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니스의 상인’ ★★★½(5개 만점)

2004-12-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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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rchant of Venice)

‘밉지 않은’샤일록… 알 파치노 연기 일품

원작 숨은 유머 발굴 돋보여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영국감독 마이클 레드포드(‘우체부’ ‘푸른 이구아나에서의 춤‘)가 각색하고 감독했는데 원작에 숨은 유머를 잘 개발했다. 셰익스피어 팬은 물론이요 시대극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열과 세대간의 오해와 위선 그리고 종교적 불관용과 관계 등을 묘사한 플롯이 매우 복잡하고 또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성분을 지녔다고 하겠다. 그러나 레드포드는 어둡도록 쓴 맛 나는 분위기 안에서 작품을 정열적으로 해석했는데 특히 세 주인공인 알 파치노와 제레미 아이언스 및 조셉 파인스의 심오한 성격 묘사 연기가 훌륭하다.
베니스에서 사채 장사로 돈을 번 샤일록(파치노)은 주위 사람들의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지만 그는 자존심 강한 사람. 그가 유대인들의 제한 구역을 벗어나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샤일록은 요주의 인물로 찍힌다. 샤일록을 증오하는 사람 중의 하나가 무역상인 기독교 신자 안토니오(아이언스). 돈에 쪼들리는 안토니오는 해외무역으로 재기하기 위해 절친한 자기 친구인 바사니오(화인스)를 내세워 샤일록으로부터 3,000더캇을 빌린다. 안토니에게 원한이 있는 샤일록은 돈을 이자와 함께 제때에 못 갚으면 안토니오의 몸의 살을 1파운드 베어낸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다.
한편 바사니오는 해외의 아름다운 여인 포티아(린 콜린스)를 사랑하는데 돈 많고 예쁜 포티아에게 구혼하기 위해 전세계서 청혼자들이 몰려든다. 포티아는 그 중에서 바사니오를 남편 감으로 고르는데 안토니오의 상품을 실은 배가 침몰하면서 그 유명한 재판이 벌어진다.
파치노가 괄시받고 증오 받는 외로운 샤일록의 처지를 무한한 깊이와 포용력으로 표현한다. 샤일록이 밉지 않고 동정하게 된다. 그 외에도 출연진들의 연기가 좋은데 분위기와 색깔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우중충하다. 그러면서도 이런 분위기에 대조되는 조명을 비추기 위해 육감성과 함께 로맨스를 충분히 살렸다.
영화를 보면서 파치노의 동정적인 연기에도 불구하고 반유대인 영화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R. 파인아츠(310-281-8223), 샌타모니카 브로드웨이(800-FANDANG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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