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나나잎 위 음식들 “웰빙 따로 없네”

2005-09-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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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가이드 /
싱가포르 바나나 리프 (Singapore’s Banana Leaf)

한 달 전쯤 자연친화적 식기, 바나나 잎사귀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잠깐 언급했던 싱가포르 바나나 리프(Singapore’s Banana Leaf)는 늘 분주한 파머즈 마켓 안의 식당. 여자친구와 무드 잡기 위해 일부러 찾지는 않을 분위기지만 2003년 11월3일, 셀러펀 라마 나산 싱가포르 대통령 내외가 직접 찾았던 곳이라 싱가포르 교포들 사이에서는 감개무량한 장소다. 싱가포르 바나나 리프 앞에는 푸드 코트 내에 있다는 이유로 1~2분만에 후딱 음식이 준비될 것을 기대하는 우리들을 향한 경고문이 걸려있다. “저희 음식은 주문을 받으면 셰프가 준비하기 시작하는 요리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의 음식은 패스트푸드가 아닌 정도를 훨씬 넘어선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주변 환경이 산만하지만 음식만으로 치자면 정성이 가득하고 맛있는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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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알바코어 튜나 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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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누들·코코넛 커리의 락사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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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스타일 볶음밥인 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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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잎으로 싼 가자미 살 전채, 오탁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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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넛 타마린드 드레싱의 로작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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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와 함게 서브되는 피 시 커리


싱가포르 출신 유대인 주인가족
동남아 요리 ‘척척’ 맛 또한 별미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요리. 주인장과 주방장 좀 뵐 수 있냐고 묻자 하얀 얼굴의 유대인 가족이 “제가 주인이고 우리 집사람이 주방장인데요” 하고 나왔을 때 뜨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코셔 푸드나 해드실 유대인이 웬 싱가포르 음식?
유대인 주인 다이애나와 아이크 가잘(Diana & Ike Gazal) 부부는 할아버지 전 세대가 사업상 이유로 싱가포르로 이주, 그곳에서 태어나 20년 이상의 세월을 살다가 다시 미국으로 들어온 역이민 가족. 어릴 때부터 매일 먹어왔던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요리는 다이애나에게 있어 우리가 젓갈 많이 들어간 김치와 젓갈 하나도 넣지 않은 시원한 김치를 구별하는 것만큼 익숙한 맛이다.
어린 시절 길거리를 오가며 식재료와 야참을 팔던 아낙네들에 대한 추억을 안고 있는 그녀는 싱가포르 현지 음식 얘기를 늘어놓으며 우리들이 고향 땅 먹거리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침을 삼키는 행동을 그대로 보인다.
싱가포르 바나나 리프에서는 모든 음식을 바나나 잎사귀에 내온다. 다 먹고 난 뒤 바나나 잎사귀만 거둬 버리면 따로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돼 환경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는 21세기에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며 지원 캠페인을 벌이고 싶은 곳이다.
한국음식을 잘 모르고 한 번 상을 받아본 외국인들은 아마도 고춧가루와 고추장 많이 쓴 한국 음식이 죄다 빨갛더라고 말할지 모른다. 싱가포르 음식을 떠올리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같은 노랑이 떠오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노랑, 연노랑, 주황색에 가까운 노랑 등 여러 색깔이 있고 그 색채만큼 맛도 다양하다.
인디안 빵, 로티 파라타(Roti Paratha)는 고소하고 쫄깃한 게 아주 맛있으니 기본으로 하나 맛보도록 하자. 가자미 살을 어묵처럼 만들어 바나나 잎사귀에 싸 내는 오탁오탁(Otak-Otak)도 우리들에게 익숙한 맛이다. 오이, 파인애플, 사과, 두부, 시금치, 숙주 등 과일과 야채를 피넛 타마린드 드레싱에 무친 로작 샐러드(Rojak Salad)는 파머즈 마켓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는 건강식. 부드러운 육질의 꼬치구이 사타이(Satay)는 닭고기와 쇠고기 두 가지가 있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커리 가운데 피시 커리(Fish Curry)는 아주 새로운 미각을 선사한다. 꼭 먹어봐야 할 인도네시아 스타일의 커리, 렌당(Rendang)은 코코넛, 칠리, 생강을 듬뿍 써 풍부한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인도식 볶은 국수, 미고랭(Mee Goreng)의 쫄깃한 면발은 가끔씩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인도식 볶음 밥 나시(Nasi)는 달걀프라이를 하나 얹어준 것이 학창시절 도시락 생각이 나게 한다.
동원 고추 참치 캔 맛이 나는 튜나 삼발(Tuna Sambal)은 화이트 알바코어 튜나를 매콤하게 맛을 낸 것. 라이스 누들과 스파이시 코코넛 커리 수프인 락사 수프(Laksa Soup)도 월남국수 좋아하는 한인들이라면 시도해볼 만한 메뉴. 참, 우리 빙수와 거의 비슷한 후식 아이스 카창(Ice Kachang)도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Tips

▲종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 동남아시아 요리. ▲오픈 시간: 월-토요일은 오전 9시-오후 9시. 일요일은 오전 10시-오후 7시. ▲가격: 전채는 1.50-7.95달러. 메인 디시는 6.95-8.95달러. 후식은 3-4.55달러. ▲주차: 파머즈 마켓 입구로 들어가 주차하고 티켓을 가져가면 2시간 무료 밸리데이션 티켓을 준다. ▲주소: 6333 W 3rd St. #122, LA, CA 90036. 3가와 페어팩스 코너 파머즈 마켓 내. 스타벅스에서 가깝다. ▲전화:(323) 933-4627.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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