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라탈랑트’

2005-09-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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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룻배 선장과 시골처녀의
황홀한 로맨틱 러브스토리

꿈꾸듯 몽롱한 분위기 속에 순박한 두 남녀의 사랑을 아름답고 시적으로 그린 황홀한 로맨틱 러브스토리. 영화가 개봉된 1934년 결핵으로 29세로 요절한 프랑스의 장 비고 감독의 흑백.
라탈랑트는 거룻배 이름으로 영화는 이 배의 선장 장(장 다스테)과 아름다운 시골처녀 줠리엣(디타 팔로)의 결혼식장면으로 시작된다. 둘은 함께 거룻배를 타고 프랑스의 강과 운하를 지나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이 배에는 장외에 퉁명스런 노선원 페르 쥘르(미셸 시몽)와 심부름꾼 소년이 동승하는데 줠리엣은 다채로운 인간인 페르 쥘르와 친해진다. 어느 날 장과 쥘리엣은 한 마을 카바레에 들리는데 여기서 쥘리엣이 수작을 거는 세일즈맨과 춤을 추며 즐거워하자 질투에 못 견딘 장은 쥘리엣을 배에 데려다 놓은 뒤 혼자 나간다.
심술이 잔뜩 난 장이 배로 돌아온 뒤 쥘리엣은 혼자 몰래 파리구경을 하려고 배를 빠져 나온다. 화가난 장은 배를 몰고 떠나고 뒤늦게 돌아온 쥘리엣은 미아 신세가 된다, 그리고 장과 쥘리엣은 몸부림치고 잠 못 이루며 상대방을 그리워한다.
이에 페르 쥘르는 자신이 쥘리엣을 찾아 나서 르 아브르의 레코드 가게에 캐시어로 취직한 쥘리엣을 발견하고 장에게로 데려온다. 두 사람의 가슴 찡한 화해의 모습이 아름답다.
독창적이요 감정의 깊이를 가진 영화로 자욱한 안개 속의 거룻배와 밤 강변의 흘러가는 풍경을 찍은 촬영이 황홀무아지경. 특히 장이 “물 속에서 눈을 뜨면 연인의 모습을 볼 수 있대요”라고 한 쥘리엣 말대로 아내의 이미지를 찾아 물 속으로 뛰어들자 수면 위에 결혼 드레스를 입고 미소를 짓는 쥘리엣이 나타나는 장면은 비고가 얼마나 아름다운 시적 이미지의 소유자인가 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모리스 조베르의 음악도 로맨틱하다. 스타일과 분위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영화로 단순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으로부터 엮어낸 한편의 시다.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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