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양의 보고’ 키웁니다.- 굴

2004-09-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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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우유’
‘사랑의 묘약’

SF 굴 양식업체 ‘Hog Island Oyster Co.’

서부 해안 독특한 환경서 최고의 맛 생산
생물학자가 길러 살 통통·쫄깃·육즙 가득
우편주문 가능… LA서도 바다내음 만끽


서양에서는 여간해선 수산물을 날것으로 먹지 않는데, 굴만은 예외다. 전체 수산물 생산량에서 굴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굴을 먹으면 보다 오래 사랑한다(Eat oysters, love longer)’는 격언이 있을 만큼 그들은 굴의 최음 효과를 맹신한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별명은 성호르몬의 활성화에 중요한 아연(Zn)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붙여졌다. 에너지의 원천인 글리코겐도 풍부하고 비타민 A, B1, B2, B12, C, 나이아신, 칼슘, 구리, 인, 철분, 요오드, 망간 등 미네랄 성분이 많아 ‘바다의 우유’,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라고도 한다.
정력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굴을 즐겨 먹는다. 발자크는 한번에 12타스(144개)의 굴을 먹었다 하고 독일의 비스마르크 재상 역시 한 자리에서 175개를 먹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다. 율리우스 시저가 대군을 이끌고 도버해협을 건넌 것도 테임스 강 하구에서 나는 굴의 맛 때문이라는 일화도 있다.
LA는 물론 뉴욕 등 대도시의 오이스터 바에서 가장 대접받는 굴은 바로 샌프란시스코 토말레스 베이(Tomales Bay)에서 양식한 호그 아일랜드 오이스터(Hog Island Oyster). 토말레스 베이의 달콤한 물, 독특한 환경에서 양식 굴들은 풍부한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다. 이렇게 훌륭한 성장 환경이 서부 해안에서 가장 맛있는 굴을 생산해 내는 것. 통통하고 약간 짠 굴들은 풍부한 훈제 향과 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약간 긴 계란 모양의 껍질도 예쁘다. 품질 관리를 위해 호그 아일랜드 가족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믿지 못할 정도다.
샌프란시스코의 호그 아일랜드 오이스터 바는 껍질에 놓여 있는 가장 신선한 굴을 맛볼 수 있는 곳. 해양 생물학자가 기르고 전문적으로 굴을 까는 사람들이 벗긴 굴은 살이 통통하다. 아침에 따서 몇 시간 후 파는 것이기 때문에 차갑고 쫄깃하며 육즙이 가득한 최고 상태. 여기저기서 후루룩 소리를 내가며 생굴을 먹는 모습이 눈에 띤다.
우편 주문을 받고 있어 LA에 앉아서도 이들이 키운 싱싱한 굴을 대할 수 있다. 굴의 껍질을 열면 가득한 즙이 흥건하게 고이고 통통하게 오른 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 것을 더하지 않더라도 굴은 달콤하며 향기롭고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레몬과 실란트로, 타바스코 소스를 조금 더하면 또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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