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괜찮다 싶으면 100만달러 이상

2005-04-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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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만여채…5년사이 5배 늘어
거품 우려 불구 많이 남는 좋은 장사
이자 낮아 옛날 60만 달러 페이먼트

요즘 바이어들은 집이 좋으면 백만달러가 넘는 거금도 기꺼이 지불하려 든다. 최근 수년간 달궈진 주택 경기로 집값이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100만달러가 넘는 거금을 투자할 때는 위험부담도 느낄 터. 그러나 요즘의 바이어들은 이런 심리적 벽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회사인 데이터퀵사의 자료에 의하면 2004년 중 미전국에서 5만1,000명이 100만달러가 넘는 주택을 매입했다. 지난 1999년 1만명 비하면 5배 이상 늘었다.
최근 주택가격 앙등으로 100만달러를 넘는 주택의 수가 증가한 것도 주요한 이유가 되겠지만 고가(high end) 부동산을 보는 시각이 변한 점도 고가주택 매매가 늘어난 이유로 풀이된다. 바이어 데렉 월터(43)는 하이엔드 부동산을 좋은 투자 대상으로 본다. 그는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해안 볼드 헤드 아일랜드에 소재한 바다 전경이 멋진 저택을 110만달러를 들여 ‘세컨드’ 홈으로 매입했다.
7자리 숫자의 저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 논쟁에 기름을 붓는 격. 고가 저택이 많은 돈을 남겨줄 수 있는 좋은 투자물인지 아니면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있다고 봐야 할 것인지 판가름이 쉽지 않다.
예일대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 교수는 “거품이 형성되고 있으며 그 끝은 아주 나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닷컴 열풍이 불 당시 증시의 거품을 정확하게 예측해 유명해진 쉴러 교수는 “사람들의 사랑이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옮겨갔다”며 부동산 시장의 거품 파열을 경고하고 있다.
업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경고음을 발하는데는 언제나 인색하다. 쉴러 교수와 다른 견해를 풀어놓는다.
전국부동산협회(NAR)의 수석 경제분석가 데이빗 리리는 낮은 이자율과 긍정적인 인구 변화, 탄탄한 경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2010년까지는 계속 상승세를 탈 것으로 주장한다.
어쨌든, 집값을 백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있다고 분석된다.

▶주택 가치 상승
지난 1999년 72만5,000달러하던 주택이 지금은 100만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이 기간 연평균 6.7%가 오른 셈이다. 전국을 평균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이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오른 곳도 많다.


▶낮은 이자율
싼 이자율 덕분에 더 비싼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지금 100만달러 집을 6%로 융자받아 있다면 첫 해에 6만달러를 집 페이먼트로 내면 되는데, 이 페이먼트로는 이자율이 10%였던 1990년이라면 60만달러의 집을 융자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부족한 공급
데이터퀵의 한 분석가는 여전히 셀러보다 바이어가 많다고 전한다. NAR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는 4.2개월분의 매물이 공급되고 있는데 6개월분은 공급돼야 바이어와 셀러가 균형을 이룬다.

▶우호적인 세금
2년 이상 거주하면 부부인 경우 주택 매매 이익의 50만달러까지는 세금이 없다. 바로 이점 때문에 더 고가의 집으로 옮겨가기가 용이하다.
100만달러 이상 고가 주택 시장이 식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타페의 경우 100만달러 이상 주택 59채가 현재 계약 중이고 171채 이상이 매물로 나와있다.
애리조나 투산에서도 100만달러 이상의 주택이 올해 들어 이미 33채나 팔려 기록을 세웠고 이외에 31채가 계약중이다. 한 브로커는 “주중 세일즈 미팅에서 100만달러 이상의 집이 없냐고 묻는 브로커들이 많다”며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뜨겁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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