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일본적인 감독 ‘오주 영화제’

2004-10-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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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4일~12월11일 UCLA·카운티 뮤지엄 빙 극장

걸작 ‘도쿄이야기’등 총 23편 상영

가장 일본적인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동의 카메라의 명장 야수지로 오주(1903~1963)의 영화 23편이 11월4일~12월11일 UCLA의 제임스 브리지스 극장과 LA카운티 뮤지엄의 빙극장에서 상영된다. 서방세계에는 그의 생애 뒤늦게 서야 알려진 오주는 전후 서민 가정의 삶 그 중에서도 점점 멀어져 가는 부모와 자식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다.
이런 영화의 대표작이 그의 걸작중 하나인 ‘도쿄 이야기’(Tokyo Story·1953-5일 하오 7시30분 빙극장)로 지금까지 서방세계에 알려진 대부분의 오주의 영화들은 전후 작품들이다. 그러나 그의 출생 1세기를 맞아 시행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오주가 가족 풍경을 묘사한 멜로 드라마 외에도 갱스터 영화와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감독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14일 하오 7시부터 UCLA에서 동시 상영되는 전전영화들인 ‘힘차게 걸어라’(Walk Cheerfully·1930)와 ‘드래그닛 걸’(Dragnet Girl·1933)은 모두 갱스터 영화들이다. ‘힘차게 걸어라’는 갱생하려는 갱스터에 관한 액션 영화로 오주의 트레이드마크인 ‘다다미 촬영’(카메라를 다다미 위에 앉은 사람의 위치에 놓고 하는 촬영)이 확연히 드러난 작품이다. ‘드래그넷 걸’은 한때 권투챔피언이었던 갱두목이 요부와 순진한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로 할리웃 분위기를 낸 화려한 스타일의 영화다.
계절을 영화 제목에 쓴 그의 유명한 영화들인 ‘늦은 봄’(Late Spring·1949-4일 하오 7시30분 UCLA), ‘가을 오후’(An Autumn Afternoon·1962-12월 11일 하오 7시30분 UCLA), ‘늦가을’(Late Autumn·1960-27일 하오 7시30분 빙극장) ‘이른 여름’(Early Summer·1951-17일 하오 7시30분 UCLA) ‘이른 봄’(Early Spring·1956-12월3일 하오 7시30분 UCLA) 및 ‘여름의 끝’(The End of Summer·1961-12월4일 하오 7시30분부터 ‘토다 가족의 형제자매’와 동시상영 UCLA)과 같은 가족문제를 다룬 멜로드라마에서 오주는 인본주의자로서 인간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무한하도록 풍성한 감정과 함께 때로는 견디기 힘든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데 오주는 인간의 우행과 아늑한 향수를 묘사하면서 늘 약간 삐딱한 유머를 가미해 촉촉한 비감과 따스한 미소를 함께 감각케 만들곤 한다. 오주 영화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이들 계절 이름을 제목으로 쓴 영화들을 권한다.
오주는 쿠로사와와 미조구치와 함께 서방세계에 고전 일본 영화의 정체를 주지시킨 한 사람이다. 짐 자무쉬, 빔 벤더스, 후 시아오-시엔 및 아바스 키아로스다미 같은 감독들은 오주의 영향을 크게 받은 사람들. 오주의 영화들은 영화사에 하나의 역사적 기념물로 간주되고 있는데 그는 시각적 엄격성과 치밀한 이야기 구성이라는 틀 안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성의 모든 모습을 고요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빙극장의 시리즈는 5일부터 시작해 27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상영되는데 12일(‘외아들’과 ‘바람 속의 암탉’)과 19일 (‘도쿄 코러스’와 ‘그날 밤의 부인’) 그리고 20일(‘굿모닝’과 ‘에퀴녹스 플라워’)과 26일(‘숙녀는 무얼 잊어버렸나?’와 ‘녹차의 향기’)은 2편씩 동시 상영한다.
한편 UCLA의 시리즈(11월4일~12월11일)중 동시상영 영화는 다음과 같다(기사중 이미 언급한 영화는 제외). *6일(하오7시30분)- ‘나는 태어났다, 그러나’(I Was Born, But…·1932)와 ‘패싱 팬시’(Passing Fancy·1933) *21일(하오 7시)- ‘도쿄의 여자’(Woman of Tokyo·1933)와 ‘셋방 신사의 기록’(The Record of Tenement Gentleman·1947). 오주의 현존하는 작품 33편중 23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오주의 형태미와 인간미를 즐기기를 권한다. 빙극장(323-857-6010), UCLA(310-206-FILM)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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