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라밴드’ ★★★★★(5개 만점)

2005-07-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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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band)
이혼한 전 남편의 가족분쟁에 휩쓸려

스웨덴의 명장 잉그마르 버그만의 오래 전 이혼한 나이 먹은 두 남녀와 아내를 잃은 음악가인 중년 남자와 그가 집착하는 젊은 딸간의 관계의 이야기로 인연의 질긴 후유증을 사변적으로 탐구한 ‘콘체르토 그로소‘의 양식을 갖춘 드라마다.
버그만이 자기 영화에서 많이 사용한 스웨덴의 두 명우 얼란드 요젭손과 자기 아내였던 리브 울만이 가슴 아프도록 깊고 감동적인 연기를 한다. 이 영화는 버그만의 걸작인 ‘결혼의 장면들’(1973) 등의 후일담이라고 하겠다.
과격한 신교도 목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종교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사이에서 갈등했던 버그만의 영화는 대부분 자전적인 것으로 이 영화도 자신의 얘기나 마찬가지. 신과 아버지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식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나이 먹은 마리안(울만)이 자기 앞 테이블 위에 놓인 옛날 흑백 사진들을 들춰보면서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시작되고 끝이 난다. 어느 가을 갑자기 마리안은 30년 전에 헤어진 전 남편 요한(요젭손)을 찾아가기로 결정한다.
시골 산 속에 있는 여름 별장에서 혼자 지내는 요한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격정적이요 까다로운 성격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데 갑자기 찾아온 마리안을 반갑게 맞는다. 둘은 과거를 얘기하며 마치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부부처럼 다정하다.
이 집에는 요한의 아들 헨릭(뵈예 알스테트)이 첼리스트인 딸 카린(율리아 두프베니우스)과 함께 묵고 있는데 부녀간에 첼로를 가르치고 배우며 산다. 그런데 헨릭은 카린에게 근친상간적으로 집착한다.
요한과 헨릭의 관계는 긴장감이 터질 듯이 팽팽한 사이로 둘 다 2년 전 사망한 카린의 엄마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죽은 카린이 산 사람들에게 커다란 의미로 자기 존재를 드리운다. 이런 불협화음이 연주되는 가족관계 속에 들어선 마리안은 자기 뜻과 관계없이 이들의 복잡하고 불안한 세력다툼에 휘말려들게 된다.
인간관계의 어려운 상황에 관한 분석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R. 21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빌리지 3(800-Fandango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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