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일 먹어도 안 질려”

2004-11-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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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바니 리스또란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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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리처드 그로쏘.


이탈리아 남자들은 모두 마마보이인 줄 알았더니 가끔씩은 아버지를 끔찍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들들도 있는 것 같다. 우드랜드 힐스의 이탈리아 식당 죠바니(Giovanni)의 리처드 그로쏘(Richard Grosso)가 바로 그 장본인. 그의 아버지 죠바니는 대공황 때, 원대한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 왔다. 이탈리아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투 잡, 쓰리 잡을 뛰던 그는 어린 리처드에게 지칠 줄 모르는 용기와 성실이야말로 성공의 열쇠임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죠바니는 늘 입이 닳도록 그에게 일렀다. “최고가 될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야지.(You don’t have to be the best but you always have to do the best.)” 부친 죠바니의 가르침에 따라 매사 최선을 다해온 리처드. 재작년 아버지를 기억하며 오픈 한 죠바니 리스또란떼(Giovanni Ristorante) 역시 이런 경영방침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통 이탈리아 요리
본토의 맛 그대로
가족적인 분위기
인심과 요리 푸짐

죠바니의 고향, 나폴리는 인심 훈훈한 것이 거의 한국 수준. 내 집 찾아온 길손들에게 사랑과 정성으로 준비한 식사 한 끼 잘 대접해 보내지 않고서는 발을 편하게 뻗지 못하는 부모의 성격은 그의 유전자 속에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는 어머니가 만들어줬던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런 이탈리아 남부 음식들을 입이 헤 벌어질 만큼 푸짐하게 퍼준다.
요리하랴, 주방 지휘하랴 바쁠 텐데도 리처드는 심심하면 다이닝룸으로 나와 손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식사 잘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너무 잘난 웨이터들 눈치를 봐야 하는 고급 식당의 불편함과는 거리가 먼, 가족적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주 좋다.
이러니 한 번 왔던 손님들은 주6일 찾아올 만큼 열성적인 단골이 돼 버린다. 짜장면과 설렁탕 먹어보면 다른 요리 어떻게 하나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죠바니는 이탈리아요리에 있어 짜장면만큼 기본적인 아이템들을 아주 잘 해낸다. 스파게티 포모도로, 페추치니 알프레도, 링귀니 봉골레, 뇨끼 페스토 등 언제 먹어도 좋은 메뉴들이 거의 장인 솜씨다.
다른 곳보다 색깔이 짙은 꼴뚜기 튀김(Calamari Fritta)은 튀김옷 반죽에 파프리카를 넣어 매콤한 맛과 붉은 색깔을 낸 것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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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와인·마늘·허브를 넣은 조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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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 위에 토마토와 베이즐 얹은 브루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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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 마살라와 알리오앤올리오 파스타.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위에 다진 토마토, 베이즐, 피망 볶음을 얹은 브루셰타(Bruchetta)는 다른 곳에선 그냥 줘도 안 먹을 메뉴지만 이곳에서는 다시 주문을 하고 싶을 만큼 맛있다. 화이트 와인과 마늘, 허브에 국물을 자작하게 넣은 조개 요리(Fresh Steamed Clams), 카프리 식 샐러드(Caprese) 모두 맛깔스럽다. 파스타는 스파게티, 링귀니, 리가토니, 페네, 파르팔레, 푸실리, 페투치니, 앤젤 헤어 등 가지각색의 면발을 마마 글로리아의 비법 그대로인 마리나라(Marinara), 볼로냐 식 고기 소스(Meat Sauce), 올리브 오일과 마늘만으로 맛을 낸 알리오앤올리오(Aglio e Olio), 색색의 야채가 아름다운 프리마베라(Primavera), 전통 크림소스인 알프레도(Alfredo), 가장 기본적인 포모도로(Pomodoro), 베이즐 페스토(Basil Pesto), 매콤한 아라비아타(Arrabbiata) 등 다양한 소스와 믹스앤매치해 즐길 수 있다. 피망, 양파, 버섯, 케이퍼, 올리브, 앤초비를 레드 소스에 넣어 조리한 창녀들의 파스타(Puttenesca)도 정말 맛있다. 링귀니는 신선한 조개, 홍합, 꼴뚜기 등의 해산물을 조화시킨 메뉴가 여럿. 레몬, 버터, 마늘 소스에 소테한 점보 새우, 새우 스캄피(Shrimp Scampi)는 소스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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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조개 국물에 해산물등을 넣은 치오피노.


토마토 조개 국물에 홍합, 조개, 꼴뚜기, 흰 살생선, 새우와 링귀니를 더한 치오피노(Cioppino ala Danielle)는 바다 냄새 가득한 것을 한 대접 가져다준다.
프랑스 요리에 비해 미묘하고 세련된 맛이 떨어져 천대하던 이탈리아 식 닭고기와 송아지 요리도 이곳에서는 본토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버섯과 마살라 와인 소스로 조리한 마살라(Marsala), 레몬, 버터, 화이트와인, 케이퍼로 맛을 낸 피카타(Picatta), 올리브 오일에 소테 한 밀라네제(Milanese), 마리나라 소스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 녹인 파미지아나(Parmigina) 등은 그 소재가 닭고기든 송아지든 손가락을 빨 만큼 맛있다.
페네에 마리나라 소스와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 구운 모스타키올리(Baked Mostaccioli), 뇨끼(Baked Gnocchi)는 이탈리아 남부 가정식의 맛을 그대로 전해준다. 바비큐 치킨 피자, 마게리타 피자 등 피자와 칼조네(Calzone)도 원조 이탈리아식이다. 메인 디시에는 따로 주문한 것만큼 푸짐한 파스타를 딸림으로 퍼준다.


Tips

▲종류: 이탈리아 남부지역 요리. ▲오픈 시간: 화-일요일 오후 5시-10시. 월요일은 휴무. ▲가격: 전채는 3.95-12.95달러. 파스타는 7.95-11.95달러. 메인 디시와 스페셜티는 11.95-21.95달러. 피자와 칼조네는 사이즈에 따라 7.95-19.95달러. 배달 비는 1-5달러. ▲주차: 뒤쪽 무료 주차장. ▲주소: 21926 Ventura Blvd. Woodland Hills, CA 91364. ▲전화 (818) 884-0243. ▲www.giovanniristorante.com.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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