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식에게 물려주는 직업

2005-06-30 (목)
크게 작게
“의사라는 직업 생각보다 돈도 많이 못 벌어요. 너무 힘들어서 사명감이 없다면 정말 권장할 만한 직업은 아니죠.”
평소에 스스럼없이 얘기를 잘하는 주치의가 하루는 이런 말을 했다. 거의 모든 한국 부모들이 자식에게 바라는 직업인 의사. 하지만 의사의 입에서 이런 소리를 듣고 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의 유명 배우 한석규씨는 자신의 자식도 자기처럼 연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신문 인터뷰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어릴 적에 자랄 때만 해도 연예인이라면 ‘딴따라’라고 직업으로도 쳐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식이 했으면 좋은, 물려줄 만한 직업이 되었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직업을 대물림하고 싶을까.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긍지를 가져야 한다. 또한 수입이 좋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좋은 직업은 다 대를 이어 가는 것 같다. 미 영화계에서도 배우의 자녀들이 대를 이어 할리웃을 장악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을 보면 정치계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에 열린 국제 샤핑센터 컨벤션에서 큰 개발업체들의 세대교체를 토의하는 자리에 나온 미국의 큰 개발업체는 거의 다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아버지가 아들에게 대를 물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찰스 던이라는 상업용 전문 부동산 회사도 지난 1921년에 찰스 던이라는 사람이 창업했다. 그 후 그의 아들인 조와 리처드 던이 회사를 이끌어가다가 그들의 친구인 월터 칸에게 매각했다. 월터 칸이 사주로 있지만 리처드의 아들 척이 브로커로 일하고 있으며, 조의 아들 마이크는 LA 다운타운에 있는 사무실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한편 월터 칸의 아들 월터 주니어와 패트릭이 회사 경영과 건물관리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의 딸들도 회사에서 일했다. 언젠가는 한인 가족이 운영하는 미국 굴지의 상업용 전문 회사를 기대해 본다.
나 역시 내 부동산 직업을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 이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 부동산 특히 상업용 전문 부동산을 하면 경제, 금융, 정치의 모든 분야를 알 수 있고 알아야 한다. 개성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자신이 깎이고 정립된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비즈니스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해박한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손님의 가장 큰 재산의 한 부분을 설계하고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을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에서는 열심히 일한 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열심히, 성실히 노력하면 부도 누릴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국 사람들 30명 중 1명꼴로 부동산 면허를 소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상업용, 공업용 건물 매매 및 리스 즉 커머셜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만큼 힘든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 힘든 기간을 극복하면 이렇게 좋은 직업이 없다.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갖고 자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된 지식을 나누어주면 자식들은 부모의 세대 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자신의 위치를 구축할 수 있다. 우리 자식대에는 윗대에서 닦아놓은 틀을 토대로 더 많고 더 유능한 한인 상업용 전문 부동산 업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미국 전역에 진출하고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한인 부동산 개발업자, 상업용 전문 회사들이 많이 나오기를 꿈꾸어 본다.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949)417-6128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