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쁜 화장실’ 붐

2004-09-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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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대상이 여심잡는 새 문화공간으로

타운업소들 잇따라 개조… 고객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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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과 소파, 특이한 조명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감’의 화장실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의 정의를 다시 내린다.
<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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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타일로 만들어진 보스코 화장실의 세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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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션과 핸드 타월 등이 갖춰져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감’의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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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호갈비’의 간이 화장대는 클래식하면서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 나라의 수준을 알려면 그 나라의 화장실을 가보라’라는 말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식당이나 카페의 위생상태를 가늠하려면 그곳의 화장실을 살펴보라는 말도 있다. 식당 내부가 아무리 깨끗하고 고급스러워도 화장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면 카페의 수준은 그대로 곤두박질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내 장식이 그다지 대단하지 않더라도 화장실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거나, 여성용 위생품을 서브해놓는 등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는 경우, 그 식당의 수준은 갑자기 몇 단계 상승한다.
이처럼 화장실은 그곳의 문화수준을 반영하는데, 대부분의 여성들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서브하는 식당이라도 화장실이 불편하거나 지저분할 경우 그 식당에 가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매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화장실이 식당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의 역할을 해왔으며, 한국에서도 최근 서울시 보건위생과가 ‘화장실 문화 시민연대’를 조직해 한국의 70평 이상 음식점을 상대로 화장실 실태조사를 펼치는 등 화장실 개선운동이 한창이다.
화장실이 더 이상 급한 용무만을 보는 곳이 아닌,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레스트’-룸(restroom), 혹은 ‘화장’-실(powder room)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다목적 휴식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LA 한인타운에도 이처럼 업그레이드된 화장실을 갖추고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업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앤틱을 주제로 고풍스럽고 수준 높은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는 커피전문점 ‘감’은 눈에 띄는 화장실 인테리어로 손님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한식 구이전문점 ‘다호갈비’ 역시 럭서리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주택을 개조한 클래식한 분위기의 커피전문점 ‘레트로’, 맛있는 빵과 편안한 분위기로 사랑 받는 베이커리이자 커피전문점인 ‘보스코’ 역시 아기자기하면서 편안한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화장실이 고객을 기분좋게 한다.
한인타운에서 고급 화장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업소들. 그들만의 독특한 화장실 인테리어 노하우와 거기에 들어있는 그들만의 화장실 철학을 배워보자.

고급 인테리어에 편리한 기능·소품 갖춰

■커피전문점 ‘감’(Gaam)
앤틱 분위기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채프맨 플라자내의 커피전문점 ‘감’의 화장실에 가보면 ‘감각 있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느껴진다.
붉은색과 카키의 페인트가 칠해진 벽, 비스듬하게 걸려있는 대형 거울과 아기자기한 창문, 페인트 색과 같은 계통의 편안한 소파가 조화를 이루면서 전구다발을 묶어 놓은 듯 보이는 모던한 감각의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특별한 테마는 없어요. 트렌디한 느낌을 주기 위해 페인트칠을 하고, 거울과 소파, 특이한 조명으로 액센트를 줬다는 거 외에는 없는데 소품들의 조화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유니스 김 사장에 따르면 인테리어 전문회사 디자인 하우스(Design Haus)의 대표인 남편 애론 송(Aaron Song)씨가 가게 내부와 함께 화장실을 디자인했고, 자신은 소품을 담당했다.
유니스 김씨의 설명처럼 ‘감’의 화장실의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조화에서 럭서리와 트렌디, 거기에다 편안함까지 느껴지기 때문에 사용해본 손님들마다 화장실이 너무 예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종 여성용 물품을 제공하는데, 로션과 여성용 생리용품은 기본이고, 손의 물기를 닦는 페이퍼 타월 대신 핸드 타월을 가져다 놓았다. 특히 핸드 타월은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심지어는 타월을 집어 가는 손님들도 있어서 처음에는 100개를 마련했던 타월이 이제는 10개밖에 남지 않아 새로 타월을 주문했다고.
이같은 세밀한 배려는 고객들에게 마치 호텔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 때문에 손님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세련된 화장실을 유지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열심히 빨고, 열심히 닦는 것.
유니스 김 부부는 조만간 윌셔와 샤토에 퓨전 레스토랑 맥(Mak)을 오픈할 예정인데, 음식 맛도 맛이지만, 또 한번 부부의 세련된 감각이 엿보이는 실내와 화장실 인테리어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로션등 소품 집어가 애로”

다양한 연령층·가족 위주 장식보다 분위기에 초점

입구에 대기공간 만들어 미니소파·램프·꽃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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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과 대형 거울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다호갈비’의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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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화장실에 마련된 테이블과 램프는 화장실의 분위기를 한결 업그레이드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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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의 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걸린 조명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 한다.


■구이전문점 ‘다호갈비’(Tahoe Galbi Restaurant)
음식점, 특히 한식전문 음식점 중에서는 예쁜 화장실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윌셔와 윌튼에 위치하는 구이전문점 ‘다호갈비’는 한식집으로는 보기 드물게 대리석 바닥에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에 띄는 고급스러운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카페나 커피전문점의 주고객이 젊은 층이나 어른들이라면, 구이집은 가족단위의 고객이 오기 때문에 화장실을 사용하는 나이층도 어린아이들로부터 노인들까지를 포함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자질구레한 장식품보다는 전체적으로 깨끗한 분위기에 몇 가지 포인트를 주는 장식품으로 대신했다.
“다호갈비의 전체적인 실내가 유럽풍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 때문에 화장실 역시 클래식에 초점을 맞췄지만 동시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다호갈비의 전진희 사장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으로, 본인이 직접 식당 내부와 화장실의 모든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을 위한 공간에 대한 꿈이 있으며 잠깐 사용하는 화장실이지만 최대한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서 그럴까. 다호갈비의 화장실은 화려한 느낌의 상들리에와 대리석 바닥, 대형 거울, 사랑스러운 간이 테이블, 공주풍의 거울, 꽃 장식 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특별한 손님이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손님들로부터 화장실 멋있다는 말도 많이 듣는데, 역시 하루에 두 번씩 청소를 해 항상 깨끗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꽃도 전 사장이 직접 손질해놓는 등 정성으로 가꾼다.
전 사장은 “처음에는 카페 화장실처럼 로션이나 여성용 물품을 가져다 놓았지만 손님들이 자주 집어가서 없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고 말하고 “식당을 찾는 고객들의 의식수준이 좀 더 향상되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커피전문점 ‘레트로’(Retro & Style)
6가와 세라노에 위치한 커피점 ‘레트로’의 화장실은 가정집 화장실에서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이 묻어 나온다.
세면대 밑의 수납장과 나무로 만든 스크린, 화장실 앞의 미니 샹들리에가 기막힌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장식이 없는데도 클래식하면서 멋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일단 화장실 바로 앞에 달린 샹들리에는 레트로의 전체적인 분위기인 ‘앤틱’과 잘 맞아떨어진다. 조금 어두운 듯한 실내 조명과 짙은 나무색의 가구들이 샹들리에의 은은한 불빛을 잘 뒷받침 해주고 있는 것.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면 빛 바랜 연두색의 책상모양 세면대와 동그란 거울, 클래식한 느낌의 나무 스크린이 눈에 띠는데 검은색과 흰색의 타일 바닥과 어우러지면서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난다.
“레트로 자체가 주택을 개조한 카페이기 때문에 화장실 역시 옛날 주택 분위기를 풍기는 듯 합니다. 별로 신경 쓴 것도 없는데 화장실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서 기분이 좋네요”
레트로의 최사장은 집의 구조 자체가 예쁘기 때문에 특별히 꾸미지 않았다고 겸손해 하지만 직접 디스플레이 한 샹들리에를 보면 그의 센스와 감각을 읽을 수 있다.
고풍스러움과 아늑함, 아기자기함과 편안함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레트로의 화장실 역시 하루에 두 번씩 청소하며 항상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유지비결이다.

■베이커리 & 커피점 보스코(Bosco)
채프맨 플라자에 위치한 베이커리 보스코는 작지만 아담하고 깨끗한 유럽풍의 분위기로 조용한 곳을 찾는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 화장실 역시 작고 아담하지만 코지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기다리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는데 미니 소파와 고급스러운 스크린, 공중전화기를 놓아 카페와 화장실을 분리시키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면 그리 넓지는 않지만 깨끗한 느낌의 타일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세면대가 마련돼 있으며, 앤틱 풍의 조그만 테이블 위에는 귀여운 램프와 꽃장식이 놓여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감각적이고 깨끗한 느낌의 보스코의 화장실은 특별한 장식 없이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화장실 인테리어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기가 힘들다면 한 두 개의 소품을 사용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의 화장실로 탈바꿈 시켜보자.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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