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09-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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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와의 교감

승욱이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그냥 애가 눈을 못 보나보다라고 생각을 하신다.
그리고 얼마 후 귀를 못 듣는 것을 알면 그때부터 눈이 휘둥그래진다. 거기다 말까지 할 수 없다고 하면 거의 표정은 망연자실 그 자체다. 나보다도 더 안타까워하면서 표정관리를 못하는 것을 난 종종 본다.
승욱이가 5세가 넘고 이젠 완전히 승욱이에 대해 적응을 하다보니 어떤 사람이 승욱이에 대해 물어봐도 이젠 좀 편하게 대답을 해줄 수가 있게 되었다. 그 중에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승욱이와 나와의 의사소통에 대해 가장 많이 물어보신다.
의사소통… 크… 승욱이는 간단한 수화를 할 수가 있다.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수화가 15가지 정도이고, 이해하는 단어는 휠씬 많다. 예를 들어 승욱이가 목이 마르면 나의 손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면서 입술에 내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그건 승욱이는 언제나 주스를 빨대로 먹기 때문에 빨대를 입에 가져다 달라는거다.
배가 고프면 내 손을 자신의 머리위로 올려놓는다. 그리고 내 손을 자신의 입가에 가져간다. 그러면 배가 고프다는 것이고, 집안에서 놀다가 어디에 살짝 부딪치면 아프다는 표현 또한 기가 막히게 한다. 나의 손을 자신의 다친 곳으로 가지고 가서 마구 쓰다듬는다. 거기가 아프다고 호~ 해달라는 거다.
하기 싫은 것, 더 하고 싶은 것, 그만 하고 싶은 것 등은 다 수화로 표현한다. 학교에서의 교육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기에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이가 수화를 하는 것일까?
그건 승욱이가 똑똑해서가 아니고 그만큼 반복학습을 시켰기 때문이다. 트리샤 선생님이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붙잡고 호흡을 맞춰온 결과이다.
승욱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아니면 사랑의 교실을 다녀와서 그리고 차임벨 교실을 다녀 와서의 자신의 기분을 나에게 다 표현한다. 사람들은 승욱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승욱이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왔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왔는지는 나를 만났을 때의 표정과 몸짓에서 난 다 알 수 있다.
사랑의 교실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뽀뽀를 받거나 안겨있고 사랑을 많이 받고 오는 날이면 나에게 엄청나게 뽀뽀를 해대고 나에게 폭 안겨 있는다. 그것을(사랑) 받고 왔다고 나에게 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굉장히 하기 싫은 트레이닝을 받고 온 날이면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내 목으로 올라타고 어깨를 짓누르고 나에게 자신의 머리를 들이받고… 스트레스 받은 것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하루종일 기분이 언짢은 날에는 나를 만났을 때 울먹이면서 나에게 안긴다. 서러움에 북받친 표정으로 나에게 표현을 한다. 내가 “어구~ 우리 승욱이 누가 그랬어, 응? 누가 우리 승욱이 슬프게 했어~” 라고 말하면 참았던 눈물을 뚝뚝 떨구며 운다. 그리고 몇초 후 금방 기분이 좋아지긴 해도 난 다 안다. 승욱이의 그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승욱이가 내는 소리 또한 난 다 알 수 있다. 찡찡거리는 소리 중에도 더워서 내는 소리, 배가 고파서 내는 소리, 목이 말라서 내는 소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내는 소리 등등… 난 다 알 수가 있다.
사람들은 다 같은 소리로 표현한다고 말하지만 엄마인 난 알 수가 있다. 그건 승욱이와 나와의 특별한 교감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아주 먼 옛날 하나님께서는 날 승욱이 엄마로 만들어 놓으시고 이 세상에 보내신 것 같다. 아니면 어떻게 내가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을까?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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