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이지는 가라, ‘컬러’가 좋다

2005-05-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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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는 가라, ‘컬러’가 좋다

실내가 베이지 일색에서 생동감 넘치는 색깔로 바뀌고 있다. 복숭아 빛 오렌지색이나 바다의 푸른색등 밝고 선명한 색깔들이 인기다.

천편일률적 벽 색깔 탈피, 과감한 색상 선택
복숭아빛 귤색·노랑·따뜻하고 밝은 색 인기

집안의 벽 색깔은 왜 베이지 색이어야만 하는가? 벽에는 무조건 연한 베이지색을 칠해야 한다는 천편일률적 색감에 다수의 미국인들이 염증을 내고 있다. 이들은 집안에 과감한 ‘컬러’를 불러들이고 있다. 실내는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고, 넓어 보이도록 베이지 색으로 칠해야 한다는‘고래의 지혜’를 거부하는 것. 이들은 베이지색에 구속되지 않고 집안 장식 잡지나 TV에서 봤던 멋지고 세련된 색깔들을 두려움 없이 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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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색깔을 칠할까?”
이들은 이사를 가서 새로 집에 들면 실내 컬러 선정 작업부터 우선적으로 이행한다. 과거에는 의문의 여지없이 베이지 일색이었지만 요즘은 수백 가지, 아니 수천 가지의 멋진 색깔들이 나와 있어 즐거운 고민들을 한다.
페인트 회사들이 생산하는 컬러가 예전과는 달리 무척이나 다양하다. ‘벤자민 무어’(Benjamine Moore & Co)사는 3,500종에 이르는 색깔의 페인트를 생산하며 프리미엄 ‘부틱’ 페인트 생산업체인 ‘파인 페인트 오브 유럽’(Fine Paints of Europe)사는 이보다 두 배나 다양한 색상을 만들어 판다. 랠프 로렌이나 색상의 대가 도널드 카우프만 등 유명인이 개발한 ‘디자이너 컬렉션’도 있다. 이것으로도 마음에 차는 색깔을 구하지 못했다면 자기만의 주문형 컬러를 요청할 수도 있다.
베이지의 성역이 허물어진 지금, 그러면 어떤 색깔들이 각광받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에게, 언제 문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복숭아빛 텐저린 오렌지색은 ‘ICI페인트’가 꼽은 ‘올해의 컬러’다. 이 회사의 컬러 마케팅 담당 디렉터는 2006년에는 노랑이 주조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컬러디자이너 1,300여명의 단체인 ‘컬러러마케팅 그룹’이 내 놓는 답은 좀 더 포괄적이다. “따뜻하고 선명하며 밝은 색깔이 다가올 해의 컬러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연과 바다에서 보는 그린과 블루, 광택이 나는 노랑과 골드, 고급스런 회색 등이 뜰 것으로 꼽았다.
다양한 컬러를 추구하는 새로운 추세는 페인트 시장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페인트 산업은 연간 185억달러 규모. 이중 주택 내외 단장용 페인트가 88억달러 시장을 형성한다. 페인트 회사들도 합병과 국제화로 인해 미국내 1,800여개에 달하던 것이 지금은 300여개로 줄었고 틈새 시장을 노리는 페인트 회사들이 부상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페인트회사들은 가격은 비싸지만 아주 고급의 페인트를 생산하는 작전을 구사한다. 고급 재료를 써서 만들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지만 그만큼 품질이 좋은 만큼 값도 아주 고가로 받는다.
버몬트주 우드스탁 소재 ‘파인 페인트 오브 유럽’사의 창업자 잔 레이는 부틱 페인트가 비싸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용이 저렴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페인트 제조업체들은 페인트의 수명을 미국인들이 한 집에 평균적으로 거주하는 기간인 4년에 맞춰서 생산하는데 반해 네델란드에서 수입하는 페인트는 네델란드인의 평균 거주 기간인 18년에 맞춰서 생산하기 때문에 페인트가 훨씬 오래 간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2.5리터 페인트 한 통 가격이 보통 페인트 가격보다 두배 이상인 90~100달러라는 사실에 놀라지만 실내를 칠하는 비용의 90%가량이 인건비이고 고급 페인트의 수명이 두배 내지 세배나 오래 가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고급 페인트가 싸다는 설명이다. 고급 페인트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재료가 틀리기 때문. 또다른 부틱 페인트 회사인 ‘시트론’(Citron Paint)사는 대부분의 페인트는 도료가 2~3가지 들어 있지만 자사 페인트에는 8~15가지의 도료가 들어있으며 다른 페인트에서는 쓰는 검은색과 회색을 색깔을 분명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집에서 직접 칠할 때는 다음과 같이 도움 받을 수 있다.
벤자민 무어, 글라이든(Glidden), 베어(Behr) 같은 페인트 회사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침실과 거실, 문틀 테두리 등에 어떤 색깔을 칠하면 어울릴지 안내하는 무료 온라인 뷰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벤자민 무어사는 좀 더 발전된 프로그램인 ‘퍼스널 칼러뷰어 2.0’을 15달러에 판매하기도 한다.
시트론 등의 회사는 소비자들이 실제 컬러를 잘 알 수 있도록 5인치/2인치의 판에 인쇄가 아니라 진짜 페인트를 칠해서 팔기도 한다. 일부 부틱 페인트회사들은 어떤 칼러를 칠해야 할지 돈을 받고 컨설팅을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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