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프렌치 프라이·칩 등 유해 경고없이 못팔아”

2005-09-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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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검찰, 패스트 푸드업체 9개사 제소

과자·감자칩 등 170。C이상
고온의 기름에서 튀길 때
발암물질 아크릴아미드 생성
경고문 부착 소비자가 선택하게

참,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이 다 있다. 아무리 소송 좋아하는 나라지만 캘리포니아 주 검찰이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꽤나 이례적이다.
지난 8월26일 빌 로키오 캘리포니아 주 검찰총장은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주민발의안 65’를 위반했다며 소송 배경을 밝혔다. 주민발의안 65는 유해성분에 대한 소비자 경고를 의무화한 규정이다.
맥도널드, 버거킹, KFC, 웬디스 등 4개 대형 패스트푸드업체, 그리고 레이스 생산업체 프리토레이, 프링글스를 만드는 프록터 앤 갬블 등 포테이토칩 제조업체 등 모두 9개 회사는 암 유발 성분이 든 프렌치프라이와 감자 칩을 유해성 경고 없이 판매해왔다는 이유로 소송의 대상이 됐다.
이들 업체의 프렌치프라이와 감자튀김에는 암을 유발하는 아크릴아미드 성분이 각각 125배, 75배 이상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로키어 검찰총장은 프렌치프라이나 감자 칩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업체들이 경고문을 붙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권리를 줄 수 있게 하기 위함이 기소의 이유라 밝혔다.
이에 따른 법정 시정명령이 떨어지면 앞으로 프렌치프라이를 담는 용기에는 담배처럼 유해물질 경고문이 붙게 된다. 이번 소송은 검찰 측의 1차 경고성 조치지만 법정 명령이 내려진 후에도 시정되지 않으면 업체들은 형사 고발될 수 있다.
양파 링, 이태리 호박 튀김 등이 있지만 햄버거와 함께 먹는 먹거리 가운데 프렌치프라이만큼 일반적이고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없다. 그런데 궁금한 것 한 가지. 프랑스에는 정말 프렌치프라이가 있을까.
미국인들에게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열등감이 없지 않다. 새마을 운동이 한참이던 시절, 도깨비 시장에 진열된 미제물건들이 무조건 좋아보였던 것처럼 미국인들에게도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레이블은 일단 꺼뻑 죽을 만한 이유가 됐다.
정작 프랑스에서 프렌치라 불리지 않는 것들이 미국인들 사이에선 버젓이 프랑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샐러드에 뿌려 먹는 ‘프렌치 드레싱(French Dressing)’, 아침식사 메뉴인 ‘프렌치 토스트(French Toast)’, 진한 키스를 일컫는 ‘프렌치 키스(French Kiss)’와 더불어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 역시 마찬가지 케이스다. 같은 감자튀김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칩(Chips)’이라 하고 프랑스에서는 ‘뽐 프리뜨(Pomme Frites)라 부른다. 사실 프렌치프라이라 불리는 감자튀김이 처음 생겨난 나라는 벨기에다. 굳이 출신 나라를 밝히려면 ‘벨지언 프라이(Belgian Fries)’로 불러야 옳지 않을까.
프렌치프라이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 하나. 이라크전쟁 발발 후, 사사건건 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 때문에 속이 뒤틀린 미국 하원의원들은 하원 구내식당의 메뉴에서 프렌치프라이와 프렌치토스트를 빼버린 대신 ‘자유 감자(Freedom fries)’와 ‘자유 토스트(Freedom toast).’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요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프렌치프라이에 발암물질 아크릴아미드가 다량 함유돼 있4다는 파동은 올해 4월 시작됐다. 스웨덴 국립 식품청이 프렌치프라이, 시리얼, 구운 빵에서 아크릴아미드를 처음 발견한 이후 유럽 전역과 미국, 일본, 한국에서도 감자 칩과 프렌치프라이에서 이 물질이 나온 것이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쥐에게 암을 일으키지만, 사람에 대한 발암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발암 가능 물질.’
포도당과 아미노산이 고온에서 반응해 새로운 물질, 아크릴아미드가 생성되는 현상을 ‘메일라드 반응’이라 한다. 뜨거운 열에 노출된 겉 부분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구수한 맛을 내는 메일라드 반응을 식품회사들은 수십 년 동안 오븐에 과자와 칩 그리고 빵을 굽는 것으로 응용해 왔다. 메일라드 반응이란 명칭은 1912년 프랑스 과학자 루이 까미유 메일라드가 발견했다 해서 붙여졌다.
빵과 과자를 구울 때의 오븐 온도는 대개 170 이상, 프렌치프라이나 포테이토칩을 튀길 때 튀김 기구의 온도도 이 정도다. 프렌치프라이에서 아크릴아미드가 나오는 것은 감자를 고온의 기름에서 튀겨내기 때문. 미국식품의약국(FDA)도 “120 이하에서 가열된 음식에서는 아크릴아미드가 검출되지 않으므로 음식을 고온에서 장시간 튀기거나 굽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크릴아미드 없는 프렌치프라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물론 이제까지 혀가 길들여져왔던 프렌치프라이와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낮은 온도에서 튀기거나 팬 프라이한다면 발암물질 없는 건강한 프렌치프라이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스테이크의 딸림 요리로 프렌치프라이를 제공하는 많은 레스토랑들이 이런 방식으로 프렌치프라이를 만들고 있다. 맛을 더하기 위해 마늘과 파슬리 간 것을 위에 뿌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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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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