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프스의 봄’ 그명성 그대로

2005-05-03 (화)
크게 작게
유럽체험 8박9일 제2탄… 스위스·이탈리아로

봄볕따라 열리는 ‘유럽 지붕’
만년설 녹아 푸른초원 적시고
‘사운드 오브 뮤직’ 아련히…

유럽을 보기 전에 파리를 구경 말고 파리를 보기 전에 로마를 구경 말라”는 말이 있다. 로마 풍미 뒤에 만나는 유럽은 너무나 초라하다는 표현이다. 이탈리아는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좀처럼 그런 표현들이 역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문명이 이 곳으로 흘러 들어가 재빨리 세련된 이탈리아식으로 변형되어 특유의 화려함을 뽐낸다. 그래서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여행객들은 물론 인근 유럽인들도 이 곳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수천년이 넘는 낡은 건물 앞에서 열광한다.
이탈리아가 세계 최고의 인공미를 자랑한다면 스위스는 아마도 극치의 자연미를 자랑하는 나라일 것이다. 바다는 없지만 너무나도 맑은 알파인 호수가 곳곳에 있으며 다양한 알프스 동식물과 함께 하는 하이킹, 빙하가 깎아 내린 절경의 알프스 산맥이 바로 스위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이다. 치료 효과가 있는 ‘기적의 물’을 지닌 스파 리조트로도 스위스는 유명하다.
지구촌 여행사와 함께 떠난 유럽 관광 그 두 번째 편으로 스위스와 문화 그리고 사랑의 나라 이탈리아를 소개한다.



HSPACE=5

HSPACE=5

빙하가 깎아 내린 절경의 알프스 산맥과 동화에서 나오는 것 같이 아름다운 산간 마을들을 구경하기 위해 스위스로 관광을 떠난다.


산·호수의 완벽한 조화 …예술·음악 숨쉬는‘유 럽 보물’

스위스

수려한 제네바, 물도 좋아 음식맛 일품
케이블 카로 오른 알프스 설경에 매료

파리를 떠난 TGV는 프랑스의 평야를 달리다가 어느덧 프랑스어로 ‘돌이 많은 곳’의 의미인 라 비에레스(La Pierreuse) 지역으로 들어선다. 바로 산악의 나라 스위스가 눈앞으로 다가온다는 신호다. 전설에 따르면 이 지역은 한때 녹색의 목초지에 자리 잡았으나 어린 양치기가 그 바위를 부셔버려서, 자연은 그 복수로 바위가 많은 눈사태를 일으켰다고 한다.
이 지역은 스위스에서 가장 큰 자연보호지로 알려지고 있는데 경치는 전형적인 알프스 산맥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절벽들, 호사로운 꽃이 핀 알프스 목초지, 평평한 황야, 소나무들, 낙엽, 숲들 그리고 수많은 새들이 있다.
봄을 맞은 알프스 산 정상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지만, 새싹이 돋아나고 눈이 녹아 내리기 시작하는 강과 폭포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반짝인다. 산기슭의 마을과 거리에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기차가 도착한 제네바는 스위스 남부 지방에 위치한 호반의 도시로 거리에는 봄이 이미 일찍 찾아와 있었다. 카멜리아, 튤립, 나르시스, 아이리스 등의 꽃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데 거리 중앙에 그 유명한 제네바의 꽃시계가 관광객들을 맞고 있었다.
스위스의 작은 위성도시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인 제네바는 ‘제네바 호수와 메타호른 지역’과 크랑 몬태나(Crans-Montana), 로이커바트(Leukerbad), 사스페(Saas-Fee), 베르비에(Verbier), 체르맛(Zermatt)과 같은 리조트 지역으로 가는 통로와 같은 곳이다. 스위스의 특성과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수려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편리한 숙박, 독특한 매력을 가진 제네바는 스위스 전체를 대표하는 도시로서 자리하고 있다.
제네바는 전 세계의 음식을 다양하게 맛 볼 수 있는 많은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여행에 동반한 정수기회사 아쿠아라이프의 대표 김경철씨는 “이 곳의 물이 좋아서 그런지 음식 맛도 뛰어나다”고 말한다.
다음날 케이블카를 타고 알프스 설경을 구경했다. 빙하가 할퀴고 간 면도날처럼 뾰족한 고봉들 사이로 바닥까지 훤히 보일 것 같은 알파인 호수가 그림처럼 이어지고 멀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왔던 초원들이 만년설 봉우리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HSPACE=5

제네바는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HSPACE=5

스위스 제네바의 올드 타운.



이태리

‘물의 도시’ 베네치아 곤돌라 정취 만끽
요한 바오로 2세 서거행사등 생생 체험

버스는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가장 긴 터널을 지나서 이탈리아로 들어선다. 패션의 고장 밀라노를 거쳐 환상의 해상도시 베네치아에 도착한다. 세상엔 불가사의한 것들이 널려 있지만 이탈리아 베네치아 역시 커다란 불가사의 중 하나다. 아드리아해 바다 밑의 연약한 점토층 갯벌에 수백만개의 떡갈나무 말뚝과 돌을 박아 기반을 다진 뒤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덤빈 것 자체가 기상천외한 일이다.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400개의 다리로 연결된 베네치아는 곤돌라와 리알토 다리, 산마르코 성당, 미로 같은 운하 등 하나하나 정성 들여 세공을 한 한편의 예술작품 같은 도시다.
볼거리는 산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에 있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과 두칼레(Palazzo Ducale)궁, 살루타 성당, 무라노(Murano)섬, 리도섬 등이 있다. 특히 무라노섬에 있는 유리잔 공장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장인들이 불에 녹은 유리를 긴 빨대로 불어대면서 유리잔을 만드는데 한인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이탈리안 종업원이 한국말을 섞어 제품 설명을 한다.
마치 우아한 야외 살롱과 같은 인상을 주는 산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의 심장부이다. 길이 175미터, 폭 82미터의 광장 주변은 유명한 카페와 상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카페 전문점 플로리안(Florian)은 1720년부터 영업을 한 곳으로 바이런, 괴테, 바그너 등이 고객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악단이 연주하는 바로코 음악(musica barocca)과 함께 커피 한잔을 마시며 두칼레궁과 산마르코 성당을 감상하는 것도 일품이다.
베네치아의 명물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곤돌라(gondola)이다. 악사의 이탈리아 민요와 함께 베네치아 골목을 곤돌라로 도는 정취는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노을과 함께 드러나는 베네치아는 마치 바다물 위로 떠오르는 미의 여신 비너스처럼 아름다웠다.
여행 2일째, 토스카나의 중심 도시인 피렌체로 자리를 옮겼다.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꽃의 도시이자 유명한 예술가들의 고향,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는 피렌체는 문화 예술품을 지켜가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거리 곳곳에 르네상스의 보물을 간직한 미술관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볼거리는 도시 중앙의 두오모(Santa Maria del Fiore) 성당. 높이 106미터의 거대한 성당의 주황색 돔은 미켈란젤로가 성 베드로 성당의 돔을 만들 때 참고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규모와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흰색 일색으로 지어진 고대 성당 건축과는 다르게 주황색과 녹색의 대리석을 배열해 건축한 이 성당은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변색되어 고딕 양식의 예리함보다 오히려 유연하면서도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외부가 너무나 아름다워 정작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실망하게 된다.
미켈란젤로와 기베르티의 작품인 ‘천국의 문’ ‘최후의 심판’ 모자이크가 있는 성당 정면 8각형 세례당 천장과 흰색, 초록, 분홍색 토스카나 대리석으로 덮인 높이 85미터의 종루 등이 압권이다.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에 오르면 피렌체 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피렌체 시민의 휴식처인 공원의 역할도 하는 이 광장에는 천국, 연옥, 지옥을 그린 신곡의 작가로 유명한 단테의 생가(Casa di Dante)가 있다.
3시간 정도 피렌체를 숨쉴 틈 없이 돌아본 뒤 관광버스는 다음 행선지인 하이라이트인 로마 관광은 마지막날 실시됐다. 도시 전체가 커다란 유적인 로마는 광장만 둘러봐도 벅차다. 일단 추억의 명화 ‘로마의 휴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스페인 광장으로 향한다.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으로 알려진 스페인 계단은 수많은 인파로 분주하다. 아이스크림 대신 한국에서 맛보던 군밤 장수들이 5유로를 받으면서 군밤 한줌을 주는데 맛이 일품이다. 스페인 광장 앞길은 명품족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동전을 던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트레비 분수를 거쳐 로마의 심장에 자리잡은 베네치아 광장에 도달한다. 무솔리니가 연설했던 유명한 건물의 바코니가 보인다. 베네치아 광장 바로 뒤로 브루터스가 시저의 죽음을 알린 캄피돌리오 광장에 오른다. 이곳은 야경과 대리석의 조화가 일품이다. 광장 뒤편에서는 로마의 옛 유적지인 포로 로마노를 한 눈에 즐길 수 있다.
포로 로마노 맞은 편에 콜로세움이 그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콜로세움은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단체여행에서는 콜로세움 내부 관광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
이탈리아 투어의 대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와 함께 매일 TV를 통해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성 베드로 광장. 284개의 기둥이 늘어선 이곳 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손꼽힌다. 광장 앞 성 베드로 성당과 바티칸 박물관은 로마의 최고 보물상자.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를 감상하는 것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진다. 바티칸을 지키는 군인들은 스위스 용병으로 피에로 같은 유니폼은 미켈란젤로가 직접 디자인했다.
8박9일 관광으로 유럽을 전부 묘미하기란 불가능하다.
단지 수천년의 세월을 건너뛰는 고대와 현대의 기묘한 공존을 조금이나마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유럽인들이 지니고 있는 자신의 나라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끊임없는 사랑이 오늘 날 세계 최고의 문화 유산을 지닐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끝>


HSPACE=5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


HSPACE=5

노을을 배경으로 저녁을 맞고 있는 베니스.


HSPACE=5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 본 피렌체 시가지.


HSPACE=5

로마의 바티칸 광장.


<글·사진 백두현 기자>


유럽 단체관광 이것은 알고 떠나자

가이드 따라 움직이고 시간 약속 철저히

▲짧은 시간에 수많은 관광지를 답습하는 것이 한인단체 관광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왕 비싼 경비를 지불하고 관광하는 만큼 일단 관광이 시작되면 가이드의 리드를 절대적으로 준수해야 즐겁고 경제적인 관광이 될 수 있다. 특히 시간 약속은 필수다.
로마나 파리에서 시간을 지키기 않고 일행이 떠나버려 길을 잃어버리면 국제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단체관광에는 자유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피곤은 하지만 로마나 파리 그리고 제네바의 경우 야밤에 관광을 나서는 방법이 있다. 즉 대부분의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단체관광이 끝난 밤 9시 이후 자유롭게 그룹을 형성해 거리 관광에 나선다. 로마는 새벽 2시에도 주요 관광지에는 인파가 끊기지 않는다. 지도를 들고 열심히 걸어다니면서 즐겁게 관광을 하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면 된다.
▲미국에서는 호텔에서 절대 전화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지만 유럽은 그 반대다.
호텔에서 직접 미국으로 전화를 해도 생각보다 요금이 비싸게 나오지 않는다. 보통 분당 0.50유로 정도면 미국으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 전화는 001-지역번호-번호를 돌리면 미국으로 연결된다.
▲수돗물은 마셔도 해가 되지 않으나 석회분이 있어 생수를 구입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판 생수 중 가장 애용되는 상표는 Levissima, Panna, Fiuggi 등이다.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여권 등 중요한 서류는 호텔 금고 등에 보관하고 최소한의 현금만을 준비하고 관광에 나선다.
▲단체 관광에서는 샤핑 외에 따로 현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유로는 공항이나 호텔 로비에서 바꿔서 사용할 수 있지만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수수료를 가장 저렴하게 지불하고 환불을 하는 방법이다. 유명 샤핑 체인은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미국 크레딧 카드를 받는다.
▲유럽 관광에서 가장 불편한 것이 바로 화장실 사용이다. 일단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하면 화장실부터 해결한다.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로 운영되는데 일부 화장실은 한번 사용료를 1유로까지 받는다.

자료제공 <스카일러 김·지구촌 여행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