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 테이스팅

2004-1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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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에서는 술도 세가지 코스로 나누어서 서브합니다. 첫번째 코스는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 마시는 ‘식전 술’입니다. 아페리티프(aperitif)라고 합니다. 두 번째 코스는 식사 중에 마시는 ‘포도주’(wine)이고 세 번째 코스는 식후에 소화촉진을 위해서 마시는 ‘브랜디’(brandy)나 ‘리뀨르’(liqueur)입니다. 디제스티프(digestif)라고 합니다.
식당에서 회식을 할 경우 ‘식전 술’과 ‘식후 술’은 각자가 주문을 하지만 포도주만은 주최자(host)자가 하여야 합니다.
일단 주문한 포도주가 식탁에 오를 때는 주최자는 그 포도주의 품질을 감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 절차를 ‘와인 테이스팅’(wine tasting)이라고 합니다. 포도주 시음이라는 뜻입니다. 이 절차는 병으로 시킬 때만 필요하고, 잔술을 시킬 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포도주를 취급하는 웨이터를 ‘와인 스튜어드’(wine steward)라고 합니다. 와인 스튜어드는 주문한 술을 마개를 따지 않은 채 갖고 와서 호스트의 바른편에 정중히 섭니다. 그리고 우선 병의 레이블을 보여 줍니다. 그 다음에는 코르크 스크루를 사용해서 코르크 마개를 조심스레 뽑습니다. 그리고 그 뽑은 코르크를 호스트 앞에 놓습니다. 호스트가 좋다는 사인을 주면 와인 스튜어드는 호스트의 와인 잔에 약 4분의1 정도를 붓습니다. 그러면 호스트는 다음과 같이 색상과 냄새와 맛을 감정합니다.
호스트는 잔의 스템을 쥐고 눈 높이로 잔을 올리거나 약간 들어서 불빛이나 흰 백그라운드 쪽으로 향해서 잔을 45도 정도 기울이면서 색상(color)을 봅니다. 포도주는 백 포도주건 붉은 포도주건 맑아야 합니다. 상한 빛이 보이지 안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합니다.
다음 단계는 향기(aroma)를 점검하는 절차입니다. 잔을 코 가까이 가져가서 냄새를 맡아봅니다. 그 다음에는 잔을 수평으로 쥔 채로 원을 그리며 한두 번 돌려서 술이 움직이도록 하면서 향기를 방출하게 하고 냄새를 맡아봅니다. 썩은 냄새, 곰팡이 냄새, 식초에서 나는 것과 같은 신 냄새가 나지 않고 상쾌한 냄새가 나면 그 다음 단계로 진행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시음(tasting)입니다. 포도주를 약간 마시고 입안 전체에 퍼지게 하면서 입을 다물며 코로 공기를 약간 들여 마심으로써 입안에 향기가 퍼지게 합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 당미, 산미, 떫은 정도, 뒷맛 등을 감정을 합니다.
이때 조심할 것은 술을 마시는 식으로 들이키면 안됩니다. 맛에 이상이 없다는 사인을 주면서 잔을 탁자에 놓으면 와인 스튜어드는 그 잔에 포도주를 채우고 시계바늘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나머지 손님들의 잔도 일일이 채웁니다. 포도주 잔은 3분의2 정도로 채우는 것이 격식입니다.
와인 테이스팅은 포도주의 선택을 위한 절차가 아니고 변질 여부를 감정하는 절차입니다. 시음을 해보니 맛이 생각하였던 것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은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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