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녹색의 푸주한들’★★★1/2

2004-12-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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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en Butchers)
인육을 쇠고기로 팔자 문전성시

사람고기를 쇠고기로 팔아먹는 정육점 주인의 음산하고 얄궂고 우스운 덴마크 영화로 서정적이기까지 하다. 재미있다.
스벤트는 근육경련증이 있는 까다로운 친구로 어릴 때부터 남들의 놀림거리. 바네는 세상 공포증이 있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가급적 회피한다. 그런데 둘은 절친한 사이.
같은 정육점에서 일하는 둘은 못된 주인을 떠나 따로 정육점을 차리나 파리만 날린다. 그런데 스벤트가 사고로 전기공을 대형 냉장고에 가둬 동사케 하면서 이 정육점은 손님들로 가득 차게 된다. 스벤트가 자기 실수를 감추기 위해 전기공의 인육을 상품으로 내놓았는데 그 맛을 본 손님들이 정육점 앞에 길게 줄을 선다. 평생 처음 성공의 맛을 본 스벤트는 바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맛에 도취, 계속 맛있는 고기를 내놓는다. 이와 함께 동네의 인구가 조금씩 줄어든다.
끔찍하면서도 히스테리칼하게 우스운 영화로 ‘스위니 타드’와 ‘공포의 구멍가게’를 연상케 한다.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람은 스벤트 역의 마스 미켈슨. 그는 역겹기 짝이 없는 대머리 헤어스타일을 하고 진짜로 괴이한 연기를 한다. 스벤트가 집념적으로 고기와 양념 얘기만 하는 모양을 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미켈슨은 매우 좋은 영화 ‘열린 마음’(2002)에 나와 감동적인 연기를 했었다. 영화를 감독한 안더스 토마스 옌센은 덴마크 영화계의 중심 인물로 도그메 영화인 ‘미후네’와 ‘열린 마음’의 각본도 썼다.
‘녹색 푸주한들’은 사회와 타인들에 의해 인정되기를 원하는 국외자들의 얘기로 이들이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얘기를 부식성 있는 연민의 마음으로 그렸다. 사악하도록 우습다. 성인용. 16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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