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09-2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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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판타롱 스타킹

‘앤디’선생님 이야기를 하면서 앤디 선생님 트레이드 마크는 손목에 찬 스포츠시계라고 소개를 했다. 그 스포츠 시계를 승욱이에게 만져줘야 그 사람이 앤디인 줄을 승욱이가 안다. 그럼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 것일까? 오늘은 그것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자한다.
주로 여자선생님들은 반지나 팔지 같은 액세서리를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어떤 선생님은 자신의 긴~~머리카락(그 선생님 지난 3년간 그 무더위에도 머리도 못 자르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니면 가슴 한켠에 언제나 재밌는 캐릭터 브로치를 달던지, 아니면 야구 모자라던지, 아니면 선생님의 귀를 만지게 한다던가, 아니면 다들 각자만의 승욱이를 위한 표현이 있다.
그런데 승욱이의 첫 번째 점자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여자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너무 재밌다. 점자선생님은 첫날 승욱이를 위한 무언가(?)를 준비를 못 했던 것이다.
그랬는데 그날 신은 스타킹이 삐삐 판타롱 스타킹이었던 것이다. 그 선생님은 그것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하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승욱이가 그 선생님과의 첫 대면에서 하필이면 그 삐삐 판타롱 스타킹을 먼저 만지게 된 것이다. (삐삐 판타롱 스타킹이 뭐냐면 약간 두툼한 스타킹인데 줄무늬에 얼룩덜룩한 무릎 밑까지 오는 여자들의 스타킹)
처음 스타킹이란 것을 만진 승욱이가 그 감촉이 신기했던지 한참을 만지며 또 연구(?)에 들어 갔었나보다. 그래서 그 선생님이 거의 일년 가까이 승욱이를 만나러 올 때면 그 웃기는 삐삐 판타롱 스타킹을 신게된 거다. 그래도 한국 아줌마가 그런 웃기는 스타킹을 신었으면 진짜 갓 정신병원 탈출한 사람으로 보았겠지만 미국아줌마가 그러고 다니니 그래도 봐줄 만은 했다. 가끔 선생님들은 그분의 모습을 보고 재밌다고 웃기는 했어도… 나 역시도…
또, 승욱이와 지난 3년간 호흡을 맞춘 트리샤라는 선생님이 계신다. 그 선생님은 작년 여름 방학때 가족들과 바닷가로 휴가를 갔다가 그만 자신의 트레니드 마크인 팔찌를 잃어 버렸다고 한다. 방학기간 동안 승욱이가 자신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자신만의 표시인 팔찌를 잃어버린 선생님은 부랴부랴 주얼리 가게로 가서 거의 비슷한 것으로 장만을 했다고 한다.
내가 오늘 왜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냐면 승욱이 학교 선생님들의 승욱이를 향한 아름다운 마음을 일부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일주일에 한번을 만나는 선생님이 있고, 또 두 번, 아님 세번을 만나는 선생님이 있는데 승욱이가 그 많은 선생님을 다 기억한다는 것은 승욱이가 특출나게 똑똑해서가 아니라 선생님들이 승욱이를 향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군들 삐삐 판타롱 스타킹을 매주 신고 싶겠고, 누군들 긴 머리를 몇삼년씩 고수하고 싶겠고, 또 누군들 항상 한 아이를 위하여 똑같은 것을 몸이나 아님 다른 부분에 달고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겠는가. 엄마인 나도 힘이 드는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겐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그렇다. 승욱이건 누구건 태초부터 하나님은 우리를 예정하시고 그때부터 사랑하시고 계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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