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에이전트와 일하라

2004-11-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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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이 있는 한 손님에게 주택을 보여주는데 그 손님 왈 “요즘 새로 나온 매물들은 거의 다 봤다”는 게 아닌가. 시장에 나온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매물인데 보았다는 것은 다른 에이전트와 주택을 보고 있다는 말인 것 같았다.
어렵게 “다른 에이전트와도 주택을 보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더니 약간은 겸연쩍어 하면서 “그렇다”고 했다.
난 조심스레 “가급적이면 한 에이전트와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내가 아니더라도 지금 ‘거래’하는 에이전트가 잘 해주고 있다면 그 에이전트와 주택을 보라”고 했다.
손님의 대답인즉 “여러 에이전트와 주택을 보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맞받았다. 이 손님의 경우 대여섯 명의 에이전트와 동시에 주택을 보고 있었다.
주택구입시 에이전트 선정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 하지만 여기서 ‘진실’ 한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모든 에이전트가 마켓에 나온 동일한 주택 리스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에이전트와 일을 하든지 주택을 보여주는 것은 같다.
다만 어떤 에이전트가 얼마나 믿음직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주는 지가 다른 점이다.
10여년 전 미국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동그란 핀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 그 핀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If you work with other agent, please get out of my face.” (다른 에이전트와 일하고 있다면, 내 게서 떠나주세요.) 이런 문구가 나온 이유는 한 손님이 여러 에이전트와 주택을 보면 에이전트는 물론 얼마나 많은 손님의 시간을 낭비하는 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에이전트와 일하면 꾸준한 대화를 통해서 그 손님이 원하는 매물을 정확히 파악하여 최상의 매물을 최소의 시간 안에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에이전트와 일하면 주택을 찾는데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에 대화의 혼선을 빚고 신뢰도 쌓기 힘들다.
에이전트의 입장에서도 여러 에이전트를 상대하는 손님이라면 ‘1순위 고객’에 포함시킬 수 없다. 가령 다른 손님은 그 에이전트만을 의지하고 그를 통해서만 주택을 구입하려고 한다면 어떤 손님에게 최대의 시간과 정열을 쏟을 것인가?
한 백인 에이전트는 손님이 일정 기간 자신이 보여주는 주택을 그 에이전트를 통해서 사겠다는 서류에 사인을 받고 주택 찾기를 시작한다. 계약 기간은 한달이 될 수도 있고, 서로의 필요에 따라서 조정도 가능하다.
손님이 그 에이전트와 같이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면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파기하고 다른 에이전트를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기간 에이전트는 손님의 신뢰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위의 에이전트는 손님이 오면 첫날 자신과 같이 주택을 보러 다니고, 자신과 같이 일을 하고 싶으면 그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한다. 만일 그 에이전트가 주택을 찾는 방법이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사인을 안 하면 다른 에이전트를 소개해 준다.
그는 자신만을 통하여 주택을 구입하기로 한 손님이 10명 있다면 자신의 그 10명에게 최선을 다하고 나서야 사인을 안 한 손님을 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손님들이 어떤 서류에도 사인을 하기를 원하지 않지만, 그 에이전트만을 통해서 주택을 구입한다는 약속은 에이전트가 그 손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10) 619-1191

정학정
<뉴스타 부동산 부사장-토랜스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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