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분별없는 행동의 과학적 이유

2004-10-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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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자기보다 덩치는 더 큰 아이가 분별없고 미숙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어 혼란과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다. 아이들의 감정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고 롤러코스터 같이 굴곡이 심하다.
위험한 행동들을 거침없이 감행하며 규칙을 어기고, 성적인 행동을 추구하며, 마약과 록음악에 심취한다. 수필가 피천득씨는 이러한 모습의 청소년기를 ‘질풍과 노도’의 시절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 여태까지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분별없는 행동들을 ‘미친 듯이 몰려드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이해해 왔다. 하지만 최근 뇌에 대한 첨단지식은 청소년기의 질풍과 노도 같은 행동들이 호르몬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아이가 12세 정도가 되면 뇌의 사이즈나 그 인식능력의 성장발달이 완성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 혁신적 스캐닝 기술로 찍혀지는 청소년들의 뇌 사진은 아이들의 뇌가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25세 정도까지도 계속해서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뇌 전두엽의 앞부분은 소위 몸의 집행부처로서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충동을 억제시키고, 자신의 행동의 결과가 어떠할 것인가 무게를 재보고 하는 등의 일을 하는 곳인데, 이러한 기능을 하는 전두엽의 앞부분이 뇌 발달 중 가장 나중에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청소년기의 미숙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라고만 이해해 왔지만 사실은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게 하는 뇌의 부분이 덜 성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최첨단 과학적 이유이다.
물론 호르몬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다. 사춘기에 활발해지는 성호르몬의 작용은 위험한 행동과 자극적인 행동을 찾아다니게 한다. 하지만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뇌의 사고능력은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일에 뒤떨어진다. 결국 뇌 발달과 호르몬 변화의 생리발달의 스케줄에 시간적 갭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춘기를 맞는 아이들의 몸은 어른처럼 변해 가는데, 뇌의 발달은 몸의 성숙을 따라주지 않으니 청소년 시절은 운전사 없는 발동 걸린 불자동차와 같이 보이기 마련이다.
청소년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틴 행동들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행동이 부모를 미치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 것을 안다면 부모들은 낭패와 좌절감을 덜 느끼게 될 것이다. 반항하고 도전하는 청소년기에도 여전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자녀의 미숙한 실수에 대한 부모의 인내와 용서는 아이가 성숙해 가는데 필요한 성장 영양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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