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담배 연기로 피터 제닝스는 사라지고

2005-08-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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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5일 폐암진단을 받은 ABC앵커 피터 제닝스는 8월7일 올해 폐암사망자 16만3,510명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피터는 9세부터 라디오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을 시작으로 자기 하는 일에 일선을 달리며, 정확하고 신속하고 호기심에 찬 ‘가장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언론인’으로 또 언론 지도자로 평을 받았다. 화목한 가정에 자상한 아버지로 고등학교와 대학졸업을 못한(안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딸의 졸업을 감격스러워하던 그의 모습이 생생하다.
인정과 사랑이 많고 감상적인 그는 음악 특히 재즈를 좋아해서 ‘재즈와 제닝스’그룹을 창단하고 진행해 오던 음악애호가이기도 하다. 13세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그는 20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 이후 피터에게는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국가의 위기와 참상을 보도하면서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이고 또 하나는 캐나다 시민권을 지키고 있었던 그가 절실한 미국인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미국 시민이 된 것이다. 그로부터 4년 이후 그가 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수술도 하기 어려운 상태의 폐암으로 4개월만에 사랑하는 가족이 모인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치료 후 돌아오겠다던 그의 확신도 매일 저녁 TV 앞에서 기다리던 시청자들의 바람도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그의 사망을 알리자 2만5,000명이 ABC웹사이트에 애도를 표시했고, 수만 명이 금연을 약속했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담배로 죽는 사람이 늘어간다. 올해도 39만명의 미국인이 흡연과 연관된 질병으로 죽을 것이다. 이 숫자는 에이즈, 마약 중독, 차 사고, 살인을 합한 사망보다 높아서 죽는 사람 6명 중의 1사람이 흡연 때문이라는 통계이다.
담배는 여자들에게 더 해롭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젠과 남자보다 작은 폐 사이즈가 이유이지만 예민한 뇌 활동과 정서 감정이 중독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간접흡연으로도 폐암에 걸릴 수 있으며 현재는 여성의 폐암 사망률이 유방암과 자궁암을 합한 숫자보다 더 높다. 담배는 폐암뿐만 아니라 피부를 엉망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임신한 여성에게는 유산, 사산, 조산과 여러 가지 임신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암으로 죽는 남성의 첫 번째 이유는 흡연이다. 질병으로 사망하는 남자 중에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10배가 넘고 폐암으로 죽은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22배가 된다.
담배는 어린이들의 문제이다. 6학년 학생의 26%, 8학년 학생의 50%, 9학년 학생의 75%가 담배 핀 경험이 있거나 계속 담배를 피고 있다. 현재 마리화나 사용자의 47%가 12-17세에 담배를 피웠으며 마약을 하는 아이들의 90%가 담배로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7,000만 아이들 중 2,000만이 흡연자이며 그 중에 500만이 담배로 인해 죽을 것이라는 무서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 담배 때문에 치르는 값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담배 값을 빼고도 담배로 인한 질병에 쓰여지는 국가 의료비가 매년 6,500만달러인데 이것은 매년 미국인당 262달러를 나눠 줄 수 있는 금액이다.
금연은 자신을 위한 일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또 사회를 위한 일이다. 다음은 미 폐 보건 협회(American Lung Association)의 금연 팁이다.
1) 자신이 금연 날짜를 정한다. 2) 집, 사무실 또 차에 있는 담배 재떨이 성냥, 라이터를 모두 없앤다. 3) 칼로리가 높지 않은 스낵을 가지고 다닌다. 4) 가능한 한 금연지역에서 시간을 보낸다. 5) 주위 사람들에게 담배 끊으려는 자신의 결심을 알린다. 6)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대신 할 일: 찬물을 마신다든가, 팔을 휘두르며 빨리 걷는 것, 제자리에서 뛰는 등 간단한 것을 계획한다. 7)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담배를 오래 핀 사람들은 ‘이제까지 아무 일이 없었는데, 나는 예외야, 끊기는 너무 늦었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우나 천만에!! 오랫동안 줄담배를 피웠어도 끊는 순간부터 몸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좋아지기 시작한다. 담배를 끊은 지 1년 내에 심장마비 일으킬 확률이 반으로 준다. 5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의 반열에 서게 된다.
이미 담배로 상한 폐는 다시 고쳐지지 않지만 담배를 끊는 순간부터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기침과 가쁜 숨이 준다. 담배를 끊는 순간부터 입과 목줄의 암 발생률이 준다. 천식이 있는 사람은 담배를 끊는 순간부터 천식 발작이 준다. 담배를 끊으면 남자들의 성생활이 활기차다.

김준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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