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색 창연한 새집이 좋다”

2004-08-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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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개발업자·설계사·디자이너들
가짜 앤틱 많이 사용 신주택 건설
푸근하고 넉넉함 강조 마케팅 차별화

‘새집이지만 고풍스럽게’
요즘 신규주택을 짓는 주택개발업자나 설계사, 디자이너들의 화두는 단연 ‘새 것이지만 옛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미전국 홈빌더협회에 따르면 올해 미전국에 들어서는 신규주택은 160만채.
모두 반듯하고 깨끗하고 신식인 이 새집들의 차별화 마케팅은 새 집이지만 가짜 앤틱을 많이 사용해 오래되고 낡은 듯하면서 푸근함과 넉넉함이 물씬 베어 있는 듯한 느낌을 파는 것이다.
실례로 캘리포니아 빌더인 워밍턴홈즈는 최근 베이포트 알라메다 프로젝트로 12개의 새 플로어 플랜을 내놓았다.
1890∼1930년대의 알라메다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일을 모방, ‘과거 속의 새집’(New Homes with a Wild Past)이란 깃발을 내걸고 5개월 전 첫 분양에 들어갔는데 하루만에 42채가 다 팔렸다.
이들 신규주택은 모두 나무 창틀엔 이끼가 낀 듯 고풍 창연한 흉내를 내고 레일링은 녹슨 것같은 쇠를 사용하고 기둥에는 흠집과 갈라진 틈이 있는 것같이 보이게 하는 등 모두 새것이지만 흔 것같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줬다.
그리고 실내장식에도 플리마켓에서 사 모은 오래된 것들을 배치했고.
원래 옛 것을 주택건설 자재로 이용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였다. 교통과 수송이 원활하지 않았던 시절 미국인들은 새집을 지을 때 헌집에서 떼어온 창틀과 나무기둥, 벽난로의 맨틀 등을 그대로 이용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이유였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고급 주택들이 유럽에서 중세에 사용하던 스테인드 글래스를 수입해 오고 스패니시 수도원의 문을 이용하는 등 멋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신규주택 건설에 고풍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제는 30만달러대의 작은 집에서부터 4,000만달러대의 호화 주택에 이르기까지 ‘고풍화 바람’이 일반화되면서 주택 디자인의 한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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