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급스럽게 꾸며 비싸게 팔아드려요

2004-08-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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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집 ‘홈 매니저’에 맡기세요

빈집서 직접 거주하며
렌트는 절반이하 부담
바이어 내방 항시 대기
홈 매니징 알선소
작년 30개주 38곳 성업


요즘 부동산업계에 ‘홈 매니저’의 인기가 점차 커가고 있다. 매물로 나온 빈집에 들어가 살면서 고객들에게 가구로 장식된 집의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 홈 매니저의 역할. 모기지 페이먼트는 주택 소유주가 계속하지만 홈 매니저는 모든 유틸리티와 일반적인 유지비를 책임진다. 또한 시가의 3분의 1 내지 2분의 1에 해당하는 ‘렌트’를 낼 뿐이다. 뒷받침해 주는 통계는 없지만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비어있는 집보다 매력적인 가구들로 치장된 집이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더 빨리 팔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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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의 290만달러짜리 주택에 사는 홈 매니저 잭 블레빈스가 거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지난 1년간 생후 20개월된 아들과 함께 3번이나 이사를 한 릭과 제니퍼 머티스 부부가 바로 홈 매니저. 집에서 비지니스 컨설팅을 하는 릭의 가족이 지난 4월부터 살고 있는 3,500 스퀘어피트 면적의 1908년도형 크래프츠맨 스타일 주택은 69만7,000달러로 시장에 나와 있고 정상적인 렌트는 2,400달러지만 머티스 부부는 단돈 750달러를 낼 뿐이다.
2년전 시카고에서 불더로 이사온 크리스와 캐시 크론 부부는 침실 2개짜리 콘도를 매니지 해달라는 신문 광고를 보고 ‘홈 매니저’를 하게 됐다. 석달후 그 콘도를 떠난 뒤에도 그 일을 계속해 지금 다섯번째 주택에 살고 있다. 35에이커의 대지에 침실 5개짜리 유러피언 스타일 저택인데 92만5,000달러짜리라 보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 1년이 넘도록 단돈 700달러를 내면서 살고 있다.
홈 매니지먼트는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점차 크고 작은 많은 도시에서 공식적으로 광범위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의 홈매니지먼트를 알선하는 것은 앨라배마주 모빌에 본사를 두고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쇼 홈즈 오브 어메리카’인데 그 프랜차이즈는 3년전 21개 였으나 작년에는 30개주 38개로 증가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현재 매니지되고 있는 주택의 숫자가 지난 4개월새 40%가 늘었다.
빈 집을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인양 꾸며 놓는 것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주택 판매기술이지만 쇼 홈즈는 한걸음 더 나아가 말하자면 배우와 무대 감독까지 제공한다. 어떤 사람은 빈 집을 보고 그 뼈대를 마음에 들어 하지만, 다른 사람은 살이 붙은 집을 더 마음에 들어한다. 홈 매니저는 바로 잘 장식되어 사람이 살고 있는 방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쇼 홈즈’는 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부나 독신을 홈 매니저로 기용한다. 애완동물이나 흡연은 물론 금지된다. 이상적인 매니저는 먼지 한점 앉는 것도 참지 못하는 깔끔형. 아울러 ‘그럴듯한’ 가구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70년대식 이선 앨런 가구를 가진 사람은 70년대형 주택에는 어울리지만 500만달러자리 저택에는 그에 어울릴만한 가구가 들어가야 한다. 한마디로 가구도 집의 스타일에 맞아야 한다.
그래서 어떤 홈 매니저들은 호화 주택에 살 기회를 잡기 위해 거금을 들여 고급 가구를 마련하기도 한다. 사람은 고급스러운데 가구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위해 ‘쇼 홈즈’는 가구 창고도 운영하고 있다.
잭 블레빈스는 애리조나주 스카스데일 외곽에서 올해 들어 두번째 고급 주택을 매니지하고 있다. 피닉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게이티드 커뮤니티내 와인 쿨러와 퍼팅그린까지 갖춘 7,000스퀘어피트의 290만달러짜리 주택에 걸프렌드와 함께 살며 한달에 2,000달러를 내는 외에 가정부에게 250달러를 줄 뿐이다. 좀 비싼 가구를 일부러 들여놔야 했지만 다음 번에도 좋은 집에 살려면 그만한 가구들은 가지고 있어야 하니 할 만한 투자였다.
그러나 렌트가 싼만큼 홈매니저들은 언제라도 집을 남에게 보여줄 만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브로커들에게는 15분전에 통고만 하면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아무런 사전 연락도 없이 들이닥쳐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하고 잠시라도 싼 값에 좋은 집에 살려는 사람은 늘고만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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