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당에 초청되어 음식 시킬 때

2004-09-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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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가정에 손님을 초대하는 대신 식당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가정주부가 직장을 갖고 있다든지 사회활동 또는 아이들의 뒷바라지 등으로 바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식당에 초대되면 모처럼의 초대이니 만치 그 식당에서 제일 좋은 요리를 시켜 먹는 것이 인사인줄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초대한 이상은 초대자는 그 정도의 돈이야 준비하고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마음껏 주문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초대한 사람은 당연히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겠지만 여간 부자가 아니면 주머니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손님은 짐작하여야 합니다. 초대한 사람이 수표책의 잔고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는 큰 부자라던가, 식도락가여서 특별 요리를 강요하기 전에는 손님은 메뉴에 나와있는 음식 중 최상 가격대의 것이라던가 ‘시가’(seasonal)라고 표시된 요리는 시키지 않는 것이 인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양하는 마음으로 그 식당에서 제일 싼 종류의 요리를 시키는 것도 실례입니다. 모처럼 베푸는 초대자의 후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역시 결례입니다. 결국 가격면으로는 그 식당의 메뉴에서 중간 정도 되는 것을 택하는 것이 인사라는 것입니다.
어떤 손님은 요리를 주문할 때 메뉴를 자세히 보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초대한 사람에게 알아서 시켜달라고 한다던가, 초대자와 같은 것을 시키겠다고 하는 등 과도한 겸손을 펴는 사람이 있는데 이 역시 올바른 매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초대한 측에서는 손님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손님이 메뉴에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내서 주문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초청자의 즐거움인 것입니다.
혹시 초대된 손님이 그 식당의 음식에 대해서 잘 모를 경우는, 서슴지 말고 초청자에게 메뉴 설명을 요청해도 실례가 되지 않습니다. “이 식당의 자랑 요리는 어떤 것입니까?” “이 식당에 오시면 어떤 종류의 요리를 즐기십니까?”라고 물어보면 좋은 간접 표현이 됩니다.
“이 집의 특기는 파스타와 피자인데, 특히 링귀니가 인기 있습니다”라고 답을 하면 그 식당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한 가지를 추천하는 식이 되니 손님측에서도 방향을 잡기 쉬워집니다.
초청자는 자신도 가본 일이 없는 낯선 식당에는 손님을 초청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그러한 경우는 약속 며칠 전에 직접 그 식당에 가서 메뉴를 보고 플로어 매니저와 의논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유경
<‘홈스위트홈 리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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