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을 꽃꽃이 이렇게 만드세요

2004-10-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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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다발로 집안에 가을 운치 듬뿍

오렌지색 장미·색바랜 들국화등 눈길 끌어
주황 국화와 노란 메리골드로 가을색 연출

HSPACE=5

황금빛으로 빛나는 국화와 메리골드, 거베라 데이지 등 노랗고 빨간 꽃으로 가득한 LA다운타운 꽃시장을 찾아 쓸쓸한 여심을 달래며 가을 내음에 흠뻑 취해보자.


HSPACE=5

해바라기처럼 채도가 낮은 오렌지나 브라운 계통의 꽃은 풍요로운 가을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린다.

10월 달력을 넘기고 나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유난히 한국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높고 청명한 하늘과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는 산, 가로수 아래 이리저리 뒹구는 노란 은행잎들,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이기에 더욱 그립다. 캘리포니아에 둥지를 튼 후부터 ‘가을이 있긴 있는 걸까’ 아쉬움이 생기고, 가을을 기다리며 설레던 여심마저 흐릿해졌다. 어쩌다 눈에 띈 길가의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과 언덕을 뒤덮은 억새풀도 가을을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그래도 가을은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호젓한 공간에서 자유와 사색이 주는 잔잔한 기쁨을 맛보고 싶은 계절. 혼자 살짝 찾아왔다가 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리는 캘리포니아의 밋밋한 가을을 집안으로 초대해보자. 가장 손쉽게 가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재가 바로 꽃이다. 오늘, 꽃시장을 찾아 가을 내음 물씬 풍기는 꽃 한 다발 사보는 건 어떨까.

LA다운타운 꽃시장은 요즘 그야말로 가을이 절정이다. 가을꽃의 대명사인 국화를 비롯해 해바라기, 메리골드, 칼라, 거베라(아프리카 민들레), 데이지 등으로 꽃시장은 온통 노랗고 주홍빛으로 물들어있다. 그 뿐인가. 자줏빛이 감도는 갈색 해바라기로 있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팜판, 보기만 해도 앙증맞은 로즈힙, 오렌지베리, 꽈리, 고추가 대롱대롱 매달린 꽃꽂이용 나뭇가지까지. 풍성하고 성숙한 가을의 느낌이 하나 가득 전해진다.
‘김 브라더스’ 꽃집 켄 이씨는 “요즘은 사계절 내내 꽃이 나오기 때문에 가을꽃이 따로 없지만, 가을 분위기를 내기 위해 채도가 낮은 오렌지나 브라운 계통의 꽃을 구입해간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장미도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꽃송이가 가득하고, 가을 들녘을 연상시키는 색 바랜 들국화, 노랗고 붉은 다알리아가 눈에 띈다. 또, 빨간 꽃이삭과 잎이 예쁜 아마란스는 마치 울긋불긋한 단풍의 멋을 축소해서 선사하려는 듯 작은 산 모양을 하고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국화이긴 해도 국화는 장례식에 쓰이는 꽃이란 인식 때문에 가을 색의 여운에 적당한 소재로 팜판과 해바라기, 거베라 데이지, 메리골드, 칼라 등이 더욱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활짝 핀 해바라기를 메인으로 오렌지색 백합, 담홍색 카네이션 등 여러 종류의 꽃을 같은 것끼리 묶고 높이를 맞춰 풍성하게 원형으로 만들면 프랑스 스타일의 화려한 꽃꽂이로 탄생하는데, 여기에 초록풀인 유토피아를 살짝 튀어나오게 곳곳에 더해주면 한층 따뜻한 느낌이 살아난다.
좀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가을색을 감상하고 싶다면, 노란 메리골드와 다홍빛 거베라, 오렌지를 닮은 장미를 각각 균형을 맞춰 배열해 꽃병에 가득 꽂으면 만족스럽다.
국화 중에도 잘 익은 감 빛깔을 띤 주황색 국화는 그 자체만으로 가을을 표현하는 훌륭한 소재. 굳이 장식을 하고 싶다면 꽃병에 새끼호박이나 장식용 리본을 이용해 둥글게 꽃다발처럼 묶어 배열하면 손에 들고만 있어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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