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겨움속 바다냄새 물씬 ‘봉쥬르’

2005-08-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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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가이드 / 프랑스 레스토랑
파스티스(Pastis)

‘파스티스’(Pastis)는 이미 몇 해 전, 독자들에게 소개했던 프랑스 레스토랑이다. 오늘 다시 지면을 할애하는 건 서너 가지 이유에서다. 오랫동안 파스티스를 운영해온 아르노가 최근 한인 스티브 김씨에게 이를 넘긴 후 인테리어, 간판, 메뉴, 주방장, 주인, 종업원, 와인 리스트, 말 그대로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전부다 바뀌었기 때문이다. 노란색이 포근한 프랑스 시골 느낌을 주던 실내는 세련된 도회지 분위기로 바뀌었다. 짙은 주홍과 하양 두 가지 색깔의 벽 사이에는 앙리 마티스의 그림, ‘댄서’에서 모티브를 따온 그림들의 하양, 파랑 대비가 강렬하다. 밤늦은 시각이면 이 벽면에는 ‘타인의 취향’ 등 컨템퍼러리 프랑스 영화 필름이 돌아가 한 판 영화제라도 벌어진 것 같다. 입으로 향기로운 와인과 음식을 맛보며 눈에 들여놓는 프랑스 영화의 단편들은 인생의 쓰고 단 맛을 오감을 통해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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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산 양고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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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론 향의 시푸드 스튜, 부이야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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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를 곁들인 바닐라 젤 라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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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과 오이를 넣은 아히 튜나 타르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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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새우 소테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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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뒷다리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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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탕 스타일로 조리한 조개


최근 한인이 인수 인테리어서 메뉴, 주방장까지 완전 교체
프로방스식 맛깔스런 요리와 와인 한잔 시간가는줄 몰라


다닥다닥 붙여놓은 테이블에 앉으면 옆자리 아가씨 남자친구의 사랑 만들기 습관까지 들려올 판이지만 양반 자제인 우리들처럼 이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는 누구 하나 없는 것 같다. 의자 위에는 커다란 쿠션을 놓아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서 제르몽이 비올레타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는 아들 알프레도에게 고향의 바다와 하늘을 기억하라고 노래하는 그곳, 프로방스. 코테 다쥐르를 따라 펼쳐지는 눈부신 바닷가, 아름드리 나무가 평화로운 그늘을 드리우는 프로방스 지방은 수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오브제가 되기도 했다. 이탈리아와 가깝고 해산물이 풍부해 그 맛이 담백한 프로방스 음식은 프랑스 요리 중 단연 최고로 칠 만 하다.
프로방스 지방 사람들이 식전에 즐겨 마시는 음료에서 이름을 딴 파스티스(Pastis)는 마르세이유와 프로방스 식 프랑스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LA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은 다 이리로 모아 놓았나 싶을 정도로 프랑스어가 귀에 흔하게 들리기도 한다.
“봉 쥬르!, 봉 소와르!”라고 인사를 건네는 가르송들은 모두 하나 같이 지중해 식 건강한 미소를 지녔다.
새 주인 스티브 김씨는 서른 갓 넘긴 젊은 나이지만 호텔 경영학을 전공하고 여러 사업체를 운영해본 탓에 젊은이들의 핫 스팟인 파스티스에 몇 가지 매력 포인트를 더한다.
우선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파스티스의 맛깔스런 음식을 여러 가지 맛볼 수 있는 프로방스 스타일의 타파(Tapas) 나이트를 마련했다. 가격 좋으면서 맛있는 와인과 함께 부담스럽지 않은 타파를 안주 삼아 좋은 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술처럼 무르익어 간다. 스티브 김씨는 직원들, 손님들과의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올 가을부터 칼리지에서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 항상 배우려는 반짝거리는 눈을 가진 그로 인해 파스티스는 고객들로부터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게될 것 같다.
패스트리에 싸인 달팽이요리(Escargot in Pastry)는 껍질 속 달팽이를 잘게 다져 새우와 함께 한껏 부풀린 패스트리 속에 넣은 것이 아주 특이한 맛. 플란차 스타일의 칼라마리(Calamaris a al Plancha)는 향기로운 허브에 살짝 볶은 꼴뚜기가 아주 연하고 부드럽다. 조갯살 요리(Sea Scallops in Pesto Sauce)는 이를 감싼 페스토 소스가 아주 향기롭다. 샌타바바라에서 매일 들여오는 홍합으로 조리한 홍합 찜(Steamed Black Mussels)은 야들야들한 질감이 관능적이며 바게트로 접시 바닥까지 찍어먹을 만큼 그 국물이 맛있다.
아히 튜나 타르타르(Ahi Tuna Tartar)는 잣과 오이를 넣고 참기름으로 무쳐 우리 입맛에 딱. 프로슈또, 치즈, 토마토를 넣은 스페인 풍의 타르틴(Spanish Tartine)도 짭짤한 것이 입맛 돋우는 전채다. 타이거 새우 소테 샐러드(Sauteed Tiger Shrimp), 무화과와 프로슈또 샐러드(Black Mission Fig & Prosciutto Salad)는 모양새도 예쁘고 맛의 조화도 예술적이다. 개구리 뒷다리(Sauteed Frog Leg) 요리는 설사 혐오식품이라는 생각을 안고 왔다 하더라도 이를 불식시킬 만큼 맛이 좋다.
양고기 요리(New Zealand Lamb Rack)는 아몬드 토스트와 파슬리 살사를 곁들인 점이 특이하고, 사프론 향을 더한 시푸드 스튜, 부이야배스(Bouillabaisse)는 코테 다쥐르의 찬란하게 부서지는 파도와 폐부 깊숙이 다가오는 바다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맛이다. 한 달에 한두 차례 마련되는 와인 시음과 시식회는 와인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꼭 참석할 만하다


Tips

▲종류: 프로방스, 마르세이유 스타일의 프랑스 요리 ▲오픈 시간: 디너만 일-목요일은 저녁 6-11시, 금·토요일은 12시까지. ▲가격: 타파 메뉴 6달러, 전채 8-13달러, 메인 디시 15-26달러. 후식 6달러. ▲주차: 발레 파킹 4달러. ▲주소: 8114 Beverly Bl. LA, CA 90048 Beverly 길을 타고 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Crescent Heights를 지나 왼쪽으로 나온다. ▲예약 전화 (323) 655-8822.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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