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고 먹읍시다 : 소금(Salt)이야기

2004-10-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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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면 병 난다”

소금은 단지 음식에 짠맛을 가미하기 위해 넣는 조미료가 아니다. 소금은 사람이나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게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소금은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부제 역할을 하기도 하며, 도자기 만드는데도 사용되고, 그 밖에 공업용으로 쓰이는 소금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자면 하루가 다 모자란다.

인간에게 생존상 없어서는 안될 것
무기력·권태·피로·불안등 나타나고
과잉 섭취하면 고혈압·설사등 유발


간에게 소금은 생존상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소금을 얻기 위한 노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루어졌다. 원시시대에는 바다 물고기나 해초를 통해 소금을 얻었으며, 선사시대부터 소금이 산출되는 해안, 염호나 암염이 있는 장소가 교역의 중심이 되고 산간의 수렵민이나 내륙의 농경민은 그들이 잡은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교환하기 위해 소금 산지에 모이게 되었다.
음식에 섞여서 몸속으로 들어온 소금은 살균과 소화작용을 돕는다. 또 소금은 피와 섞여 몸 구석구석까지 돌면서 세포 속 노폐물을 새 물질로 바꾸어 주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영양분을 운반하거나 신진대사를 하거나 물질이 이동할 때에는 체액의 농도차, 곧 삼투압이 큰 구실을 하는데, 소금은 체액의 삼투압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체내 소금은 땀이나 오줌과 함께 몸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소금이 자꾸 없어지게 되는데, 소금이 너무 모자라면 삼투압의 균형이 무너져서 병이 나며,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건강할 때 인간의 혈액 속에는 0.9% 정도의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식염이 부족하면 무기력, 권태, 피로 및 불안 등이 생기게 된다. 한편 식염의 과잉섭취는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또한 급성 식염 과잉섭취는 장에서의 수분흡수를 방해하여 설사를 일으킨다.


소금의 종류

▲천일염
가장 흔한 식용소금 중 하나로 바닷물을 농축시켜서 만든 소금이다. 주요 산지는 지중해, 홍해 연안, 미국, 인도, 중국 등이며 한국에서는 서해와 남해에서 생산된다. 천일염의 염도는 90% 내외이고, 색깔은 백색과 투명색이 있으나, 한국산은 기상조건으로 염도 80% 내외의 백색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의 양은 연간 약 25만~35만톤에 달하지만 주로 가정식품(김장, 된장 등)으로 사용되고, 결정입자 및 염도가 불균형하여 공업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암염
땅속의 크고 단단한 지층에 들어있는 소금. 암염 광산은 수백만년 전 바닷물이 증발하여 생긴 것으로, 소금 뿐 아니라 바닷물에 있는 탄산칼슘과 칼륨 따위 광물도 함께 가라앉는 것이다. 암염 광산은 세계 어느 곳에나 있으며, 가장 유명한 광산은 오스트리아와 폴란드에 있다. 땅 위에 드러난 암석은 채석을 하는 것과 같이 채취하고 땅 속에 묻혀있는 것은 지층에 구멍을 뚫어 물을 넣어 소금이 녹으면 물을 퍼 올려 증발관에 넣어 농축시켜 소금을 얻게 된다. 암염은 광물질이 함유되어 공업용으로 적당하다.

▲정제염(기계염)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을 정수한 후 납, 아연, 크롬, 수은 등과 같이 인체에 유해한 성분들을 제거하여 얻은 순도 99% 이상의 소금이다. 마그네슘이 제거되어 흡습성이 적고 백색을 띤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 생산체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여 한국에서는 식품공업(라면, 장류, 제과, 제면 등)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재제염
원염을 여과탱크에 투입하여 물에 녹인 후 여과조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섭씨 100~200도로 가열하면 바닥에 고기 비늘 모양으로 소금이 재결정되는데, 결정된 소금을 걷어내 8~10시간 정도 자연탈수 과정을 거치면 88% 재제염이 된다. 백염, 혹은 꽃소금이라고도 불리는 재제염은 쓴맛이 없고 부드러우며 잘 녹기 때문에 가정용 식염, 김치 양념용 등으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부서지기 쉽고 가격이 천일염에 비해 50% 정도 높다.

▲가공염
원염을 볶음, 태움 등의 방법으로 변형시키거나 식품 첨가물을 가하여 가공한 소금으로 구운 소금과 죽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염분은 식물보다 동물에, 민물고기 보다 바다 생선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식생활에 따라 염분을 간접섭취하는 양이 달라진다. 일본에서는 동고서저 현상으로 동쪽 지방에서는 15그램, 서쪽에서는 10그램 정도를 섭취하고, 미국에서는 9~12그램, 영국에서는 11.9그램 정도를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에서는 주식인 곡류의 과잉섭취로 짠맛을 가진 반찬을 선호하는 식습관 때문에 소금 섭취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 한국인의 식염섭취량은 필요량의 10배 이상을 초과하는 국민 1일 평균 15그램 내외이다. 소금의 과잉섭취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일으키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하루 소금 섭취를 8.7그램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다.
소금이 인체에 유익한가 해로운가에 대한 논란은 매우 오랜 기간 계속되어 왔으나, 소금 자체보다는 소금에 포함된 불순물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짠맛을 잘 내는 소금을 가장 좋은 소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순도가 높고 불순물이 적으며 가격이 싼 소금이 가장 좋은 소금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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