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이즈’(Rize) ★★★★0(5개 만점)

2005-06-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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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후 빛 본 흑인 춤 ‘크럼프’ 기록

1992년 LA폭동 후 잉글우드와 캄튼의 젊은 흑인들이 창조한 온 육신이 찢어져라 몸부림치는 듯한 춤 ‘크럼프’의 생성과 발전 그리고 이 경련하는 듯한 춤을 시각적으로 아찔하게 담은 기록영화.
거의 초현실적으로 환상적이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강력하고 공격적인 이 춤을 추는 젊은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사회의 계급 차별과 젊은 남녀 흑인들의 분노와 절망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폭동 후 동네 파티에 초대되는 타미 더 힙합 광대에 의해 고안된 이 춤은 사우스센트럴 LA의 젊은층 사이로 삽시간에 퍼지면서 이들은 춤을 통해 갱이 되려는 유혹을 물리치고 있다.
장래의 선택이라곤 거의 없는 젊은이들은 그들 사회의 체제적 압제 속에서는 느끼는 고통과 좌절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 춤을 창조했다.
얼굴에 아프리가 흑인들처럼 페인트를 칠하고 윗통을 벗어 젖힌 채 온 몸을 비틀어대면서 아무 형식 없는 격렬한 춤을 추는 모습에서 이너시티라는 우리에 갇힌 이들의 내적 분노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육체의 근육이 찢어지고 터져 버릴 듯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초고속으로 돌아가는 팽이 같은데 온몸이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돌진하면서 경련을 한다. 자신들의 불우한 환경을 초극하려는 결의에 찬 청소년들의 초상화로 영혼을 고취시키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결국 춤이라는 예술을 통해 자신들을 해방시키고 있는데 틴에이저들의 내적 정열과 춤이 발산하는 열기로 화면에 에너지가 끓어 넘친다.
타미가 훈련시킨 아이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은 나름대로의 독특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개발했는데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잉글우드 포럼에서 열리는 ‘배틀 존’ 댄스경연대회. 크럼스 대 클라운 팀간의 춤의 대결이 치열하고 아름다워 흥분하게 된다. 흥미만점의 좋은 영화로 교훈적인 점도 있다. PG-13.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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