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맥주 마시며 독일 풍습 체험

2005-09-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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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랜스 알파인 빌리지
옥토버 페스티벌

인종의 용광로인 LA에는 사시사철 전 세계 다양한 인종들의 잔치가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2월, 고향 땅에서와 시기를 맞춰 열리는 브라질 삼바 축제, 춘삼월이면 거리를 물들이는 아이리시 페스티벌, 꽃피는 4월 체리 꽃 피어난 것을 함께 축하하는 일본 문화 축제, 5월 멕시코 인들의 축제인 씽꼬 데 마요, 7월 프랑스 독립기념일을 맞아 열리는 바스띠유 페스티벌…
이제 9월 말 코리아타운을 색동으로 물들일 한인 축제에 이르기까지 LA라는 다양한 꽃밭에는 일 년 내내 볼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야만 볼 수 있던 전 세계의 축제를 그 다양한 먹거리, 구경거리와 함께 한 곳에서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는 건 분명 LA를 살아가는 특권이다.
9월과 10월, LA의 하늘 아래선 바바리아인들의 축제인 옥토버 페스티벌(Oktoberfest)이 펼쳐진다.
토랜스의 알파인 빌리지는 LA에 옮겨다 놓은 작은 독일. 알파인 빌리지가 생겨나면서부터 옥토버 페스티벌도 함께 시작됐으니 올해로 벌써 34년째다. 축제가 열리는 곳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널따란 비어 가든(Beer Garden).
옥토버 페스티벌 기간 알파인 빌리지에는 평소 다른 인종에 치여 잘 보이지도 않던 푸른 눈, 금발의 바바리아 후예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다. 프랑스인들의 삶이 와인 빛처럼 붉게 물든다면 바바리아인들의 인생은 맥주 빛깔을 닮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것 같다. 이들은 축제 기간 동안 맥주를 마시며 젖소 짜기, 프리츨 먹기, 요들송 부르기 등의 다양한 행사를 즐긴다.
알프스의 목동과 소녀 같은 전통 의상을 입은 움파파 밴드는 나팔 소리 빵빵 울려가며 신나는 음악을 연주한다. 댄서들은 축제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바바리안 움파파 브래스 밴드의 연주에 맞춰 민속춤을 공연한다. 요들송, 왈츠, 독일 민요의 익숙한 멜로디가 귀에 울려 퍼질 때쯤 당신은 그들 틈에 섞여 함께 어깨를 감싸 안고 몸을 좌우로 흔들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축제의 열기가 무르익어갈 무렵이면 모두가 팔을 굽혀 요란한 날개 짓을 하며 치킨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치킨 댄스의 동작은 처음엔 아주 느리게 시작되지만 몇 차례 반복되면서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춤 속도가 빨라지면서 취기가 확 오른 바바리아인들의 얼굴엔 홍조가 가득하다.
축제 기간 동안 벌어지는 여러 가지 콘테스트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은 아마도 ‘스타인 (Stein) 잔 오래 들고 있기 대회’일 것이다. 무대에 올라선 참가자들은 굵은 팔뚝을 드러내 놓고 뚝심을 자랑하지만 2-3분 만에 무거워 팔이 자꾸만 아래로 내려간다. 이렇게 후보들이 다 떨어져 나가면 5분, 10분이 지나도 꿈쩍 않는 진짜 프로들만 남는다.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 소리, 추임새에 힘입어 젖 먹던 힘까지 짜내기는 하지만 1,2분도 아니고 잔을 어깨 높이로 들고 있기가 어디 그리 쉽겠는가. 무쇠 팔뚝을 가진 마지막 승자를 겨루는 대회에 임하는 바바리아인들의 진지한 표정에는 어린애기 같은 순진무구함이 엿보인다.
독일인 하면 떠오르는 고정적 이미지는 잔뜩 찌푸린 표정에 관념철학, 분석철학을 논하는 모습. 하지만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주종불문, 두주불사 술 마시며 노는 모습은 우리나라 술꾼들과 필적할 만큼 풍류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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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 페스티벌 유래

옥토버 페스티벌이 처음 시작된 역사를 좀 살펴볼까. 1812년, 독일의 뮌헨에서는 훗날, 바바리아 왕국의 왕이 된 루드비그 왕자와 마리아 테레사 공주의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 루드비그 1세는 삭소니아에서 데려온 신부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뮌헨 전역에 대대적인 잔치를 선포한다.
가을철인지라 축제는 수확과 결실, 그리고 뮌헨 지방 근처의 가장 유명한 산물, 맥주에의 헌사로 꾸며졌다.
손에 손마다 스타인 잔을 들고 잔이 넘치도록 맥주를 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드링크(Drink)’ 노래를 부르는, 마치 ‘황태자의 첫사랑’ 같은 장면이 뮌헨 전역에서 연출되었을 터이다.
왕자와 공주의 결혼기념일을 핑계로 한 그들의 한 판 신명나는 축제는 독일 전역에 나치의 붉은 깃발이 물결치고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져 내리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나면서도 면면히 이어졌다. 바바리아인들은 살고 있는 땅이 어디든, 옥토버 페스티벌을 함께 가져갔다. 이제 옥토버 페스티벌은 전 유럽 대륙은 물론 온 세계가 함께 축하하는 축제로 진화했다. 본래 축제는 10월 한 달 동안 열렸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는지 한 달을 앞당겨 일찌감치 9월부터 축하한다.


LA인근서 펼치는
옥토버 페스티벌

뮌헨에서 6,000마일 떨어진 LA의 하늘 아래 펼쳐지는 옥토버 페스티벌로 바바리아인의 후예를 만나러 떠나볼까.

▲알파인 빌리지(Alpine Village)의 옥토버 페스티벌 : 9월 9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말 계속된다.
스타인 잔 들기, 요들송 부르기 대회, 프리츨 먹기 대회, 나무 톱질하기 대회, 젖소 짜기 대회, 치킨 댄스 경연 대회 등 관객의 참여로 더욱 흥겨운 축제가 펼쳐진다.
이 행사를 위해 독일에서 움파파 브래스 밴드 두 팀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다. 메르케르샤우젠 움파파 브래스 밴드는 개막일인 9월 10일부터 10월 2일까지 연주를 하고, 10월 5일부터 폐막일인 30일까지는 한데르룸펜 움파파 브래스 밴드가 뒤를 잇는다.
현장에서 신선하게 만든 바바리아 음식과 직접 양조한 바바리아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쪾Tips: 9월 9일부터 매주 금요일은 오후 6시30분-새벽 1시. (21세 이상만 입장 가능) 입장료 5달러. 토요일은 오후 6시-새벽 1시. (21세 이상만 입장 가능) 입장료 5달러. 일요일은 정오-오후 7시. (패밀리 데이) 입장료 4달러.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LA Times나 인터넷을 통해 쿠폰을 다운로드 받으면 무료 또는 반값으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쪾가는 길: 1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Torrace Bl. 출구에서 내려 좌회전해 곧바로 알파인 빌리지 주차장이 나오면 우회전한다.
주소 833 W. Torrance Bl. Torrance, CA 90502.
전화 (310)327-4384. www.alpinevillage.net

▲올드 월드 빌리지(Old World Village)의 옥토버 페스티벌 : 1978년 9월부터 헌팅턴 빌리지의 올드 월드 빌리지를 물들여온 옥토버 페스티벌은 올해로 27회째를 맞는다.
9월 1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올드 월드 저먼 레스토랑(Old World German Restaurant)에서 열리는 축제에서는 퍼레이드 데이, 닥스훈트 레이스, 저먼 데이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맥주 마시기 대회에서 승자가 되면 그날의 왕과 여왕이 되는 영예를 안는다. 유럽에서 온 독일 움파파 브래스 밴드의 연주를 들으며 독일에서 수입한 정통 맥주와 함께 프리츨, 감자샐러드, 사우어크라우트, 애플 슈트들 등 맛있는 독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옥토버 페스티벌에서는 치킨 댄스를 배우는 시간도 마련된다.
행사 장소가 뮌헨처럼 넓지는 않지만 흥겨움은 똑같이 가져왔다.
쪾Tips: 수-금요일 오후 3시-6시30분 사이는 해피 아워로 무료입장, 무료 뷔페, 드링크 스페셜을 즐길 수 있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오후 6시30분-10시. (패밀리 나이트로 무료입장).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6시30분-새벽 1시. (21세 이상만 입장 가능, 입장료 10달러). 일요일은 오후 2시-7시30분까지. (입장료 4달러. 12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움파파 밴드 연주는 수-목요일은 오후 7시-10시, 금 토요일은 오후 6시30분-새벽 1시30분, 일요일은 오후 2시-7시30분.
쪾가는 길: 40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Beach Bl. South로 향하면 곧바로 Center Ave. 출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우회전해 조금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올드 월드 빌리지가 나온다.
주소 7561 Center Ave. #49 Huntington Beach, CA 92647.
전화 (714)647-7107.
www.oldworld.ws/okinfo.html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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