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홀한 ‘빙산 유람’

2005-06-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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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빙산 유람’

북태평양의 순수하고 신비로운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바로 알래스카 크루즈의 매력이다.

알래스카 크루즈 체험 7박8일

알래스카 크루즈처럼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곳도 드물다.
감청색의 바다, 그 위를 떠다니는 빙산, 장엄한 피요르드(Fjord) 해안 그리고 낯설면서도 인상적인 기항지들.
북태평양의 순수하고 신비로운 자연과 캐나다 및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거대한 크루즈를 타고 찾아가는 것이 바로 알래스카 크루즈의 매력이다. 
얼음장 같이 시린 바닷물, 영원토록 녹지 않을 것 같은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들이 떠다니는 바다, 남국의 백사장에서 선탠하는 것 같이 얼음 위에 누워서 햇볕을 쬐는 바다표범 그리고 이런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은 인간들….
알래스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단편적인 영상들이란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알래스카 지역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역시 자연 못지 않게 훈훈하고 정겨움이 감돈다.
알래스카는 지형이 험하고 주요 도시가 해안을 따라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육로여행은 쉽지 않다. 그러기에 크루즈는 알래스카로 접근하기에 최적의 수단이다. 크루즈 전문 여행사 나라관광의 한인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7박8일간 알래스카 크루즈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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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톤급 크루즈 선박 ‘선 프린세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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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여행은 관광객이 붐비지 않는 6월이 가장 좋은 시기다.


알래스카 크루즈 체험

보기만 해도 서늘한 ‘3색 낙원’… 6월이 방문적기

하얀 산·쪽빛 호수·녹색 대지, 비경 잇따라
최고 요리에 호화쇼까지 곁들인 웰빙 투어

1일
크루즈는 휴양과 여행을 겸한다. 크루즈가 바로 ‘떠다니는 리조트’, 그 자체인데 크루즈 매니아들이 크루즈의 매력 중 으뜸으로 꼽는 것이 바로 여행지간 이동의 안락함이다. 즉, 기존 여행과 달리, 다른 여행지로 이동할 때마다 짐을 싸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에 도착해서 다시 짐을 풀어야 하는 수고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동하는 리조트’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면 창 밖으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아무 근심 없이 며칠 동안 망망대해에 몸을 맡긴 채 휴식과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크루즈 여행은 유람선이 닿는 곳곳마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별천지 세상을 열어준다.
알래스카 여행시즌이 시작되는 6월은 이 곳을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다. 일단 관광객이 붐비지 않는다.
알래스카 대자연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영적·심적인 관광을 해야 하는데 7월과 8월은 북적이는 관광객들로 인해 풍경보다는 사람 구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점이라면 연어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시즌이 7월이라 연어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알래스카 크루즈 출발지점은 시애틀과 캐나다의 밴쿠버. 밴쿠버 공항에 내려 간단한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곧바로 크루즈가 떠나는 캐나다 플레이스로 향했다. 우리가 승선한 ‘선 프린세스호’(Sun Princess)는 8만톤급의 크루즈 선박으로 1996년 첫 취항을 했다.
총 길이 240미터, 폭 50미터, 스피드 20.7노트, 정원 1,970명이 승선할 수 있으며 500여개의 개인 발코니 특실, 최고급 메인 레스토랑과 4개의 레스토랑, 수십개의 바와 라운지, 24시간 오픈하는 비스트로(bistro) 부페식당, 4개의 풀과 어린이 수영장, 사진관, 인터넷 카페, 카지노, 나이트클럽, 입장이 무료인 스파와 헬스클럽, 면세점 등을 갖추고 있다.
부두에 도착하면 승선 수속을 거쳐야 한다. 여권과 크루즈 탑승 티켓 그리고 수속 절차에 따라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해서 자신의 신용카드와 함께 데스크에 제출하면 푸른색의 ID카드를 건네준다.
자신의 영문 이름과 객실 번호가 새겨진 이 ID카드는 객실 ‘키’(key)이면서도 신분증이기도 하다. 크루즈 내에서 생활하는 동안 모든 요금의 결제수단이기도 하다.
오후 8시 알래스카의 대장경을 향해 크루즈는 출항했다.

2일
알래스카 크루즈는 다른 코스에 비해 인사이드(inside) 방보다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아웃사이드 캐빈이 훨씬 가격이 높다.
망망대해 바다만을 보는 코스가 아니고 밴쿠버와 앵커리지를 이어 주는 해안선을 따라 길게 분포한 태평양 해안 내수면 지역(inside passage)을 지나가기 때문에 화려한 경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빙하를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절경의 산들이 해안을 따라 이어지고 그 아래로 그림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마을들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온다.
크루즈 여행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매일 최고의 요리사들이 내놓는 세계의 다양한 요리와 저녁마다 펼쳐지는 각기 다른 테마의 쇼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데 있다.
보통 아침과 점심은 푸짐한 부페 레스토랑을 이용하지만 저녁식사는 사전에 예약을 해놓은 만찬으로 즐긴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대극장으로 이동하여 화려한 쇼걸들의 환상적인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은 크루즈가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하는 어린이 캠프에 맡기면 되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도 눈만 뜨면 캠프로 향할 만큼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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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크루즈에는 무료로 운영되는 어린이 캠프가 있어 부모들은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3일
시애틀을 떠나 이틀을 캐나다 협곡을 따라 향해한 선 프린세스호는 동이 틀 무렵 첫 번째 기항지인 케치칸(Ketchikan)에 도착했다. 케치칸은 알래스카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알래스카 크루즈가 이 곳에서 배를 멈춘다. 케치칸은 ‘쫙 뻗은 날개를 지닌 독수리’란 뜻으로 원주민 언어인 ‘칠링깃’(Tlingit)이란 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골드러시가 알래스카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던 1900년대 초반, 케치칸은 수산업과 목재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알래스카의 네번째 큰 항구도시가 되었다.
케치칸은 세계적인 연어 통조림 공장이 있는 곳이며 특히 인디언 특유의 화려한 조각과 토템상을 단청한 기둥이 있는 케치칸 주변의 인디언 마을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곳에서는 인디언 스타일의 카누를 타고 미국에서 가장 큰 국유림인 ‘통가스’(Tongass)를 둘러볼 수 있고, 섬 여행·미스티 피오르드 야생 탐험·열대림 탐험 투어 등 다양한 선택 관광을 할 수 있다.
아침에 배에서 내려 투어버스를 타고 전통적인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문화를 볼 수 있는 통가스 역사박물관을 찾아가 보았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전통문화, 번성했던 낚시산업, 광산업, 목재산업 등 역사적인 기록들을 아주 자세하게 전시해 놓아 알래스카의 옛 모습을 짐작케 한다.
시내에서 약 2마일 정도 떨어진 토템바이트 주립공원에서는 인디언의 문화유적 센터를 만나게 된다.
투어버스는 미국의 국조인 독수리 서식지와 이 지역을 대표하는 레인 포리스트(rain forest) 숲으로도 관광객을 안내한다. 마지막 코스인 케치칸 다운타운에 있는 예전 창녀촌을 구경한 다음 배로 다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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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마을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케치칸.


4일
억만년의 빙하와 자연의 비경이 있는 곳 알래스카의 주도 주노(Juneau)에 배가 도착했다. 주노에는 약 1만5,000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중 60%가 연방과 주정부 공무원들이다.
주노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거대한 빙하가 장관을 이루는 멘데홀(Mendehall) 주립공원이다. 1.2마일에 달하는 너비와 수백피트의 두께로 이루어진 빙하가 해빙기를 맞아 거대한 바위 모양의 빙산을 호수로 떨어Em리고 있다. 호수 위를 둥둥 떠다니는 빙산은 자연이 만든 조각품 그 자체이다. 맑고 깨끗한 공기, 풍부한 자연림, 청명하고 투명한 강물과 호수, 한마디로 병풍에 그려진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빙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로 점점 녹아가고 있다. 주노 빙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40개 이상의 빙하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굉장할 것 같다.
새롭게 만들어진 여행 방문자 센터에는 각종 전시물을 통해서 빙하시대를 자세히 볼 수 있고, 기록영화도 상영해 준다.
과거 금광도시의 영광을 안고 있는 주노는 알래스카에서 가장 장엄한 광경의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노다지를 노리던 광부들이 몰려들어 2차대전 때까지 금을 캐내던 곳이다. 지금은 금을 가공하는 산업이 발달했다.
1억6,000여마리의 연어가 보여주는 탄생으로부터 죽음까지의 일생 드라마가 마치 자연박물관처럼 펼쳐지는 개스티노 연어 양식장(Gastineau Hatchery)과 오크 호수(Auke Lake) 등이 허니무너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하고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가파른 언덕에 놓인 나무 계단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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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빙하가 장관을 이루는 주노 인근 멘데홀 주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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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해안의 이어지는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서 망원경을 준비한다.


알래스카 크루즈 정보

일반수표 사용 못해… 음료수· 주류는 돈내고 사야

▲비용 및 예약

일반적으로 크루즈 여행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가는 여행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크루즈 선박이 무려 3배 이상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해졌고 이로 인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일반 크루즈의 7박8일 상품 가격이 때에 따라 500달러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는데 알래스카의 경우 가장 낮은 가격에 구입해도 1인당 1,100달러는 주어야 한다. 여기서 국내선 비행기 티켓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티켓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서는 여행사 등을 통해 단체로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인여행사로는 나라관광(213-365-0389)이 프린세스와 단체관광 티켓 구입 계약을 맺고 있다.
크루즈의 요금에는 부두세(port charge)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수수료, 팁, 주류, 기념품 구입 등 추가 경비가 들어간다. 팁은 식당의 웨이터와 헤드(head) 웨이터, 방을 치우는 메이드(maid) 그리고 짐을 들어주는 포터 등에게 전달하는데 하루에 1인당 10달러의 팁이 추가된다.
모든 음식은 공짜지만 음료수와 주류는 돈을 내고 사야 한다. 도착지(port of call) 관광요금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버스 시내관광 등은 보통 1인당 50달러면 즐길 수 있다.


▲준비물

알래스카의 여름철은 남가주 3월 정도이므로 봄철의 옷과 쌀쌀한 밤을 대비해 따뜻한 겉옷을 준비하면 된다.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을 위하여 1인당 2개미만의 옷 가방(유람선에 따라 1인당 140파운드까지 가능)과 1개의 작은 손가방 정도로 가볍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짐을 꾸릴 때는 여행 때 필요한 것들(간편한 의상, 운동복, 수영복, 선탠 로션, 선글라스, 상비약 등)을 준비하고 저녁 만찬과 ‘Gala Night’ 등 특별한 파티가 있는 날을 위하여 남성은 재킷에 타이를, 여성은 정장이나 이브닝 드레스를 준비해야 한다. 이어지는 절경을 구경하기 때문에 망원경은 필수다.

▲예약 도중이나 배가 출발하기 전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승객에 대해 크루즈측이 승선을 거절할 권한을 가질 수 있다. 몸 상태가 나쁠 때는 반드시 미리 통고를 해야 환불을 받는다.

▲선내 모든 가격은 US달러로 표시되어 있다. 유럽이나 캐리비언에서 크루즈를 타도 달러를 사용할 수 있다.

▲선내에서 비자, 매스터카드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JCB, 다이너스클럽 등 크레딧 카드의 사용이 가능하다.

▲여행자 수표는 사용이 가능하나 일반 수표는 받지 않는다.

<다음주에 계속>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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