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 ! 바다가 집안에 있네

2005-09-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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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 바다가 집안에 있네

조현숙씨가 이층 매스터 베드룸의 ‘선셋 윈도우’ 앞에 앉았다.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 자리가 이 집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곳이다.

샌타바바라 조현숙씨의‘위켄드 홈’

친자연 컨셉, 건축허가·완공까지 5년 걸려

샌타바바라의 작은 해변마을에 위켄드 홈을 지은 조현숙씨는 집안에 바다를 하나가득 들여놓았다. 바다 뿐 아니라 하늘도 들여놓았고, 나무도 심었으며, 돌과 조가비와 산호초, 그리고 해와 달과 별도 집어넣었다. 그 모든 자연이 크지 않은 집에 들어와 다 함께 자리잡았는데도 서로 부대끼지 않고 사이좋게 공존하는 이유는 집 전체를 직접 디자인하고 장식한 주인 조현숙씨의 남다른 감각 때문. 웨스트 LA의 유명한 컨템포 가구점 ‘블루 프린트’(Blue Print)의 사장이니 그녀가 이 집에 들여놓은 가구 하나, 벽에 건 그림 한 점, 각종 장식과 작은 터치 하나 하나가 얼마나 감성적이고 예술적인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집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손님방을 제외하고 집안 어디서나 바다를 만날 수 있도록 고안된 플로어플랜. 바로 집 앞에 면한 프라이빗 비치의 풍경과 파도소리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지어진 지고의 바닷가 별장이다.
특히 이층에 있는 매스터 베드룸은 이 집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다를 향한 2개 면을 유리로 처리하고 나머지 모든 공간, 벽은 물론이고 바닥과 침대와 가구까지 눈부신 흰색으로 들여놓아 이 방에 들어서면 세상은 하얗게 잊혀지고 바다와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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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옆쪽 창으로 보는 보이는 바다. 거실 앞면의 유리벽 전체를 열면 집 전체가 그대로 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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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오에 만들어진 콘크리트 랩 풀. 한사람이 수영할 수 있는 풀을 만들려고 했으나 시공 과정에서 작아져 장식용이 되었다.


주말에 1시간반을 달려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언제나 “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조현숙씨는 이 바닷가 창문을 ‘선셋 윈도우’라고 이름 지었다. 창문 앞 긴 의자에 누워 바라보는 해질녘 석양이 이 세상 어디에서 본 선셋보다 벅찬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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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쪽의 다이닝룸. 벽면을 파도 혹은, 샌드 듄 같기도 입체 라인이 넘실대는 흰색의 특수 패널로 처리해 아무 그림도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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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터 베드룸의 욕실. 창문으로 지금은 폐쇄된 링컨 아일랜드와 피어가 보인다. 콘크리트 욕조 위에 TV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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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바닥, 침대와 그림까지 흰색으로 처리한 매스터 베드룸. 침대 위 그림은 작가 송재광씨의 작품으로 한옥집 창호지를 연상하며 만든 작품이다.

“저 유리창문이 캔버스예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고 작품이니까 다른 아무 것도 필요 없지요.

자연의 재료와 풍경을 있는 그대로 살리고 받아들이는 친자연 컨셉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굳이 건축 스타일로 구분하자면 ‘오개닉 미니멀리즘’(Organic Minimalism)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조씨는 “흔히 모던 스타일이라고 하면 차가운 느낌이 들지만 자연을 살림으로써 따뜻한 마음을 불어넣었다”고 덧붙인다.
나무와 유리, 돌과 메탈을 많이 사용했으며 특별히 콘크리트의 과감한 사용이 눈에 띈다. 거실 바닥과 화장실, 바깥 패티오와 랩 풀(lap pool)을 아주 두껍고 견고한 콘크리트로 만들었는데 의외로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또한 집안 여러 곳의 특이한 위치에 스카이라잇을 내고 방마다 여러 모양의 창을 통해 자연광을 불러들인 것도 이 집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디자인. 작은 집안 곳곳에 섬세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곳이 많아 건축이 오래 걸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지 4,800 스케어피트, 건평 3,000평의 이 이층집을 짓는 데 조현숙씨는 5년이란 시간과 많은 공을 들였다. 산타바바라에서 10여마일 떨어진 작은 바닷가 마을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을 구입한 것이 2000년. 그 뒤 건축허가를 받는 데만 3년이 걸렸고 설계에 1년, 그리고 실제로 짓는데만 또다시 1년이상 걸렸다고 한다.

해변가에 주택을 짓는 일은 워낙 제한이 많고 까다로워서 관계당국과 끝없는 실랑이가 오갔다는 조씨는 “안전 문제 때문에 그렇겠지만 가능하면 못 짓게 하려는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였다”고 그 어려움을 토로했다.
파도가 들어오고 나가는 패턴을 조사해야 했고, 땅 밑에는 철근 박힌 콘크리트 기둥을 열 몇 개나 깊이 바위 속까지 박아야 했으며, 태풍과 쓰나미에 대비해 바다에 면한 문과 창문은 모두 이중 철문 장치를 해야했다고 한다.
허가가 나온 후에는 조현숙씨가 직접 고안한 디자인에 따라 전문 아키텍이 설계를 했고 그 플랜에 따라 컨트랙터가 집을 지었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 11월 추수감사절에 입주한 조현숙씨는 집안을 장식하는 가구와 그림, 액세서리, 심지어 그릇과 린넨까지도 자연과 싸우지 않는, 자연을 방해하지 않는, 자연보다 튀어나지 않는 작품들만 골라 그녀만의 휴식처, 위켄드 홈을 꾸몄다.
이 집에 모든 것이 다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오면서 보니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
컴퓨터.
요즘은 어느 집에나, 사무실에나, 심지어 들고도 다니는 컴퓨터가 한 대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일부러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이 집은 컴퓨터와 어울리지도 않고, 컴퓨터를 필요로 하지도 않거든요”

<글·사진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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