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토레몰리노스 73’ ★★★½(5개 만점)

2005-04-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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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remolinos 73)
에로영화로 뜬 소박한 부부의 깨달음

섹스와 영화 제작에 관한 즐거운 찬양으로 뜻밖에 포르노 스타가 된 부부를 통해 포르노 영화를 인간적이요 온건하게 조망하고 있다. 상당히 괴짜인 포르노 코미디로(진짜 포르노 영화는 아님) 매력적이다. 스페인 영화.
1970년대 초 프랑코의 청교도적 스페인의 한 소시민으로 백과사전 세일즈맨인 알프레도(하비에르 카마라)는 비록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아내 카르멘(칸델라 페냐)을 끔찍이 사랑하는 착한 남편. 그런데 어느 날 알프레도의 사장 돈 칼로스가 알프레도에게 짓궂은 제의를 한다.
알프레도에게 수퍼8 카메라를 주면서 집에서 아마추어 섹스 영화를 찍으라는 것. 영화에 ‘재생산 세계백과사전’이라는 제목을 붙여 스칸디나비아에서만 판매하겠다는 조건으로.
처음에는 이 제의에 대경실색하던 알프레도와 카르멘은 카르멘이 꿈에 그리는 아기 출산을 위해 돈이 필요해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일단 알프레도는 후진 모텔에서 섹스 영화 찍는 법을 배운 뒤 집에 돌아가 카르멘을 주연으로 에로틱 영화를 만든다. 알프레도는 감독 겸 남우 주연.
이 과정에서 알프레도는 자기도 몰랐던 영화감독 재질을 발견하고 요조숙녀 스타일의 카르멘은 스칸디나비아에서 대뜸 포르노 스타로 부상한다. 둘의 인기는 대단해 스페인에 온 스칸디나비아 관광객이 길에서 얼굴을 알아볼 정도. 알프레도와 카르멘은 부와 명성을 즐기나 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르멘이 임신이 안 되자 그녀는 우울증에 빠진다.
한편 알프레도는 영화 일에만 매달린다. 그리고 돈 칼로스에게 잉그마르 버그만 스타일의 섹스 영화를 만들겠다고 제안한다. 이어 알프레도는 영화에 나올 아내와 덴마크 배우들 및 기술진을 대동하고 비성수기의 휴가지 해변 마을 토레몰리노스로 대망의 작품 ‘토레몰리노스 73’을 찍으러 간다. 그런데 알프레도 부부는 여기서 뜻하지 않던 사건을 만나면서 번쩍거리는 것이 다 황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부역의 카마라와 페냐의 연기가 보통 사람들에 걸맞게 소박하고 잘 조절된 다정한 영화다.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각본겸). FRF. 28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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