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앙증맞은 골무·바늘방석 ‘눈에 띄네’

2005-09-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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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골무·바늘방석  ‘눈에 띄네’

전통 조각보 작가 안혜경씨(오른쪽 첫번째)가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에서 조각 골무와 사각바늘꽂이 만들기 강습을 하고 있다.

한국 전통 조각보 작가
안혜경씨 규방공예 강습

미국인등 참가, 바느질 익히기 진땀
열쇠고리 매달아 액세서리로 활용


지난주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에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전통 조각보 작가 안혜경씨와 함께 만드는 ‘골무와 사각 바늘꽂이 강습’이 열렸다.
알록달록 조각보 전시회를 위해 LA를 방문한 안씨가 갤러리측의 요청으로 특별히 마련한 규방공예강습이었다.
26일과 27일 양일간 실시된 이 행사에는 미국인을 비롯해 꽤 많은 한인 수강생들이 모여들어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끼게 했다.
안씨가 강습한 골무와 사각바늘꽂이 만들기는 전통 규방공예의 기초 과정이다.
골무는 바느질할 때 손끝이 찔리는 것을 막기 위해 손가락에 끼우는 반달형의 도구. 골무의 만듦새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골무에 자수를 놓아 장식성을 살리거나 조각보를 잇는 마음으로 비단헝겊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조각 골무가 대표적이다.
또, 사각 바늘꽂이는 바늘을 꽂아두는 물건으로서 바늘방석이라고도 하는데, 색색깔의 비단조각을 이어 만들거나 그 위에 꽃을 중심으로 가지와 열매를 수놓고 여섯 가닥 색색의 끈을 술처럼 늘여 보기만 해도 예쁜 장식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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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자수를 놓은 골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조각 골무를 안혜경씨에게 배워보자.
먼저 준비물은 감침질용 색실과 귀밥치기용 자수실, 바늘, 가위, 형형색색의 명주 조각천, 배접지(광목과 한지를 배접한 것) 2장, 광목 안감 2장, 본(겉과 안 2개), 가위, 둘째손가락 굵기의 나무봉이 필요하다.
조각천 잇기가 처음인 사람에게 제일 먼저 넘어야할 관문은 감침질용 색실을 바늘에 꿰고 매듭을 짓는 작업이다.
바늘귀에 가느다란 색실을 꿰어 오른손으로 바늘을 들고 왼손으로 실을 들어 1인치 가량 되는 지점에 매듭을 지어 바늘에 실을 고정시키고, 다시 다른 끝에 매듭을 지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진 않다.
다음은 도안을 구성한 후 조각천을 감침질로 이어 붙이기.
시접을 0.2∼0.3인치 가량 남기고 이어 붙인 조각천은 사방 2인치 정도가 돼야 골무 모양이 나온다.
이때 시접은 항상 가름솔로 하고 바느질하기 전 시접을 다림질해주면 감침질이 훨씬 수월하다.
조각천 이어 붙이기가 끝나면, 겉감 시접에 풀을 칠한 후 골무 모양의 배접지를 가운데 놓고 각이 지지 않도록 접어 넣은 다음 시접이 접혀 들어간 안쪽에 안감(광목)을 붙여 마무리한다.
완성된 앞뒤판의 안쪽을 마주 대고 자수실로 귓밥치기를 해야 한다. 귀밥치기란 튼튼한 접합 방법이면서 장식성을 겸한 바느질법을 말하는데, 귓밥치기를 끝낸 후의 모습은 머리를 딴 것 같다.
귀밥치기가 끝나면 손가락 모양의 나무봉을 골무 속에 넣고 모양을 만들면 조각 골무 완성.
전통 바느질에 익숙한 세대는 한두 시간이면 조각 골무를 완성한다지만, 바늘 잡기조차 서툰 세대에겐 산너머 산이다.
강습에 참가했던 미국인 바니씨는 색실을 바늘에 꿰고 매듭을 지으면서 연신 바늘이 손끝을 찌르자 “골무 하나 만들면서 선생님은 바늘로 손끝 찌르기를 몇 번이나 했냐”고 물었고, “마음이 조급하거나 마음이 평안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바늘에 찔리기 때문에 차분한 마음으로 조각보를 대하는 게 우선”이라는 안씨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완성된 조각 골무는 그 자체로도 쓰임새가 있지만 셀폰 줄이나 열쇠고리에 인형처럼 매달면 한국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앙증맞은 액세서리가 된다.
또한, 조각 골무를 잔뜩 만들어 예쁜 유리컵에 담아 테이블이나 책장 위에 올려놓으면 우아하면서 산뜻한 장식품이 된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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