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일 문집 낸 100세 이학인 목사

2004-10-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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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문집 낸 100세 이학인 목사

왼쪽부터 사위 심영견 목사, 이학인 목사, 딸 심영은 사모.

“일평생 건강하게 지내게 하시고, 또한 목회자로 세우신 하나님께 그저 감사할 뿐이지. 자녀들 모두 대학도 무사히 졸업했고, 증손주 들도 모두 훌륭하게 자라났으니 이 이상 바랄 것이 어디 있겠어” 흐트러짐 없는 곧은 자세로 또박또박 설명하는 이학인 목사. 올 10월29일 100세 생일을 맞이하는 건강 장수 노인이다. 슬하에 1남2녀, 3명의 자녀와 17명의 손자·손녀, 18명의 증손자와 증손녀를 두고 있는 이학인 목사는 10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한국일보에 실리는 생활영어의 단어와 숙어를 외우며 면학에 힘쓴다. 또한 아침마다 영어 성경 한 장, 한글 성경 30장을 정독하고, 매일 밤 모든 자녀와 손자·손녀, 증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축복기도를 할 정도로 정정하다.

“눈물대신 감사의 삶 건강은 아직도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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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목사 가정은 일가 친척들이 모이면 거대한 대가족이 형성된다. 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이학인 목사.


장수의 비결은 곧고 맑은 정신
자녀 3명에 손자· 손녀 등 35명
믿음 5원칙 지켜 가족의 본보기

30년간 한국 후암제일교회에서 목회했으며 현재 후암제일교회와 토론토 갈보리 한인장로회, 밸리장로교회의 원로목사, 밸리한인커뮤니티 교회의 공로목사인 이학인 목사는 기도와 성경 읽기, 전도하기, 주일성수, 온전한 십일조라는 5가지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생활하며 항상 가족의 본이 된다고 한다.
“아버님의 100세의 비결은 곧고 맑은 정신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상황을 항상 예리하게 판단하시고 경우가 분명하세요. 매사에 너그러우시면서 동시에 철저하신 분이죠”
막내딸 심영은(61)씨와 그의 남편 심영견(61) 목사(밸리한인커뮤니티교회 원로)는 100세가 다 된 아버지지만 깊은 통찰력과 지혜를 지니고 있어 늘 의지가 되며, 아직도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달려간다고 말한다.
손자 손녀들 역시 ‘할아버지’라는 커다란 구심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가정 안에서 자라고 있다.
구한 말 출생해 일제치하와 6.25전쟁 등 한국의 가장 어두웠던 격동의 시대를 겪은 이학인 목사의 삶은 조국을 위한 투쟁, 목회자로서의 교회 개척과 끊임없는 선교로 이어져왔다.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이학인 목사는 해방이후 후암제일교회를 개척해 30년간 시무한 뒤 79년 미국에 와서도 사위 심영견 목사와 함께 밸리한인커뮤니티 교회를 설립하고 가주노회 공로목사로 사역했다.
이후 아들 이정일 목사(63·밸리장로교회 원로)와 함께 밸리장로교회를 설립한 뒤 계속해서 자녀들의 목회를 돕고 있으며 또한 ‘학인 장학회’라는 가족 운영의 장학회를 설립해 한인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등 한인사회와 교계에 좋은 영향을 끼쳐왔다.
이번 100세 생일을 맞아 부시 대통령과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 제임스 한 LA 시장 등으로부터 축하 공문을 받기도 한 이학인 목사는 최근 지난 100년 동안의 삶을 돌아보는 문집 ‘고난의 벽을 넘어’를 간행했다.
아들 이정일 목사는 “이 문집을 통해 불행한 시기에 태어난 아버지가 투쟁적이며 동시에 영웅적인 모습으로 고난의 시기를 이겨내온 것을 알게 됐다”며 아버지의 삶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이 목사의 가족들은 16일 옥스포드 팔레스호텔에서 ‘고난의 벽을 넘어’ 출판기념회를 겸한 ‘이학인 목사 100세 축하회’를 열고 친척, 손님들과 함께 이목사의 삶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행사를 갖는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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