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들에 사랑의 풀코스 만찬”

2004-1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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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 사랑의 풀코스 만찬”

이정예씨(가운데)와 여성 성도들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남가주 한샘물교회 주부회원들 격주 봉사

이태리 음식·궁중요리등 만들며 서로 배워
사기그릇 접시에 일일이 담아 서브에도 신경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모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음식을 정성껏 마련합니다. 노인들께서 풀코스 음식을 맛있게 즐기시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더 즐거워요” 남가주 한샘물교회의 친교실에는 2주에 한번 풀코스 요리만찬이 펼쳐진다. 여자성도들 7명이 매 격주 수요일 노인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른들에게 만찬을 대접하는 것. 교회에서 성도들이 교인들을 위해 음식 준비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일류 레스토랑에서나 맛볼만한 일품요리가 일회용 접시에 덜어먹는 부페식이 아닌, 사기그릇 접시에 담겨 처음부터 끝까지 회원들이 직접 서브하는 풀 코스식 만찬으로 펼쳐지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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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요리인 잔치국수

지난 10일의 메뉴는 ‘궁중요리 코스만찬’.
만찬 준비팀의 주방장은 이정예(43)씨로, 이튼칼리지 뮤직 컨서버토리의 학생처장이며 오르가니스트인 이씨는 패사디나의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 요리학교에서 프랑스 요리를 전공한 요리사이기도 하다.
이날 이정예씨와 주부회원들이 노인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은 애피타이저인 족편과 잣죽으로부터 시작해 송이버섯 두부부침과 연근, 궁중떡볶이, 대하찜이 나왔고, 메인요리는 너비아니 구이와 잔치국수, 디저트로 과일에 이르기까지 총 8가지의 정식 코스요리가 모두 손이 많이 가는 정성스러운 음식이었다. 노인들은 생일이나 잔치 같은 특별한 날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진귀한 음식들을 정기적으로 맛보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는 분들의 요리솜씨가 뛰어나세요. 만찬을 준비하면서 서로 배우는 거죠. 저희는 배우면서 어른들을 섬길 수 있어서 좋고, 어른들은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까 좋아하시죠.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크잖아요”
평소 음식을 차리고 가까운 친지들을 대접하는 것을 즐겨왔다는 이정예씨는 노인클래스 개강 파티 때 회원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대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으로 정기적인 만찬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지난 개강파티 때는 이태리 코스 요리를 서브했는데, 돌아오는 12월 종강 파티때는 중국요리 풀 코스를 서브하는 등 계속해서 좋은 음식을 대접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교회 어른들께 봉사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요리법을 배우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얻는다고 전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봉사의 손길이 더욱 정겨워 지는 시기, 이정예씨와 여성도들이 정성껏 차리는 만찬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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