 달콤한 열매를 안겨주고, 새싹같이 여린 초록 이파리들이 푸짐한 나물 반찬이 되고…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제 할 일 해내는 식물들 기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더욱 뿌듯한 건 주변 이웃들과 함께 나눠먹는 즐거움이다. 가까이 사는 이웃들은 물론 같은 교회 교인들 그리고 매일 저녁 식사 챙겨주러, 또 나들이 삼아 다니는 나눔 선교회 식구들까지. 모두들 실컷 먹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데, 더 이상 퍼줄 곳도 없을 땐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그녀만의 저장법을 활용해 두었다 또 퍼준다.
참나물, 근대, 참비듬 같은 나물은 직접 뜯어 깨끗이 씻은 다음 팔팔 끓는 소금물에 살짝 삶아 말려둔다. 바람이 잘 통하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꺼내서 다시 한번 데친 다음 볶아 먹는다.
호박과 과일은 기계를 이용해 말린다. 호박은 말리면 호박 오가리가 되고, 바나나, 사과, 감을 얇게 슬라이스 해서 말리면 그냥 먹어도 좋고 시리얼에 곁들이면 천연 과일 시리얼이 된다. 포도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알알이 떼어내 껍질과 씨 채로 믹서 넣고 갈아 헝겊에 한번 거르면 손쉽게 천연 포도주스가 된다.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커다란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마시면 일반 마켓에서 파는 오개닉 포도주스 안 부럽다.
손 수산나씨네 텃밭에서 키운 식물로 만든 먹거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갖가지 종류의 김치. 아삭한 갓김치, 향긋한 부추 김치, 사각사각 씹히는 총각무 김치 모두 뒷마당 텃밭에서 길러낸 것으로 담근다. 100% 유기농 재료에 솜씨 좋은 손씨의 손맛이 더해져 꽉꽉 눌러 담은 밥 한 공기가 어느새 뚝딱일 정도로 김치 맛이 환상적이다. 이 손씨 표 김치도 완성되는 즉시 이웃이나 친지들에게 퍼주기 급해서 김칫거리 채소들이 제법 자라면 그때마다 뽑아 항상 김치를 담가둔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김치가 맛있는 집은 안주인의 음식솜씨를 의심할 필요가 없듯 매번 맛깔스런 김치를 담그는 그녀는 또한 ‘한 요리’ 하기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날 좋을 땐 뒷마당에 커다란 상을 펴고 교회 손님들 100명까지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할 정도.
‘손님 오면 어떤 음식 만드세요?’ 하고 여쭸더니, ‘요즘은 내가 늙어서 손이 많이 안 가는 서양식 코스로 차려요’ 하신다. 텃밭 가꾸는 할머니와 서양식 요리, 언뜻 의외의 조합 같지만 서양식으로 차린 식탁에는 커다란 받침 접시에 포크와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촛불과 장미꽃 센터피스까지 모든 게 제대로다. 손씨가 즐겨 준비하는 서양식 코스 메뉴는 브로콜리 수프와 두 가지 샐러드, 안심 스테이크와 스팀 베지터블, 매시 포테이토, 디너 브레드 정도. 여기에 현미밥과 손수 담근 갖가지 김치도 빼놓지 않는다.
애피타이저인 브로콜리 수프는 쇠고기 양지머리를 우려낸 국물에 브로콜리와 양파를 푹 삶아 믹서기에 갈아 다시 한번 끓이면 되는데 생크림이나 우유를 넣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텃밭에서 뜯은 들깨, 돗나물, 참나물, 치커리 등을 넣어 향긋한 그린 샐러드와 강남콩, 옥수수, 껍질콩, 셀러리 등으로 만든 새콤달콤한 빈 샐러드는 입맛을 돋워주는 애피타이저로 그만.
독특한 브로콜리 수프 맛에 반해 있을 때쯤이면 그릴에서 막 구워 나온 안심스테이크가 서브된다. 여기에 당근, 컬리플라워 등의 스팀 베지터블과 감자 껍질에 담아져 나오는 매시 포테이토가 곁들여져 근사한 레스토랑의 풀코스 디너처럼 푸짐하다. 매시 포테이토는 감자 껍질에 담아 다시 한번 오븐에 넣었다 나와서 그런지 식사가 끝날 때까지 따뜻하다. 여기에 현미밥과 오개닉 김치까지 곁들이니 스테이크를 먹고 나면 항상 따르는 왠지 모를 허전함까지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마당에서 딴 사과로 만든 애플 케이크와 포도넝쿨에서 따온 포도로 만든 주스로 디저트까지 제대로 먹어야 한단다.
모두들 부른 배를 움켜쥐며 손사래를 치자 애플케이크 한 덩이씩 싸주시기까지 한다. 아기자기한 텃밭 구경에 맛깔스런 김치와 서양식 코스요리, 거기에 넉넉한 인심까지 경험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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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매시 포테이토, 스팀 베지터블로 차린 메인 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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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나온 부추로 담근 부추김치(위)와 갓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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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커리, 돌나물, 들깻잎을 넣어 만든 향긋한 그린 샐러드.



★ 브로콜리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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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쇠고기(양지머리), 브로콜리, 양파, 소금, 버터, 다진 마늘
▲만들기: 냄비에 양지머리를 넣고 끓여 국물을 낸다. 브로콜리는 깨끗이 씻고 양파는 4등분하여 썬다. 양지머리를 우려낸 국물에 브로콜리, 양파를 넣고 푹 삶는다. 여기에 소금, 버터, 다진 마늘을 넣고 다시 한번 푹 삶는다. 야채가 물러질 정도로 삶아지면 믹서기에 부어 간다.
모두 곱게 갈아지면 다시 냄비에 담고 약한 불로 끓여 걸쭉해지면 불을 끈다.


★ 콩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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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강남콩, 캔 옥수수, 셀러리, 껍질콩, 드레싱용(소금, 식초, 올리브유, 설탕)
▲만들기: 강남콩은 푹 삶아 체에 받쳐 물기를 빼고 껍질콩도 삶는다. 캔 옥수수도 물기를 뺀다. 셀러리는 얇게 썬다. 그릇에 강남콩, 옥수수, 껍질콩, 셀러리를 담고 소금, 식초, 올리브유, 설탕을 넣고 고루 섞는다.


★ 매시 포테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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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산나씨가 매시 포테이토를 만들기 위해 오븐에 구운 감자 속을 파내고 있다

▲재료: 감자, 버터, 우유, 소금
▲만들기: 감자는 깨끗이 씻어 오븐에 굽는다.(크기가 큰 것은 400도에 1시간30분 정도) 구운 감자를 세로로 길게 반을 잘라 속을 파낸다.
그릇에 파낸 감자를 담고 버터, 소금, 우유를 넣어 잘 으깨어 고루 버무린다. 파낸 감자껍질 안에 으깬 감자를 채워 넣는다. 다시 오븐에 넣고 웜(warm) 상태로 데워서 먹기 전에 낸다.


★ 안심 스테이크

▲재료: 안심 고기, 소금, 후추
▲만들기: 통안심 고기를 준비하여 적당한 두께로 썬 다음 소금과 후추를 뿌려 4시간 정도 냉장고에 둔다. 그릴에 스테이크를 구워 먹기 전에 서브한다.


<글 성민정 기자·사진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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