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형제가 형제에게’ ★★★½(5개 만점)

2004-12-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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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ther to Brother)

컬럼비아 대학생인 흑인 게이 청년의 자아 확인과 함께 그가 우연히 만난 나이 먹은 게이 작가를 통해 1920년대 할렘의 반항적인 흑인 지성인들이 주도했던 할렘 르네상스를 회고한 감정적이요 착실한 드라마다.
우리가 전연 알지 못했던 미국 사회의 한 문화의 양상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흑인 게이가 겪어야 하는 이중 차별과 갈등과 고뇌를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묘사하고 있다.
게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페리는 아마추어 화가이자 이상주의자.
그가 어느 날 자신이 일하는 무숙자 보호소에서 왕년의 할렘 르네상스의 주역중 한 사람이었던 브루스 뉴전트와 친하게 되면서 페리는 브루스를 통해 과거 흑인 문인과 지식인들의 세상을 체험하게 된다.
역시 게이인 브루스는 페리를 지금은 폐가가 된 할렘 르네상스의 본부였던 아파트(110가 북쪽을 중심으로 르네상스가 이뤄졌었다)로 안내하면서 브루스와 그의 동료들의 과거가 흑백으로 회상된다.
이 아파트는 혁명적이요 반항적인 젊은 문학인들의 창작 산실로 이들은 여기서 당시로서는 지나치게 파격적인 동인지 ‘불!’을 발간한다.
이 잡지는 게이와 창녀들의 얘기를 노골적으로 묘사해 흑인사회로부터 흑인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격렬한 보이콧을 당하기도 했다.
페리는 브루스의 회고를 통해 할렘 르네상스의 영광의 날들과 혁신적인 젊은 창작인들의 삶과 개인적 면모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브루스의 제2의 가족이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페리는 이들이 흑인이요 게이였음을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것도 깨닫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게 된다.
한 청년의 노지식인에 의한 성장기이기도 한데 연기들이 매우 훌륭하다.
성인용. 일부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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