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웃사이를 돈독히 해주는 레서피

2004-11-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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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애숙의 Story & Recipe

필라델피아에서는 11월쯤 운 좋으면 한국 마켓에서 무청을 박스로 살 수 있다. 낱개로 사면 무청줄거리가 두 개 달려있는데 99센트니 상당히 비싼 편이다. 비싼 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산다. 김치며, 된장, 장아찌 등에 길들인 이 입맛을 원망하면서…
내가 메릴랜드 살 때 무청을 파는 농장을 발견했었다. 이 농장주인은 전화하면 우리말은 한마디도 못하면서 ‘무 있어요’ 이 말만은 자신 있게 할 줄 아는 백인아저씨다.
그 집에서는 1박스에 7달러쯤 하는데 양이 엄청나게 많아 횡재하는 기분으로 사온다.
그렇게 사온 무청을 데쳐 베란다에 말려놓으면 부자라도 된 듯 마음이 넉넉해진다.
가을볕은 보약이라 돈주고도 쬐라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가을볕에 말려 먹으면 영양도 만점이고 겨우내 국 끓여먹어도 좋고, 된장에 무쳐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무청을 팔팔 끓는 물에 소금 넣고 말랑말랑할 때까지 데친 다음 찬물로 헹구지 말고 그대로 소쿠리에 건져 햇빛에 바짝 말린다.
볕이 좋으면 일주일이면 바짝 마른다. 우리나라에서야 지천에 깔린 게 시래기지만 미국서는 귀한 이 시래기를 가까운 이웃에게 조금씩 나눠줘도 고단한 이민생활이 한결 훈훈하게 느껴진다.
이 시래기를 마른 멸치와 함께 된장찌개를 끓여도 맛있고, 생선 조림할 때 밑에 깔아 고추장양념에 조려 먹어도 별미이다.


시래기 된장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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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불린 시래기 300g, 소금 조금, 참기름·다진 마늘·멸치가루·된장·식용유 각각 1큰술씩, 국간장·고춧가루 2작은술씩, 채 썬 풋고추 2개, 다시국물 ⅓컵, 채 썬 굵은 파 ¼대
▲만들기: 참기름 두른 팬에 다진 마늘을 넣어 향을 내고 멸치가루와 된장을 넣어 살짝 볶는다. 볶은 된장을 시래기에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기름 두른 팬에 시래기무침을 볶다가 고춧가루와 풋고추를 넣어준다. 여기에 다시국물과 대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뜸들이듯이 조린다


우족 시래기 된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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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우족 1kg, 물 적당량, 마늘 5쪽, 통후추 1/2작은술, 대파 2대, 불린 시래기 300g, 콩가루 1큰술, 소금 다진 파 조금, 시래기 양념(된장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½큰술, 소금, 후춧가루 조금씩)
▲만들기: 핏물 뺀 우족은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내고 다시 찬물을 붓고 마늘, 통후추, 대파와 함께 중불에서 3~4시간 끓인다.
불린 시래기는 물기를 꼭 짜고 양념에 무친다. 기름 걷은 우족 국물 8컵에 양념 무친 시래기를 넣고 끓인다.
콩가루는 미지근한 물에 고루 갠다. 시래기가 부드러워지면 콩가루 물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다. 먹기 좋게 썰어놓은 우족은 소금, 후춧가루, 다진 파를 섞은 양념을 곁들여 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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