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륙이 품은 대 자연의 ‘보고’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가다

2005-07-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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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이 품은 대 자연의 ‘보고’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가다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을 통과하는 도로가 국립공원을 관통하고 있어 서부 대자연의 웅장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덴버 북서쪽 2시간

로키산맥은 캐나다에서 미국을 거쳐 멕시코에 이르는 북미 대륙의 등뼈로서 서부와 동부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2,800여마일에 이르는 세계 유수의 이 거대한 산맥 중간에 해당하는 콜로라도의 일부를 따서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는데 이것이 로키 마운틴(Rocky Mountain) 국립공원이다.
191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콜로라도의 주도인 덴버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에스테스 팍(Estes Park)과 그랜드 레이크(Grand Lake) 두 도시 사이에 위치한 이 곳은 서부 대자연의 웅장함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을 통과하는 도로가 국립공원을 관통하고 있으며 고도 차가 심한 관계로 공원 내에는 900여종의 식물을 찾아볼 수 있다. 250여종의 조류, ‘빅 혼 십‘(Big Horn Sheep)을 위시한 야생동물을 비롯 60여종 이상의 포유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공원의 고지대는 여름철에만 일반에게 공개되는데도 불구하고 연 300만명의 방문객들이 이 곳을 다녀간다. 초여름의 야생화로 한껏 치장되어 있는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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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만들어낸 40여개의 아름다운 호수가 공원 방문객들을 기다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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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파운드가 넘는 대형 엘크 사슴 등 60여종 이상의 포유동물이 공원에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기후대에 펼친 야생의 멋
승마·낚시등 아웃도어 레포츠 천국

덴버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타고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 인근 도시인 윈터 팍(Winter Park)으로 향한다. 알파인 스키 타운으로 인구 3,000여명의 윈터 팍은 여름철 관광객을 유치를 위해 최근 테마공원이 들어서고 고지대로 올라가는 스키 리프트도 운행되면서 서머 리조트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잘 꾸며진 인테리어를 갖춘 로컬 레스토랑과 대형 호텔 리조트마다 관광객들을 맞이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립공원은 원터 팍에서 40분 정도 떨어져 있다. 국립공원의 서쪽 입구인 카윈니치 비지터센터(Kawuneeche Visitor Center)에서 입장료(20달러)를 지불하고 드라이브 코스가 담긴 지도를 받았다. 페어뷰 커브(Fairview Curve)로 불리는 도로를 따라 산을 오르자 얼마 못 가서 작은 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구경하는 곳인데 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콜로라도 강이 시작되는 지역이다.
남가주에서 사용되는 물 20%를 콜로라도 강에서 끌어들인다. 이 초대형 강의 시작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폭이 2~3피트도 되지 않는 작은 계곡류가 콜로라도, 유타, 네바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를 거치면서 서부지역 최대의 젖줄이 되는 것이다.
계곡 주변에는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이제 막 말을 타고 출발하려는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이 이 곳이 관광지임을 알리고 있었다.
지구상 해발 1만피트 지역에 만들어진 도로는 거의 찾기가 힘들다. 스위스 알프스 일부 지역을 통과하는 도로와 바로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지나는 34번 트레일 리지 로드(Trail Ridge Road)가 전부다. 구불구불 2차선 도로가 산등성이에 곡선을 그리면서 올라가는데 도로 옆은 그야말로 수천피트의 낭떠러지로 그 흔한 돌난간도 찾기 힘들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을 한다. 주변 절경을 훔쳐보다가 잘못 실수를 하면 바로 황천길로 빠지게 된다. 다행히 차를 세우고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만들어 있어 자주 차를 세우게 된다.
공원 정상 가까운 곳에 있는 알파인 비지터 센터(Alpine Visitor Center)의 고도는 1만1,796피트. 덴버의 기온보다 항상 화씨 30도 내외가 낮다. 그 이유는 1,000피트가 높아지면서 기온이 4도 내외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6월말인데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아이들은 한여름에 눈싸움을 한다. 눈 사이로 새싹이 자라고 있는데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산양들이 트레이드마크인 크고 둥근 뿔을 흔들면서 싹들을 씹고 있다. 관광객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계속 사진을 찍지만 산양들의 신경은 땅 밑으로만 향해 있다.
트레일 리지 로드는 빙하가 깎아 내린 로키 마운틴 고지대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도로다. 빙하가 만들어낸 지형을 일반인들이 지구상 그 어느 곳보다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은 20억년 전 광대한 바다 밑에 잠겨있었다. 이때 공원 지대는 지상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지하에서 장시간에 걸친 냉각에 의해 화강암 등으로 변화됐다. 당시의 암석층이 이곳 로키 산맥의 기본 토대가 되었는데 지역에 따라 그 질과 모양이 다른 것은 그후 몇억년간의 복잡한 지각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그후 수천만년 동안 바다 밑에 들어가 있던 이 지역은 약 7,000만년 전부터 다시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높은 곳은 2만피트까지 올랐으나 계속되는 침식에 다시 평범한 야산으로 변해갔다. 그 후 2,500만년 전에 다시 솟아오른 것이 오늘날의 로키산맥의 형태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는데 100여만년 전부터 수차 계속된 대빙하의 작용으로 산봉우리와 계곡의 모양이 크게 달라졌다. 약 4,000년 전에 이곳에서 사라진 빙하의 잔재를 이 산맥 높은 곳에서 아직도 볼 수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로키 마운틴 분수령 부근에는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지역 같은 툰드라 지대가 있고 그 밑에 역시 아한대성 수목이 있는 지대와 점차 고도가 낮아지면서 소나무 종류가 서식하는 삼림지대에서 목장지대로 내려오게 된다. 가장 높은 곳에는 지형에 따라 만년설이 있어서 한 여름에도 녹지 않은 눈을 볼 수 있고 그 부근의 툰드라 지대에는 북극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화초가 서식한다.
수많은 관광지 중에 베어 레이크는 공원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에스테스 팍에서 남서쪽으로 약 10마일 정도 떨어진 이 호수의 물은 차디찰 정도로 맑고 청명하게 빛났다. 호수 주변에는 저산 지대와 아고산(sub-alpine) 지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미루나무와 높이가 70피트나 되는 라지폴 소나무(lodgepole pine tree)가 울창하게 펼쳐져 있어 호수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호수 주변에는 가벼운 하이킹 코스들이 여러 가닥 나 있어 등산과 같은 무거운 발걸음보다 가벼운 하이킹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붐비는데 가장 이상적인 하이킹 코스는 베어 레이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님프(Nymph) 레이크, 드림(Dream) 레이크를 지나 에메랄드(Emerald) 레이크까지 가는 코스다.
간단하게 베어 레이크 주변을 한 바퀴 돌며 가벼운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는데 산새들이 지저귀는 숲 속에서 파랑새를 발견하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몸길이가 3인치인 다람쥐처럼 생긴 마모트(marmot)란 작은 동물을 바위틈에서 만나 과자 부스러기를 주며 갉아먹는 모습을 관찰하는 일도 이 곳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 중 하나다.
이외의 주요 관광지로는 수십마리의 엘크(elk) 사슴과 무스(moose)가 한가롭게 오후 햇살을 즐기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카원니치 밸리(Kawuneeche Valley), 콜로라도 강의 지류가 흘러내리면서 야생화의 물결이 넘치는 네버 서머랜치(Never Summer Ranch), 트레일 리지 로드와 이어지면서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는 그랜드 디치 트레일(Grand Ditch Trail), 금을 찾아 1만피트 고봉들을 누비던 광부들의 이름을 딴 마이너 패스(Miner Pass), 로키 마운티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어 레인지 오버룩(Gore Range Overlook), 사슴들과 함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모레인 팍(Moraine Park), 빙하가 만들어낸 로키 마운틴 절경의 알파인 호수들이 모여 있는 글레이셔 고지(Glacier Gorge), 로키 마운티 최고봉인 롱스 피크(Longs Peak)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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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마리의 사슴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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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사슴들과 함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모레인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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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고지대 바로 옆을 지나는 트레일 리지 로드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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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낚시 등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LA에서 덴버까지는 항공편을 이용하면 되는데 인터넷 스페셜을 찾아보면 성수기인 여름철에도 200달러 내외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공원에서 렌터카를 빌려 구경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데 로키 마운틴은 물론 덴버, 콜로라도 스프링스, 아스펜, 베일, 두랭고 등 수많은 관광지를 모두 답사하기 위해서 여행 일정을 5일 이상으로 잡는 것이 좋다.
로키 마운틴은 덴버에서 I-25 North를 타고 시내를 빠져나가면서 만나는 I-36번으로 북상하면 옛 탄광 도시 Boulder를 지난다. I-36은 Route 36 Country Road로 바뀌며 다시 34번으로 바뀐다. 동쪽 입구인 Estes Park을 통하여 36번 도로를 따라 Visitor Center를 거처 1만2,324피트의 플랫탑마운틴 근처로 가면 베어 호수로 통하는 베어 레이크 로드를 만난다. 베어 레이크를 구경하고 다시 나와서 34번 트레일 리지 로드 W.를 타고 로키 마운틴의 하이라이트인 1만2,274피트의 스노 드리프트 픽으로 향한다. 알파인 비지터 센트를 방문하고 그랜드 레이크에 도착하면 로키의 극치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되돌아가지 말고 34번 South를 타면 윈터 팍, Central City, Black Hawk Casino, Mt. Evans로도 연결이 된다 입장료는 차 1대당 20달러.
문의 (970)58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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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인근에 있는 스키 리조트 윈터팍에는 테마공원이 들어서면서 여름철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숙박

공원 안에는 국립공원국 관리하의 숙박시설은 없으며 공원 입구에 자리한 에스테스 팍과 그랜드 레이크 타운 그리고 윈터 팍내 리조트 호텔, 레스토랑, 상점 등이 조성되어 있다.
원터 팍과 에스테스 팍은 관광지이므로 숙박비가 비싸다. 중심가의 모텔인 경우 하루 숙박비는 더블룸 기준으로 60~80달러 정도.
가족과 함께 여행할 경우 콘도를 예약하면 좋은데 대표적인 예가 윈터 팍에 있는 아이언 호스 리조트(www. ironhorse-resort.com)이다. 기본 숙박시설은 물론 취사시설, 헬스클럽 등이 마련되어 있다. 숙박료는 1베드룸 기준으로 150달러 정도이다.
호텔도 많은데 할러데이인(Holiday Inn·101 S. St. Vrain Ave.)과 같은 유명한 호텔 체인업소도 여름철 성수기에는 최소한 144달러까지 오른다. 스탠리 호텔(Stanley Hotel·333 Wonderview Ave.)이나 리버송 호텔(Riversong Hotel·1765 Lower Broadview Dr.)은 안락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변 경관을 조망하기 좋은 객실을 지니고 있다. 객실료는 약 100~200달러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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