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UCLA 미대교수 임원주씨

2005-08-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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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미대교수 임원주씨

플래스틱을 주재료로 모던한 도시 구조물을 만들고 프로젝션을 통해 빛을 통과시켜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설치 미술가 임원주씨.

“교수로… 작가로… 언제나 새삶 ”

“LA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작품활동과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는 것이 그다지 특이한 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좋은 예술학교도 많고, 또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구적인 예술가들이 많은 편이죠” 이런 분위기에 젖어 열심히 작업하고 공부하다 보니 ‘운 좋게’ UCLA처럼 좋은 대학에서 강의도 맡게 되었다는 젊은 예술가 임원주씨. 현재 UCLA 아트스쿨 1, 2학년생들과 대학원생들을 위한 조각 클래스 강의를 맡고 있는 1.5세대 한국인 교수다.

스스로 ‘운이 좋아서’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녀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학도였다. 졸업과 동시에 건축 사무실에서 일했던 그녀가 순수 예술(Fine Art)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건 20세기가 지난 요즘에서야 건축학상을 수상한 최초 여성이 나올 정도로 유난히 여성을 무시하는 건축분야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상사가 설계한 대로 도면을 그려야 하는 일에 금새 싫증을 느낀 그녀는 미련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작품 활동하면서 ‘무언가 저지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랑 무턱대고 갤러리를 빌려서 스스로(?) 전시회를 열었죠. 때마침 오스트리아에서 온 큐레이터 눈에 제 작품이 띄었나봐요. 작품을 가지고 비엔나에서 전시회를 열자는 제의를 받았어요”
그 이후로 그녀는 비엔나, 베를린, 룩셈부르크 등의 유럽에서 활발한 전시회를 가졌고, 현지 반응이 좋아 아예 베를린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되었다. LA 생활 패턴에 익숙했던 그녀에게는 언어, 음식 등이 전혀 다른 베를린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활동에만 포커스를 두고 본다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아트 딜러나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임원주’라는 이름과 시네마틱 설치미술(Cinematic Installation Art)인 독특한 작품 세계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
한편 다시 LA에 돌아온 그녀는 작품활동 못지 않게 가르치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좋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교수 덕분에 오래지 않아 UCLA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지금처럼 작품 활동과 강의를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 활동 못지 않게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일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작품 활동을 하는 느낌이랄까. 학생들이 나를 깨어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한곳에 머무를 수가 없어요. 항상 새로워져야 하는 예술가에겐 좋은 자극이 아닌가 싶어요”
그녀의 집 한쪽, 차고처럼 생긴 건물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그녀는 개인생활과 작품 활동이 서로 뒤섞이지 않도록 ‘이중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꾸려가고 있다. 오전 9시면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간단한 아침도 준비하고, 인근에 사는 어머니와 종종 점심도 함께 하며, 주말에는 밀린 빨래와 장도 보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 하지만 오는 9월 샌타모니카에서 열릴 전시회 준비에 열심인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전혀 다른 예술가의 모습이 느껴진다.
임원주씨의 작품 세계는 구글(www. google.com)에 접속해 WON JU LIM을 입력하면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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