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따가운 가을 햇살에 고추·무·호박·가지 말려 입맛나는 별미음식을

2005-09-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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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시킬 경우 날 야채보다
비타민 D 풍부하고 쫄깃
나물로 무치면 더욱 깊은 맛

한국의 가을 햇살은 따갑다. 오죽하면 여름 볕에는 딸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며느리 내보낸다는 말이 생겼을까. 장마가 지나가고 쨍 하게 볕이 좋은 9월이면 시골집 마당에서는 가마니를 깔고 빨간 고추를 내다 말린다. 어디 고추뿐인가. 우리 어머니들은 무, 호박, 가지, 고추, 옥수수 등 텃밭에서 농사 지은 채소의 대부분을 마당에다 펼쳐놓기도 하고, 문설주에 매달기도 하며 말리셨다. 물론 채소는 신선한 게 최고다. 냉장고며 비닐하우스 농법이 보편화되지 않던 시절, 겨울 동안 먹을 채소를 효과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개발한 보관 방법이 바로 말리기. 하지만 채소 말린다는 게 단지 수분을 제거해 오래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말린 채소에는 신선한 것보다 훨씬 비타민D가 풍부하고 조리할 경우 더욱 쫄깃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나물로 무칠 경우 더욱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가을이면 색깔 곱게 익은 감도 건조시키면 당도가 더 높은 곶감이 된다. 올 가을에는 조금 넉넉히 신선한 야채를 말려 가족들을 위한 별미도 마련하고 평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선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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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야채 말리는 법

무: 수분이 적으면서 단단한 것을 골라 껍질 째 굵게 채 썬 다음 소금에 절여 수분을 충분히 뺀다. 햇볕 좋고 바람 서늘한 곳에서 3~4일 동안 바싹 말린다. 무말랭이는 말린 호박, 말린 가지처럼 물에 담갔다가 요리한다. 조리할 때는 노란 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주물러 씻어줘야 제 맛이 난다.
가지: 0.3센티 두께로 둥글게 잘라 채반에 얹어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말리거나 길게 8등분한 후, 실에 꿰어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말린다. 말리다 해가 지면 들여놓고 다음날 다시 내다 말리기를 계속한다. 말린 가지로 요리할 때에는 꼬들꼬들한 상태가 될 때까지만 불린다. 가지는 보통 볶는 요리에 넣는데 지나치게 불리면 쉽게 풀어지기 때문이다.
호박: 씨를 제거한 다음 0.3센티 두께로 잘라 햇볕 잘 들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말린다. 날씨가 좋을 때는 이틀 정도면 다 마른다.
말린 호박 역시, 조금 덜 됐다 싶을 정도로만 불리고 요리할 때 물을 더 넣고 볶는다.
고추: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묻혀 살짝 찐다. 뜨거울 때 바로 꺼내 채반에 널어 사흘 정도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린다. 찐 고추 말린 것은 밀봉해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보관한다. 대개 튀겨 먹는데,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튀겨야 바삭바삭하다.
고춧잎: 너무 억세지 않은 것을 골라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후, 뜨거울 때 채반에 널어 이틀 정도 말린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이라야 색이 바래지 않고 잘 마른다. 고춧잎을 말리면 특유의 향과 맛이 생기므로 요리할 때, 하룻밤 동안 찬물에 담가 쓴맛을 제거해 사용한다. 중간에 물을 두세 번 갈아주는 것이 좋다.
고구마: 수분이 많지 않은 밤고구마를 골라 말린다. 익히지 않을 경우에는 식초 물에 담갔다가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린다. 익힐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살짝 데친다. 마른 고구마는 불린 다음 볶아서 먹거나, 떡에 넣어 먹거나 간식거리로 그대로 먹어도 좋고 튀겨 스낵 대용으로 먹어도 좋다.
고구마 순: 껍질을 벗겨 소금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뜨거울 때 채반에 널어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린다. 말린 고구마순은 서늘한 곳에서 보관하거나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상하지 않는다. 고구마 순 역시 마르면서 특유의 향과 맛이 생기니 요리하기 전 하룻밤 동안 찬물에 담가 쓴맛을 제거하는 게 좋다.
중간에 물을 두세 번 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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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야채 이용한 반찬 레서피

●고춧잎 무침
▲재료: 마른 고춧잎 30g, 청·홍고추 반개씩, 고춧가루 1/2큰술, 간장 1큰술, 액젓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다진 파 1/2큰술, 소금 깨소금 참기름 적당량
▲만드는 법: 따뜻한 물에 담가 부드럽게 한 고춧잎을 찬물에 하룻밤 담가 물기를 제거한다. 고추는 반 갈라 씨를 뺀 다음 0.3센티 크기로 잘게 썬다. 고춧잎에 간장과 액젓을 넣어 간을 맞추고 싱거우면 소금을 넣는다. 다진 마늘과 파, 고추 썬 것,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고구마순 볶음
▲재료: 고구마순 30g, 파프리카(빨강·노랑·주황색) 각 1/4개씩, 다진 마늘 1/2큰술, 간장 1큰술, 소금 깨소금 참기름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고구마순은 물에 넣어 1시간 동안 끓인다. 식으면 물을 여러 번 갈아주면서 하룻밤 물에 담갔다가 4센티 길이로 썬다. 파프리카는 길게 썬다. 팬에 고구마순과 식용유를 넣어 볶다가 간장, 마늘,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간이 배면 파프리카를 넣고 불을 끈 후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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