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장 요리

2004-09-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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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터링 음식에 질리셨죠?
파티 문화도 개성시대로…

한국+서양 절충한 특식
비용 더 들지만 반응 좋아
분위기 한층 격상 ‘우아’

지난 달말 한인타운의 앤드류샤이어 갤러리(대표 수잔 백)에서 색다른 전시회 오프닝이 열렸다.
중견화가 강태호씨의 개인전 첫날, 늘 보던 한국식 리셉션 풍경 대신 예쁜 아가씨들이 오더브(h’ordeuvre 전채요리) 접시를 들고 다니며 손님들에게 맛보기를 권하는 ‘우아한’ 미국식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관람객들은 예쁘고 맛있는 핑거푸드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도대체 이 음식들이 어디서 어떻게 계속 나오는 것인지, 갤러리 안의 작은 방에서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한 여성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웨스트LA의 유명 와인바 ‘AOC’의 셰프이면서 고급 출장요리전문 요리사인 정은정씨.
플레이보이 맨션과 푸드채널 등 미국 요식업계에서 일해온 그녀가 한인타운에 얼굴을 내밀고 솜씨를 보이기는 이번이 세 번째로, 보석점 ‘이씨 그리핀’에서의 와인파티와 갤러리 오프닝을 통해 조용히 한인들의 파티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이하고 고급스런 파티를 원하는 한인들이 많아졌습니다. 늘 똑같은 케이터링 음식에 질린 것이죠. 예를 들어 집들이할 때도 색다른 방법으로 오픈하고 싶은 사람들은 셰프를 집으로 초청하는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와인을 즐기는 한인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은데, 한국적인 맛과 서양요리를 적절히 배합할 수 있는 셰프가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이날 두 번째로 정씨에게 리셉션 음식을 의뢰한 앤드류샤이어 갤러리의 수잔 백 대표는 “지난 4월 그룹전때 프라이빗 인비테이션으로 처음 시도해보았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이번에 다시 초청했다”며 비용은 좀더 많이 들지만 분위기가 한층 격상된다고 말했다.
보통 한인 커뮤니티의 갤러리 오프닝이나 문화행사 리셉션 혹은 비즈니스 개업 파티에 가보면 한 구석에 김밥과 유부초밥, 만두, 잡채, 샐러드, 혹은 떡이나 빵 등이 길다란 테이블 위에 뷔페 식으로 차려있고 사람들은 행사장 주변이 아니라 식사 테이블 주위에 몰려 일회용 접시를 들고 서성이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수십년간 똑같이 이어져온 풍경, 이제는 좀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천편일률적인 오프닝에서 맞춤형 리셉션으로, 파티문화도 이제 수준 좀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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