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매너 이야기 결혼식 청첩장

2004-10-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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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거주하는 우리 한인들의 결혼식 청첩장을 보면 천태만상입니다. 미국식으로 구성된 것이 있는가 하면, 한국식인 된 것, 두 가지가 뒤섞인 것 등 일정한 격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양쪽의 격식이 비슷하면 몰라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법도에 어긋나고, 뒤죽박죽이 되기 쉽습니다.
혼선은 우선 두 문화권의 청첩인에 관한 개념 차이로부터 시작됩니다. 한국에서는 혼사는 양가의 대사이니 만큼 청첩은 양가에서 양가 부모의 이름으로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결혼식의 비용은 신부측에서 부담하고, 행사도 신부측에서 주관하게 되어 있으므로 청첩장도 신부 부모가 신부 부모의 이름으로 발행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청첩인이 양가 부모이고, 미국에서는 신부 부모입니다. 우리 개념으로 미국 사람들의 청첩장을 보면 신부는 양친이 있지만 신랑은 고아처럼 생각되기 쉽습니다.
다음으로는 Mr. & Mrs.의 용법 차이로 오는 혼선입니다. 한국에서는 부부의 이름을 나열할 때 두 사람의 성명을 전부 씁니다. 그리고 부부간이지만 성도 다릅니다. 우리는 그러한 습관에 젖어 있기 때문에 부부 이름을 영어로 Mr. & Mrs.로 표현할 때 부인 이름(first name)도 넣고 남편이름도 넣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Mr. & Mrs.라는 형식을 취할 때는 여자 이름은 넣으면 안됩니다. Mr. & Mrs.의 뒤에는 남편 이름만 넣는 것이 올바른 용법입니다.
미국에서도 양가에서 비용을 부담할 때는 양가의 부모 이름으로 청첩장을 발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양가 부모의 이름을 나열할 때 신부 부모의 이름을 앞에 놓습니다. 한국에서는 신랑 부모의 이름을 앞에 놓는 것이 관례이고 보면 이 역시 반대입니다. 당사자들의 이름도 한국에서는 신랑이 앞이고 신부가 뒤입니다. 그러나 미국식은 신부 이름을 앞에 놓고 신부가 신랑 아무개와 결혼한다는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신부가 주역인 셈입니다.
청첩장을 한글과 영어로 구성하려면 한글 쪽은 순수한 한국식으로, 영어 쪽은 순수한 미국식으로 하되 양가 부모의 이름을 두 쪽에 다 넣는 것이 무난합니다. 이때 영어문 구성에 있어서 한글문을 직역하면 우습게 됩니다. 신부 부모의 이름이 먼저, 신랑 부모의 이름이 뒤에 와야 합니다. Mr. & Mrs. 뒤에는 남편 이름만 써야 합니다.

전유경<‘홈스위트홈 리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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