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

2005-06-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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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최민식)는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독방에 갇혀 고통을 당한 뒤, 풀려나온 뒤에도 하루하루 파멸을 향해 치닿는다. 그런데 비극의 발단은 의외로 오대수가 고교시절 잘못 놀린 세치 혀 때문이었다. 그 자신은 기억도 안 나는 말 한마디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그를 사랑했던 이는 복수를 결심했던 것이다. 결국 오대수는 스스로 혀를 잘라 용서를 구하지만, 이미 장난삼아 던진 돌은 개구리를 죽이고,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뒤였다.
사람의 말 한마디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똑같은 의미의 말을 전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말하면 기분이 좋고 어떤 사람이 말하면 이상하게 묘한 기분의 찝찝함이 남게 하는 사람이 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말을 하는 방식, 말을 하는 매너는 그 사람의 인간성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고 있다. 그 말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 한다는 데는 그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이전트들의 특성을 찾아보면 어떤 에이전트는 에스크로가 끝나고 손님들로부터 고맙다고 꽃을 받거나 선물을 받고 식사 대접도 받고 한다. 반면에 어떤 에이전트는 손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싸우고 욕지거리를 듣고 심지어는 코트에 까지 불려 다닌다. 물론 잘못한 것 중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앞과 뒤가 다른 말 몇 마디 때문에 사이가 좋아야 될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곤 한다. 딜마다 문제가 생기는 사람은 성격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겸손하거나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고 진단하고 싶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것을 카버하는지는 우리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좋은 점이 참 많은데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남의 말하기를 너무 좋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다 근거가 있는 소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는 말도 가끔은 틀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만 모락모락 나는 게 한국 사람들의 입담이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위나라 혜왕 때 방총의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헛소리라도 세 사람이 “호랑이가 저자거리에 나타났다” 라고 하면 아무래도 솔깃하게 믿어 버리는 게 어쩔 수 없는 인간 속성이다.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말이라는 것의 허무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훗날 후회하면서도 수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에이전트의 소양으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도 말 한마디의 중요성이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손님에게 매력을 끌 수 있는가이다. 에이전트가 하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딜을 성사시키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관건이 된다. 감언이설의 사탕발림은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우리 에이전트 한분 한분은 걸어 다니는 한국인의 얼굴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가끔은 아무 뜻 없이 던진 한마디가 크게 불거져 일파만파로 번져나가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최첨단 외교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www.newstarrealty.com
ceo@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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