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멋진 부엌은 주부들의 꿈

2004-11-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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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부엌은 주부들의 꿈

리모델링 후 환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로 탈바꿈한 부엌은 가족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 가족 공간이 되었다. 헬렌 길씨와 딸 진영이 강아지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홈 파티가 잦아진다. 감각 있는 주부 소릴 듣고 싶어 거실 한가운데 멋진 파티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부엌을 들락거리는 호스트를 따라 들어온 손님들이 도대체 부엌을 떠나지 않는다. 밥과 인생을 함께 짓는 부엌, 아무리 달고 짜고 매운 게 세상의 입맛이라 해도 손님에게 보이고 싶은 부엌은 항상 깔끔 담백한 맛이고 싶은 게 주부의 소망이다. 이런 주부의 속내를 알아차린 듯 요즘 부엌에 대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각종 주방기구들을 부엌가구에 내장하는 빌트인 시스템이 부엌의 표정을 바꾸고 있는 것. 세련된 인테리어 연출은 물론 동선을 줄여 이제 부엌은 단순히 취사공간이 아니라 가족이 모이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부엌 리모델링은 선뜻 결정하기 힘든 주부들의 ‘꿈’이다. 집안을 수리한다는 게 예삿일이 아닌데다 가격 부담도 만만치 않아서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길태우·헬렌씨 부부의 부엌을 찾아가 리모델링 과정과 비용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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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모노그램 냉장고를 중심으로 왼편에 설치된 밀레 커피메이커와 스팀 쿠커.

길태우·헬렌부부 부엌 리모델링 소개
넓고 확 트인 수납공간에 짧아진 동선… 총비용 6만여달러
HSPACE=5



길태우·헬렌씨 부부는 2001년 7월 라카냐다에 전망 좋은 주택을 구입했다. 1950년대 건축된 이 주택은 베드룸 4개 욕실 3개로, 위치며 크기며 주위환경 모두가 이들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주부인 헬렌씨의 눈에 불만스러운 공간이 부엌이었다. 꽤 널찍하고, 싱크대에 섰을 때 앞뜰이 환히 내다보이는 창문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너무 낡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사를 오는 순간부터 빠른 시일 내 부엌 리모델링을 하자고 남편과 의견일치를 보았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막막했다. 사실 부엌이라는 공간은 아무리 불편하고 보기 싫어도 참고 사용하다 보면 큰 고장이 없는 한 시각적으로나 동선상으로나 주부에게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몇 년째 마음에 들지 않는 싱크대와 수납장을 보면서도 부엌 개조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체념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는 헬렌씨는 어느 날, 신문을 뒤적이다가 부엌 리모델링 광고에 눈이 멈췄다.
부부가 함께 비즈니스를 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여러 업체들로부터 견적서를 요청하고 비교할 겨를이 없었는데, 잘 아는 사람의 얼굴이 실려있는 신문광고가 반갑기도 하고 자연스레 신뢰감이 느껴졌던 것. 길씨 부부는 그 길로 한인업체인 유로크래프트(Eurocraft·대표 제임스 윤)에 부엌 리모델링을 의뢰했다.
먼저 디자이너가 헬렌씨의 집을 방문했고 스타일 결정에 들어갔다. 헬렌씨 부엌의 경우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부엌가구와 가전제품을 바꿀 계획이었으므로 그다지 대공사는 아니었다.
“캐비닛 재질은 환한 색과 섬세한 결의 메이플 라이트로 원목 질감의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캐비닛 문은 고급스러우면서 고풍스런 느낌이 강한 볼록형으로, 전체적인 디자인은 작업 및 수납 공간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프레임이 없는 유러피안 스타일로 공간 활용도를 높였죠. 그리고, 아일랜드와 싱크대의 카운터 탑 표면은 그라나잇(Granite)으로 깔아 청결함을 유지하기 쉽게 했습니다”
헬렌씨의 부엌을 디자인한 유로크래프트 데이빗 조 실장의 설명이다.

10년 이상 부엌 리모델링을 해온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면, 현재 냉장고와 오븐 등 빌트-인(Built-In) 가전제품이 설치돼있는 벽을 허물어 식당과 부엌이 하나의 확 트인 공간으로 만드는 ㄱ자형 부엌을 제안했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부엌이 보이는 게 싫다는 헬렌씨의 의사를 존중해 ㄷ자형 부엌을 고수했다는 것.
반면 헬렌씨는 모서리에 설치되는 벽장이 닫는 문 없이 오픈형으로 디자인된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미관상 답답해 보이고 특별 맞춤을 해야하는 벽장 하나로 인해 비용과 시간이 낭비된다는 디자이너의 설득을 받아들여야 했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예산 결정. 헬렌씨는 부엌 리모델링 총예산을 4만5,000달러로 잡았다. 디자인 컨설팅을 포함해 캐비넷과 카운터탑 제작비 2만6,000달러, 시공비 5,000달러. 가전제품 1만5,000달러로 책정됐고, 예상기간은 넉넉하게 캐비넷과 카운터탑 제작 4주, 시공 5일로 잡았다.
스타일과 예산이 결정되자 가전제품(Appliances) 주문에 들어갔다. 미리부터 붙박이형 스타일인 빌트-인 가전제품으로 설치할 생각이었기에 퍼시픽 세일즈에서 제너럴일렉트릭 모노그램(GE Monogram)을, 코지다운에서 독일산 ‘밀레(Miele)’ 브랜드 제품들을 2주일 전에 주문했다. 빌트인 가전의 장점은 다양한 주방제품과 관련 식기를 잘 정리할 수 있는 활용방법으로, 부엌 가구와 일체형으로 모든 제품들이 빌트 인되면 그만큼 주방공간에 여유가 생긴다.
헬렌씨는 우선 GE 모노그램 빌트-인 냉장고 2대를 구입해 양쪽으로 문이 열리게 나란히 배치한 후, 왼편에는 밀레(Miele)의 커피메이커와 스팀쿠커(Steam Cooker)를, 오른편에는 GE모노그램 월 오븐(Wall Oven)과 워밍 드로어(Warming Drawer) 역시 빌트-인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가스레인지(Cooktop)는 GE모노그램을 선택해 맞은 편 빌트인 제품들과 외관상 통일감을 주었고, 후드는 어루어(Allure) 제품을, 식기세척기(Dishwasher)는 밀레 제품을 주문했다. 모든 가전제품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주문을 끝내고 보니 2만달러가 소요됐다.
그다지 무리 없이 디자인이 결정되자 딱히 아는 시공업체도 없고 해서 유로크래프트가 소개해준 업체에 시공을 맡겼고, 4주쯤 지나 리모델링 공사가 착수됐다. 그러나 막상 시공에 들어가니, 싱크대와 식기 세척기를 설치해야할 바닥의 지반이 내려앉아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었다.
시공업체는 바닥 공사부터 먼저 해야한다고 제의했고 이왕 큰 맘 먹고 하는 공사니 완벽하게 하자는 생각에 동의했다. 4∼5일이면 끝난다는 공사가 10일 가량 지연된 건 물론, 비용도 1만1,000달러로 예산보다 2배 이상이 소요됐다. 게다가 부엌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일 외식을 해야하는 건 당연지사. 헬렌씨는 물론 딸과 남편 모두 한식을 좋아해서 주로 인근의 한국식당에서 사먹어야 했다.
“처음에는 저녁 준비할 필요가 없어 내심 환호성을 질렀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얼른 부엌이 완성됐으면 하는 바램뿐이었어요. 또 둘다 출근을 해야하기에 집 열쇠를 시공업체에 맡기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공사가 얼마나 되어 가는지 점검해야 했죠”
이렇게 해서 헬렌씨의 부엌 리모델링에 들어간 실제 비용은 6만달러. 예상보다 훨씬 초과된 금액이었다. 공사를 하는 중에는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완성된 부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헬렌씨는 앞으로 부엌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무엇보다 아일랜드와 밀레 커피 메이커에요. 조리 준비대도 되고, 식탁, 책상으로도 이용하죠. 요리할 땐 각종 재료와 요리책을 죽 늘어놓을 수 있어 좋고, 가끔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우편물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사용해요. 아일랜드에 캐비넷 스타일로 수납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부엌이 더없이 깔끔해지죠. 그리고, 밀레 커피 메이커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더없이 편리한 기구죠”




부엌을 재건축한 경우
공사기간 3개월, 총 9만여달러 들어

기존의 부엌을 완전히 허물고 확장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글렌데일에 사는 최용준씨의 경우가 바로 그 것. 하이그로시 화이트로 꾸며진 기존의 부엌은 너무 좁고 전체적으로 답답한 느낌이 들어,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부엌 천장을 높이고 창문을 큼직하게 만드는 등 부엌을 새로 건축했는데, 전기, 가스, 플러밍 모두가 재배치되고 배관, 토목, 전기, 가스 공사마다 시의 점검을 받아야 했기에 공사기간만 3개월이 소요되는 대공사였다.
캐비닛의 경우 모던 클래식 스타일의 메이플 도어에 광택이 없는 앤틱 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차분하면서 세련된 이미지를 조성했고 카운터 탑은 블랙계열에 보라색 펄이 펼쳐진 그라나잇을 선택해 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주방기구는 명품 바이킹(Viking) 빌트인 가전제품으로 통일했으며, 천장이 높아짐에 따라 전체적으로 시원하면서 웅장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을 고려해 캐비넷의 높낮이에 변화를 주어 아늑함이 느껴지도록 했다.
이렇게 부엌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은 항목별로 캐비닛과 카운터 탑 3만2,000달러, 주방기기 1만6,000달러. 공사비 3만달러. 부엌 타일과 창문 1만달러로 총 9만달러가 소요됐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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