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래된 손맛 역시 ‘따봉’

2004-10-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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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스 TAIX

프랑스 남서부 산간 지방에서 양을 치고 빵집을 운영하던 택스(Taix) 패밀리는 1870년대 청운의 꿈을 안고 LA로 건너온다. 1912년 현 주인의 증조부인 마리우스 택스(Marius Taix)는 다운타운에 아담한 프랑스 풍의 호텔을 운영했고, 15년 뒤 그의 아들은 호텔 내에 택스(Taix) 프렌치 레스토랑을 오픈한다. 당시 명성이 자자하던 치킨 디너의 가격은 고작 50센트였다고 하니 새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제대로 된 프랑스 식당이 드물던 당시. 근사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택스는 이내 LA의 명소로 떠오른다. 1964년 건물을 주정부 빌딩의 주차장 자리로 내줘야 할 때까지 연일 사람들의 물결로 넘실댔으니까.


정통 프랑스 요리 3대째 70년간 레서피 전수
일한지 20년 넘는 종업원도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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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일하고 있는 웨이터 베르나르 엥쇼스페.

LA에서 가장 오래된 70년 역사의 택스를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마이클 택스는 설립자 마리우스의 증손자. 1985년 본격적으로 운영을 맡게 된 그는 와인 셀러를 정리하며 거의 기절할 뻔했다. 약사이기도 했던 증조부는 금주령 시대에 처방용으로 수많은 프랑스 와인을 수입해 놓았던 것.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진귀한 와인들을 경매에 부쳐 얻은 수입으로 그는 과히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캘리포니아 와인과 프랑스 와인들을 잔뜩 사들였다. 600종이 넘는 훌륭한 와인 리스트는 가격 또한 소매점 수준으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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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룸.


두 곳의 다이닝룸은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틀에 박힌 색의 커튼과 의자가 놓여있다. 천정에 몰딩을 두르고 샹들리에를 밝혔지만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그저 평균 점수. 하지만 프라이빗 룸은 다르다. 프랑스 풍경이 벽화로 그려진 방, 저장된 와인을 볼 수 있는 와인 룸은 특별한 날의 식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분위기. 40-50년대의 복고풍 인테리어, 조용하고 편안한 실내는 어떤 경우의 외식에도 그만이다.
오랜 세월 한결 같이 찾는 단골들은 물론, 이 지역에 젊은 보헤미안 인구가 늘어나면서 택스는 난데없는 르네상스 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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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 가지로 장식한 램 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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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이 야들야들한 홍합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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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로 마련되는 개구리 뒷다리 요리.

정통 프랑스 요리에 이태리와 미국 요리까지 더한 택스의 메뉴는 증조부 때부터 전해내려 오는 레서피에 가족들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샐러드드레싱은 50년, 명물 토끼 고기 역시 20년이 넘는 전통의 비법이다. 전 소피텔 호텔의 셰프인 파스칼 프라페시(Pascal Frapech)는 데일리 셰프 스페셜 메뉴에 몇 가지 현대적 메뉴를 더했다. 부르고뉴 스타일의 달팽이 요리(Escargots De Bourgogne)는 택스의 명물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버터 향이 풍부하고 화이트 와인으로 조리한 홍합 요리(Steamed Black Mussels)는 야들야들한 조갯살의 촉감이 기분 좋다. 양파 수프는 물론 클램 차우더 등 매일 매일 바뀌는 수프의 맛이 장난이 아니다.
28일간 숙성시킨 뉴욕 스테이크, 마늘 버터로 구운 양고기 구이(Cotelletes D’ Agneau Grillees), 랙 오브 램(Carre D’ Agneau), 비스트로 스타일 탑 설로인 스테이크(Bifsteck Grille Avec Frites), 보르델레즈 소스 닭고기 구이(Poulet Roti Fermiere), 포트와인 포크찹(Cote de Porc), 카베르네 소스 갈비구이(Plat de Cote de Boeuf Braise), 해물 링귀니(Pates Aux Fruit de Mer) 등 뭘 먹을까 망설이게 만드는 메뉴는 하나 같이 훌륭한 맛이다.
매일 바뀌는 디너 스페셜이 아주 다양하다. 월요일은 베르네즈 소스를 곁들인 필레 미뇽, 화요일과 금요일은 지중해식 해물 빠에야, 수요일은 램 섕크, 목요일은 디종 풍의 토끼 요리, 토요일은 오렌지 소스 거위 요리, 일요일은 돼지구이 등 프랑스에 가야 먹을 수 있는 진귀한 메뉴로 식도락가들은 즐겁다.
런치 스페셜도 수요일의 꼬꼬뱅(Coq au Vin)을 비롯해 매일 찾고 싶은 메뉴들 일색이다.
43년째 일하고 있는 웨이터 베르나르 엥쇼스페는 심심해질만하면 다가와 “세봉(C’est bon? 뭐 필요한 것 없으세요?)을 묻고 간다. 그 외에도 일한 지 20년이 넘는 직원들의 수가 20명 정도. 자기 일터를 사랑하는 직원들은 자글자글한 주름 너머로 친절한 웃음과 서비스를 베푼다.


Tips

▲종류: 컨트리 풍의 프랑스 요리.
▲오픈 시간: 월-목요일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11시30분-11시. 일요일은 오후 9시30분까지. 새벽 2시까지 여는 바에서는 수-토요일 오후 10시30분-새벽 1시까지 라이브무대가 꾸며진다.
▲가격: 전채는 3.95-11.95달러. 샌드위치와 메인 디시 용 샐러드는 8.95-13.95. 수프나 샐러드 포함 메인 디시는 10.95-24.95달러. 디너 데일리 스페셜은 13.95-15.95달러, 메인 디시는 10.95-31.95달러. 수프, 샐러드, 셔버트가 포함된 택스 스타일은 3달러 추가.
▲주차: 발레 파킹 1.25달러.
▲주소: 1911 Sunset Blvd. Los Angeles, CA 90026. Sunset Bl.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Alvarado St.을 지나 왼쪽에 있다.
▲전화: (213) 484-1265.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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