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깜짝 아이디어’로 거짓말 처럼 떴어요

2004-11-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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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도시’
뉴욕에서 각광받는 한인 3인방

유명 패션 디자이너 두리 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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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디자이너협회와 보그지가 선정한 유망 디자이너 10인에 포함된 정두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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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뉴욕패션위크 봄·여름 컬렉션에 선보여 언론의 호평을 받은 정두리씨의 작품.


뉴욕 패션계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두리 정(31)씨는 올해 패션디자이너협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와 패션잡지 ‘보그(Vogue)’가 선정한 유망 디자이너 10인에 포함돼 ‘CFDA/VOGUE 패션 펀드 어워드’ 최종후보에 올랐다.
“패션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단체인 CFDA로부터 인정을 받아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정씨는 “이번 달 한국에서 개최될 ‘프레타포르테 부산 2005 S/S 컬렉션’과 내년 2월에 있을 ‘2005 F/W 패션위크’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3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정씨는 고교시절 FIT(뉴욕패션주립대)에서 디자인수업을 들으며 직접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뉴욕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할 때는 빈티지 티셔츠를 리폼한 티셔츠 드레스를 맨해튼 플리 마켓에 내다 팔기도 했다.
도나 캐런과 스탠리 허먼 같은 유명 디자이너를 멘토로 졸업 작품을 만들었던 정씨는 1995년 졸업 당시 파슨스가 최우수 학생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했고, 바나나 리퍼블릭 남성복을 거쳐 제프리 빈에서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6년간 일했다.
2001년 맨해턴 소호에 부틱을 차리고 ‘두리(Doo.Ri)’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정씨는 2003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몸에 달라붙어 매혹적으로 흐르는 실루엣, 감탄할만한 드레이프가 미니멀한 디테일과 더불어 기품이 있으면서 섹시한 여성스러움을 자아낸다는 게 패션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두리 컬렉션이다.

디자인과 부틱 운영 두 가지를 병행하기 힘들어 최근 소호 매장을 잠시 닫았지만,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 등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두리 컬렉션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열광하는 패셔니스타들이 주고객이다.
“나만의 스타일을 개발한지 이제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도 스타일 개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컬렉션이 끝나고 나면 바로 다음 시즌에 몰두하기 때문에 패션 아이디어는 그 자체가 모두 중요하고 다음 작품으로 연결되죠”
에코 도마니(Ecco Domani) 패션재단이 수여하는 제3회 EDFF 수상자로 선정돼 후원금을 받아 지난 9월 개막된 2005 뉴욕패션위크 봄·여름 컬렉션에 자신의 브랜드로 네 번째 패션쇼를 연 정씨는 “모든 여성은 개개인의 특성이 패션에 반영돼야 하므로 통일된 패션 트렌드를 좇아가는 게 싫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자연 화장품에 영감 준 화가 강은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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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연을 소재로 한 유화작업에 빠져있다는 강은주씨가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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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다가 연말 시즌을 맞아 출시한 ‘Give Nature’s Gift’ 포스터.

친환경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화장품 회사 아베다(Aveda)가 연말 시즌을 맞아 포장이 유난히 눈에 띄는 선물세트들을 출시했다. 아베다 매장마다 진열대를 예쁘게 장식하고 있는 선물세트들은 뉴욕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강은주(43)씨의 작품들로 포장돼 있다.
지난해 5월 본보 가정·여성면을 통해 소개됐던 세 자매의 사랑과 나눔이 결합된 디자인 문구업체 ‘은코(eunco)’의 바로 그 아티스트다.
아베다가 강씨의 작품에 매료된 건 2003년 뉴욕서 열린 문구쇼에 출품된 은코 제품들을 통해서라고 한다. 과일, 꽃, 식물 등에서 축출한 천연성분을 고집해온 아베다 화장품의 컨셉이 그녀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던 것. 미네소타주에 본사가 있는 아베다는 디자인 팀을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그녀의 스튜디오에 파견했고,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그녀의 프린트 작품과 그녀가 작업하는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갔다. 그리고 일년 후 ‘올 연말에는 자연의 선물로 사랑을 전하세요(Give Nature’s Gift)’라는 광고카피와 더불어 포장과 내용물 모두 자연의 손길이 가득한 아베다 연말 선물세트가 출시됐다. 11월부터 대대적으로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아베다는 자사 홈페이지(www.aveda.com)를 통해 기프트 컬렉션 디자인에 영감을 준 강씨의 작품과 작업과정을 비디오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은코의 철학, 그리고 그녀의 작품세계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동영상 속에서 강씨는 “내 이름의 중간자인 ‘은’은 한국어로 하늘이 내려준 은총(Grace of Gift)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나의 작품이 인생의 따뜻한 선물이 되어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14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강씨는 UC샌타바바라를 거쳐 패사디나 아트센터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이후 매사추세츠주 프로빈스 타운의 파인아츠 워크센터로 펠로우십을 갔다가 91년 뉴욕에 정착한 강씨는 자연과 벗하기를 즐기고, 자연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서 작업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는 늘 낙엽, 꽃, 돌 등 자연이 숨쉰다.
어릴 때부터 세 자매가 늘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그 속에 항상 낙서 같은 그림들을 끄적여 보낸 것이 오늘의 ‘은코’ 제품을 탄생시켰고, 더 나아가 유명 화장품 회사의 상품 이미지로 개발됐다는 사실에 대해 강씨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휘파람 같은 작은 별, 꽃, 낙엽 등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한번 가슴속에 담은 기억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기억이 나에게만 특별히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니까요. 내게 소중하게 기억된 아주 작은 패턴이 여러 모양으로 상자에, 포스터에 담겨 아베다 선물을 주고받을 때 사용된다니 무척 기쁩니다”



자신의 브랜드로 뉴욕 패션계 성공적 데뷔

29세 남성 디자이너 리처드 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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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9월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리처드 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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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과 평화로움이 그대로 표현된 최씨의 컬렉션.

지난 9월8∼15일 열린 뉴욕 패션위크에서 화제가 된 젊은 디자이너가 올해 스물아홉 살 난 리처드 최(29)씨다.
뉴욕타임스는 “수년간 자크 포센(Zac Posen)으로 대표되는 보이 디자이너의 출현이 패션계의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컬렉션을 통해 데뷔한 리처드 최는 나이에 비해 경력이 탄탄해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며 최씨를 주목할만한 디자이너(Designer to Watch)로 특별 소개했다.
뉴욕에서 태어나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Parsons School of Design)을 졸업한 최씨는 2000년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디자인 디렉터로 발탁되면서 패션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럭서리 캐시미어 브랜드 ‘Ts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자리를 옮겼고, 이번 뉴욕 패션위크에 ‘리처드 최(Richard Chai)’라는 자신의 브랜드로 처음 진출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에 마지막 순간까지 참가를 망설였던 최씨는 9·11테러 3주기를 기념하는 오전에 컬렉션 발표를 하게 됐다.
그러나, 그의 패션쇼는 버그도프 굿맨, 바니스 뉴욕 등 유명 백화점 바이어들과 패션 기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순수함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감성이 반영된 이날 컬렉션은 민트 그린과 페일 옐로가 약간 섞인 그레이, 화이트, 누드 베이지 등 온화한 컬러의 작품을 입고 런어웨이를 수놓은 모델들로 인해 ‘평화’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무대가 됐다.
패션 전문가들은 레이온, 새틴, 나일론 등 서로 다르게 짜여진 빳빳한 재질의 옷감이 부드럽고 로맨틱한 실루엣을 풍기는 그의 컬렉션은 패브릭을 제대로 활용한 모던하면서도 럭서리한 디자인으로, 실험성과 상업성,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중도적 입장의 미니멀리즘을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제이콥스에서 디자인할 때는 그를 위한 쇼를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이번 패션쇼는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밝히는 최씨는 패션쇼가 끝나고 무대 인사를 나왔을 때도 스니커즈에 헐렁한 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했을 정도로 편안한 옷을 좋아하는 편.
평상시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며 뉴욕 거리를 활보하거나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긴다는 최씨는 “자신을 모더니스트이자 음울한 분위기를 즐기는 젊은이”라고 표현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아를 표출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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