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천히~ 즐기세요” 모로코 식당 ‘타진’

2004-12-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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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포크 사용않고 맨손으로
비스듬히 누워 여유있게 음미

노래 불러 주세요. 제가 함께 허밍 해 드릴께요. You must remember this, a kiss is still a kiss...” 우리들에게 모로코는 영원히 잉그리드 버그먼과 험프리 보가트가 옛 추억을 회상하던 카사블랑카의 나라다. 샘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르던 ‘As tears go by’는 사랑의 쓸쓸함이 담배 연기처럼 짙게 묻어나던 노래였다.
알제리, 튀니지와 함께 북아프리카 마그리브 지역에 속하는 모로코는 프랑스의 오랜 식민 통치를 겪은 탓에 모슬렘 국가이면서도 유럽적 요소가 강하다.
안 그래도 한 입맛 하는데다 프랑스 식민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 영향으로 더욱 미묘한 요리가 발전됐다.
타진(Tagine)은 베벌리힐스에 옮겨놓은 작은 카사블랑카. 아름다운 아라베스크 문양의 출입문에서부터 잔뜩 쿠션을 들여놓아 오수를 청하고 싶어지는 실내까지 수크(시장)를 따라 들어간 좁은 골목길 끝에 나오는 비밀스런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다.
타진이란 꼭 우리네 전골냄비처럼 생긴, 모로코 음식을 담는 전통 그릇을 뜻한다.
타진에는 사공이 많다. 베나므르 압데싸마드(Benameur Abdessamad), 라이언 거슬링(Ryan Gosling), 크리스 앙굴로(Chris Angulo), 젊은 3남자가 약 4개월 전부터 동업을 하고 있지만 각자 맡은 분야만 열심이라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는다. 베나므르는 할머니 때부터 배워온 요리들을 소림사 주방장처럼 잘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 할리웃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인기 배우, 라이언 거슬링은 잘생긴 배우와 제작자들을 타진에 불러들이며 자연스럽게 홍보를 담당한다. 짐 캐리는 몇 해 전 생일 파티를 여기서 했고 다이앤 키튼, 니콜라스 케이지 등도 타진의 단골들.
여느 아랍 문화권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모로코인들은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음식의 촉감을 느끼며 먹는다. 테이블 앞에 가져온 세수 대야(Tas)에 따뜻한 물을 부어주면 맨손으로 음식을 먹는 멋진 체험을 하기 위해 손을 깨끗이 씻는다. 오른손을 이용해 자릴(Jaleel)빵으로 음식을 감싸듯 먹다보면 포크와 나이프가 거추장스런 문명의 이기처럼 느껴진다. 식사 후에는 다시 손 씻는 예식을 행하며 육체를 먹여준 세상 만물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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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진에 담긴 모로코식 양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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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식 닭고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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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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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식 쿠스쿠스.


모로코인들은 돼지고기를 삼가고 주로 양고기, 닭고기,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 가장 대중화된 음식은 쿠스쿠스와 바스티야(Bastilla). 호박 당근 양배추 같은 야채, 양고기나 쇠고기, 그 위에 굵게 간 서물 알갱이를 얹어 쪄낸 것이 쿠스쿠스다. 타진의 쿠스쿠스는 쿠스쿠스 전용 조리기구(Cous-Cousiere)로 쪄내 알갱이들이 훨씬 고슬고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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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에 계피 향을 더한 파스티야.


바스띠야(Bastilla)는 종이처럼 얇은 페이스트리 안에 닭고기, 달걀, 아몬드를 겹겹이 넣고 밖에는 하얀 설탕과 계피를 뿌린 모로코의 특미. 단 맛과 고기 맛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는데 이국적인 맛이 상상외로 좋다.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 난다.
허니 소스 양고기(Lamb with Honey sauce)는 갈비찜처럼 육질이 부드럽다. 그린 올리브와 레몬, 파프리카, 큐민, 사프론, 실란트로, 양파로 맛을 낸 레몬 치킨(Lemon chicken) 역시 고기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연하다. 허브와 마늘로 양념한 생선을 토마토, 피망과 함께 구운 생선 탄진(Fish Tangine)도 독특한 맛. 꼬치구이는 쇠고기(Beef Brochettes), 양고기(Lamb Brochettes), 닭고기(Chicken Brochettes), 새우구이(Shrimp Brochettes) 등 다양하며 콤보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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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민트 티를 준비하고 있는 벤.



식사 후에는 민트 티를 내온다. 모로코에 차가 소개된 것은 18세기. 역사는 짧지만 소화에 좋다는 박하 티를 모로코인들은 수시로 마셔댄다. 주전자를 높이 들어 거품을 내며 예쁜 잔에 따라주는 민트 티는 깔끔하고 개운한 맛으로 식사를 정리해준다. 모로코와 중동 지역의 전통 후식인 바크라바는 꿀을 가득 더한 것이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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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무대를 꾸미는 벨리 댄서.

모로코인들은 모든 일에 “슈이아, 슈이아!(천천히, 천천히)”를 외친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사는 이들이라 식사도 약간 비스듬히 누워 천천히 한다. 주말에는 벨리 댄서가 관능적인 무대를 펼치며 히나 문신 아티스트가 문신을 해주기도 한다.


Tips

▲종류: 모로코 식당 ▲오픈 시간: 런치, 화-금요일 오전 11시30분-오후2시30분. 디너 화-일요일 오후 6-11시. 금, 토요일 오후 8시30분-10시까지는 벨리 댄서가 있다. ▲가격: 3코스 29달러, 5코스 36달러, 7코스 45달러. My Tasting Course 62달러. 전채 6.45-6.95달러. 메인 디시는 18-24달러. ▲주차: 스트릿 파킹. ▲주소: 132 N. Robertson Blvd. Beverly Hills, CA 90211. Robertson Bl. 선상. Wilshire Bl. 조금 북쪽. ▲전화: (310) 360-7535.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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