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2005-08-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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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적 친절행위(Random Acts of Kindness)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창조해 내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 누구에게나 친절행위를 하자는 운동단체이다. 친절을 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릴레이식으로 그 친절행위를 돌려주어 친절의 도미노 효과를 유발시키는 운동이다.
자신의 삶이 기쁨과 행복감으로 채워지기 원하는가? 친절한 사람이 되어보자. 친절한 행위는 의도적인 연습을 필요로 한다. 우선 즉흥적인 친절행위를 해보자. 수퍼마켓에서 긴 줄에 서있기 힘든 상황에 있는 아기엄마를 먼저 가게 한다든지, 길을 가다 어느 사람의 짐을 들어주거나 길을 안내해 준다든지, 좁은 길목이나 차안에서 자리를 비켜준다든지,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친절들은 어디든지 널려 있다.
또 친절한 행위를 조직적으로 할 수 있다. 이웃 노인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간식을 가져다준다든지, 양로원, 고아원,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든지, 다리를 다친 이웃집의 잔디를 깎아준다든지, 상심한 이웃에게 위로의 카드를 보낸다든지.
친절함을 베푼 결과는 무엇보다도 내가 기쁘다는 것이다. 자기 유익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한 차원 높은 존재 방식으로 사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친절을 베풀 때, 자신이 관대하고 유용성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든든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갖게 된다. 친절은 자긍심을 높이고 낙천적 태도를 심어준다. 또 정신건강에 불필요한 고립과 외로움, 적대감을 약화시키고 스트레스를 낮추어준다. 결과적으로 위장병, 심장병, 중풍 등 신체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고 많은 실험결과들이 말하고 있다.
달리기하는 사람들에게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현상이 있다. 뛰기 시작하면서 15 분 정도는 몸이 고통스러운데 일단 그 시점을 지나면 점차 뛰는 고통이 사라지면서 기분이 고조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친절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친절한 행위를 할 때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원더풀한 느낌, “그래 바로 이거야” 라고 반응하는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두뇌에서 방출되는 도파민과 엔돌핀이라는 뇌전달 물질 때문에 자연적으로 생기는 극치감이다.
‘헬퍼스 하이’야 말로 장기적인 정서적 웰빙을 가져다주는 친절 행위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보상이다.
“친절은 귀머거리도 들을 수 있고 장님도 볼 수 있는 언어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친절은 받는 사람에게 상큼한 기쁨을 안겨 준다.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기를 의도적으로 연습하자. 그러다 보면 친절이 거의 반사적 행동으로 자리잡으며 나의 인격과 삶의 일부가 되고, 나의 삶은 물론 우리 모두의 삶이 조금 더 달콤해 질 것이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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