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벌한 팔레스타인 국경 검문소

2005-08-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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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쪽 도시와의 차이,
멕시코의 티화나와 미국의 샌디에고 연상케 해

미모의 여성보안관

이집트 쪽에서 넘어가는 이스라엘 국경검문소(사진)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입국 심사관을 세 번이나 인터뷰해야 하는데 세 번 다 똑같은 질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답지 않게 비능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다.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이 나오는가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말이 조금이라도 왔다갔다하면 다른 방으로 데려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는데 어떤 경우는 1시간이나 걸리는 모양이다.
특이한 것은 검문소의 입국심사 요원이 젊은 여성들이라는 사실이다. 아랍쪽 국경 초소가 정복차림의 나이든 경찰관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까다로운 데도 별로 기분이 상하지는 않는다. 인터뷰 스타일도 독특하다. 책상을 놓고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보이는 나무 밑으로 입국자를 데리고 가 조용조용히 물어본다. 더구나 이들은 공무원 유니폼을 입지 않고 사복차림이라 데이트하는 기분이다. 반면 여성들의 조장은 하나 같이 선글라스를 낀 젊은 남성들이며 한 눈에 그가 보안요원임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로 넘어가기 전 가이드가 신신당부하는 말이 있다. 공항이나 검문소에서는 아무리 짐이 많고 무겁더라도 끌고 다니라고 충고한다. 화장실에 갈 때도 짐을 밖에 놔두지 말고 갖고 들어가라고 한다. 도둑이 많아서가 아니다. 주인 없는 짐은 이스라엘에서는 일단 폭발물로 취급하기 때문에 로봇이 쏜살같이 달려와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폭파시킨다는 것이다.
출국할 때 짐을 샅샅이 조사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이스라엘뿐이 아닌가 싶다. 텔아비브 공항에서 세 번이나 짐을 조사하는데 검사할 때마다 자신들만이 알아보는 딱지를 짐에 붙여 놓는다. 이 사람은 오케이라는 것인지 위험인물이라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 때도 젊은 여성들이 주로 검사하고 뒤에서 선글라스 낀 남자가 지켜보는 식이다.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들어가는 검문소는 더 살벌하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기관단총을 메고 있고 그 옆에는 완전 무장된 지프가 대기해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낮에 예루살렘에 건너와 호텔, 식당 등에서 잡일을 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때문에 매일 국경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 지역으로 넘어오면 마치 멕시코 티화나에서 미국의 샌디에고로 넘어왔을 때 기분이다. 도로나 건물이 너무 차이가 나 빈촌에서 부촌으로 온 느낌이다.
예루살렘에는 아랍인들만 거주하는 지역이 있는데 이 곳 주민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아랍계이며 팔레스타인인들과는 구별된다. 이 지역에서도 가끔 데모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스라엘 경찰이 순찰을 한다. 특히 예루살렘 성안에 있는 ‘통곡의 벽’은 유대인들의 성역이라 들어가기 전 가방이나 백팩을 검문소에서 다 뒤진다. 이스라엘은 말이 민주국가이지 시내 치안상황은 왕년의 공산국가 못지 않게 살벌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성지순례 관광산업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막대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는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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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팔레스타인인을 검문소 뒤로 데려가 따로 조사하고 있는 이스라엘 경찰, 폭탄재킷을 가장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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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바로 옆에 있는 팔레스타인촌 전경.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이스라엘쪽에 나가 막노동 하는것이 유일한 수입원이며 생산업체라고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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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촌 시내. 이스라엘에서 도난당한 차는 팔레스타인에 가서 찾으라는 조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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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쪽에서 본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검문소, 베들레헴에 가려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게 된다. 이 검문소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통과해 ‘가자’지역 보다는 덜 살벌하다. 자살폭탄 공격을 막기위해 시멘트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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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 부근에서 비상출동 대기하고있는 이스라엘 전경대원들. 남녀가 병역의무를 가져 여성전경대원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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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구시가의 아랍인촌 상가거리. 이스라엘 순찰경관이 보인다.

이 철
<이사>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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