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결합의 어려움

2004-09-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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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박씨는 결혼 8년 차이다. 하지만 3년 동안의 별거기간을 제하면 결혼 5년 차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개로 만나게 된 남편이 ‘운명적인 만남’을 주장하면서 동거하자고 자꾸 설득하였다. 박씨는 동거제의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은 동거를 시작하고 곧 결혼하였다.
결혼 한 지 한 두 해가 지난 뒤, 박씨는 우연히 남편이 어떤 여자와 점심 식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어떤 영문인지 물었을 때 남편의 대답은 “그 날 같이 식사할 사람이 없어서 불러낸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뿐이다”였다.
설마 남편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수십 번 자신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 건을 기화로 논쟁이 시작되었고, 그 횟수는 늘어만 갔다. 결국 어느 날 박씨가 별거를 제안했고, 박씨의 남편은 주저함 없이 흔쾌히 동의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사 들어갈 아파트 계약을 하더니,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이 부랴부랴 짐을 꾸려 이사를 나갔다.
그런지 2~3년이 쉽게 흘러갔다. 신용카드에 진 빚을 갚아야 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없었지만 한 달에 한 두 번 이상은 만나서 식사도 하고 가끔은 영화구경까지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다시 합해서 살기를 요구했다. 재결합을 원치 않으면 이혼을 하자고 했다.
박씨의 남편은 곧 재혼하려고 대기하고 있던 여자가 이미 바로 옆에 있었다. 두 사람은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가려고 계약 또한 해놓은 상태였다.
박씨는 ‘이혼은 결혼의 실패’ 또한 ‘인생의 실패’라고 굳게 믿었다. 또한 어떤 제 3의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는 것이 무척 싫었다. 결국 남편을 전적으로 신뢰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씨는 남편과의 별거를 철회하고 재결합하였다.
박씨의 남편은 자신의 과거는 재결합과 동시에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박씨 또한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별거가 시작되기 이미 그 전에 남편과 김씨의 관계가 벌써 시작되었었고, 일주일에 서너 번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박씨는 남편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어졌다.
남편의 외도를 생각할 때마다. 괴롭고, 배신감이 들고,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하고, 남편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고,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박씨는 결국 상담 문을 두드렸다.
지금까지는 혼자서만 상담을 받아왔는데 최근에 남편 또한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해 스스로 관심을 표명해왔다. 어쩌면 부부상담을 곧 시작할 지도 모르겠다.

이 은 희 <결혼가족상담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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